박근혜 구속

“503번 박근혜 수용자”…3.2평 방에서 1440원짜리 식사

김경학 기자

‘미결수 박근혜’의 수감생활

[박근혜 구속]“503번 박근혜 수용자”…3.2평 방에서 1440원짜리 식사

전직 대통령 중 세 번째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31일 입소 절차를 밟고, 미결수 신분으로 서울구치소에서의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약 4년간 청와대 관저에서 호화롭게 생활했던 박 전 대통령은 독방에서 스스로 설거지와 빨래 등을 하며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45분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도착, ‘신입 수용자 교육실’로 향했다. 그는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 본인 확인을 한 뒤 수용번호 503번을 부여받았다. 구치소 내 공식 호칭은 ‘503번 박근혜 수용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번호로만 불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수용번호와 함께 이름도 부른다.

신체검사와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은 그는 미결수에게 제공되는 상아색 겨울용 수용복으로 갈아입었다. 수의 왼쪽 가슴 부분에는 수용번호가 새겨져 있다. 이어 이름표를 받쳐 들고 키 측정자 옆에 서서 ‘머그샷(mug shot)’이라 불리는 수용기록부 사진도 찍었다. 올림머리를 할 때 사용한 금속 실핀도 모두 구치소 측에 제출했다. 자신이나 상대방을 해칠 수 있는 금속 제품 등은 수용시설 내 반입이 제한된다. 이어 수용생활을 하며 사용할 담요·수건·속옷과 플라스틱 칫솔세트·수저·식기 등을 지급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생활하는 공간은 여자 수용동에 있는 약 10.6㎡(3.2평) 크기의 방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6~7명이 같이 쓰는 공간이지만 서울구치소 측은 전직 대통령 수용 전례와 경호 등을 고려해 박 전 대통령 혼자 생활케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비해 수용시설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앞서 1995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생활했던 곳은 약 12㎡ 규모의 독방과 접견실·화장실 등으로 구성됐다. 같은 해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수감된 안양교도소도 비슷한 수용시설을 마련했다. 이들 전직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이 쓰는 방에도 창살 있는 창문과 매트리스·관물대(물품보관대)·TV·1인용 책상 겸 밥상 등이 구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부터 한 끼 1440원짜리 음식으로 세 끼를 먹는다. 복도에서 배식구멍을 통해 배식받고, 식사를 끝내면 싱크대에서 스스로 식판과 식기를 설거지해야 한다. 첫날 아침 메뉴는 식빵·수프·야채샐러드·두유, 점심은 뼈우거지탕·콩나물무침·맛김·배추김치, 저녁은 시금치된장국·두부조림·골뱅이무침·무생채였다.

빨래도 스스로 해야 한다. 화장실에는 비누와 빨래판이 있다. 방에서는 TV를 시청할 수 있다. 대부분 녹화 방송이지만 지상파 방송의 뉴스는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구치소에서는 입소할 때 맡기거나 친지들이 넣어준 영치금으로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옷·운동화·볼펜·머리핀·머리끈·화장품 등 생활용품은 물론, 과일·과자·소시지 등 음식도 살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사들을 접견하며 향후 있을 검찰 수사와 재판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1기 특별수사본부’ 때부터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55)는 이날 오후 5시15분쯤 접견을 마치고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올케 서향희 변호사(43)도 자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 전 몇 차례 더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직접 구치소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지만, 검찰은 특혜로 비칠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출장 조사 등에 대해 정한 것이 없다”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된 신분이지만,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검찰 조사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 중에는 경호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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