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 “도와줘요 R과장“···AI 활용 ‘똑똑한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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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28. 오후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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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 “우리 부서에 우렁각시가 있나?”

한국주택금융공사 A부장은 출근하자마자 전자결재를 하느라 바쁘다. 분명히 전날 직원들이 결재를 신청한 업무는 모두 결재하고 퇴근했는데 이상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결재를 신청한 직원의 이름도 낯설다. RPA03 ‘우리 직원 중에 영어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나?’의아해진다.

알고 보니 최근 도입한 디지털신기술을 통해 지난 밤 R로봇과장이 ‘열일’한 결과이다. 모두가 퇴근한 시간, 인기척 없는 사무실에서 R로봇과장은 피로를 모르고 새벽까지 부장에게 결재를 신청한 것이었다.

#2 “똘똘한 후배 직원 RPA, 너 고마워”

처분조건부 대출의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B씨의 하루 일과 대부분은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발급하여 처분조건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한 건당 7분 가량 소요되는 업무로, 하루 종일 일해도 70건 이상 처리하기가 버거웠다. 쉬지 않고 밀려드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극심한 피로를 느꼈고, 가끔 발생하는 실수는 B씨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B씨도 이제는 고객의 관점에서 개선해야할 업무가 없는지도 고민하고, 다음 달부터 추가로 담당하기로 한 업무에 관해 매뉴얼을 학습하며, 짬짬이 동료들과의 티타임도 즐기는 등 여유가 생겼다. 이 모든 것이 RPA를 도입하고 난 뒤에 생긴 변화다.

아침에 출근하면 밤새 처리된 업무의 결과가 B씨의 사내메일로 보고되며, B씨는 특이사항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나머지 절차만 수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B씨는 “묵묵히 제 일을 도와주는 꼼꼼한 후배 직원이 생긴 것 같아요. 덕분에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고, 업무처리량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뿐더러, 일처리도 매우 정확해서 한결 부담이 줄었어요.”라고 말했다.

#3“잘 고른 대출상품과 AI가 벌어다준 분유 값”

올해 둘째아이를 출산하여 육아에 여념이 없는 C씨는 최근 주택금융공사로부터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C씨는 1년 전 주택구입 당시 저리의 고정금리 상품인 ‘내집마련 디딤돌대출’의 도움을 받았는데, 대출기간 중 자녀가 늘어났을 경우 추가 금리우대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온 것이다.

하루 온 종일을 육아에 할애하고 있어 등본 발급도, 신청서 제출도 엄두가 나지 않던 C씨는 공사 홈페이지를 활용했다. 별도 서류제출도 없이 클릭 몇 번으로 “2자녀 금리우대” 신청이 완료됐다. C씨는 다음날 공사로부터 금리 추가우대 혜택이 적용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대출금이 인하됐다는 것도 기뻤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빠른 업무처리에 놀라서 오류 문자가 아닌지 주금공에 연락했다. 안내메시지의 내용은 사실이었다. 주금공이 올해 도입한 AI기반의 신기술을 통해 C씨의 최신 가족관계등록정보를 주금공이 직접 법원으로부터 끌어오고, 추가 등록된 자녀가 미성년이 맞는지, 우대금리 합계가 한도를 넘지는 않는지 등은 로봇이 수행한 덕분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직원이 아닌 AI가 수행하기 때문에 오류도, 기다림도 최소화됐다.

C씨는 연 0.3%의 금리를 추가로 할인받았다. 2억 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감안할 때 월 5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절감된 것이다. 클릭 몇 번으로 분유값을 번 셈이다. C씨는 “둘째 출산으로 늘어난 육아비용 때문에 대출금 상환이 부담이 되었는데, 신속한 업무처리로 빠르게 추가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R로봇과장은 최근 주금공이 도입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에 기반해 업무를 수행하는 가상인력(AI 인공지능)을 부르는 이름이다. RPA란 로봇프로세스자동화를 의미하며,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대량 업무를 프로그램화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여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스마트워크시스템이다.

주금공은 비대면 디지털 전환시대에 발맞춰 지난해부터 RPA 도입을 준비해왔다. 관련부서 간 협의를 거쳐 유동화자산 관리업무에 RPA 기반 ‘유동화자산관리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주금공은 부동산 등기관련 서류의 발급, 일시적 2주택자의 기존주택 처분여부 검증, 우대금리 요건의 충족 여부 확인 등 8가지 업무 영역에 RPA 기술을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연간 약 8000시간 이상의 업무량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RPA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업무영역을 추가로 발굴하고, 다른 AI 신기술을 접목하여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다.

이정환 사장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발맞추어, 업무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증진할 방안으로 업무자동화를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해왔다”며 “이를 통해 절감된 시간을 보다 창의적이고 핵심적인 업무에 활용함으로써, 대국민 금융서비스 만족도 제고에 기여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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