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참수’ 충격 가시기도 전에… 佛 니스서 또 ‘흉기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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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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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성당서 한 남성 ‘칼부림’
최소 3명 숨져… 1명은 참수 당해
체포된 범인 “신은 위대하다” 외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염두 수사
유럽·아랍권 ‘만평갈등’ 격화 가속


프랑스 경찰관들이 29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공격으로 추정되는 칼부림이 일어난 니스의 노트르담 성당 앞을 지키고 있다. 이날 사건으로 최소 3명이 사망했다. 니스=EPA연합뉴스
프랑스에서 29일(현지시간) 또 테러 공격으로 추정되는 칼부림이 일어나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고자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던 중학교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18세 청년에게 참수당한 지 13일 만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노트르담 성당 안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당국이 밝혔다. 한명은 성당 안에서 목이 베인 채 발견됐고, 다른 한명은 흉기에 심하게 찔려 숨졌으며, 세 번째 피해자는 피신한 인근 술집에서 숨졌다고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사망자 중 1명은 성당 관리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범행 당시 성당 안에 신도들이 있었고, 목격자가 간신히 시에서 설치한 특별보호시스템의 경보를 울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 니스 시장은 용의자가 경찰 총격에 쓰려져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시다”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에스트로지 시장은 “저번에는 학교 교사더니, 이슬람 파시스트의 야만성이 이번에는 성당을 택했다”며 “모든 정황이 테러 공격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군경이 29일(현지시간) 칼부림 살인 사건이 벌어진 남부 니스의 한 성당 부근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니스 AFP=연합뉴스
프랑스 대테러검찰은 테러와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정부는 위기대응회의를 소집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사건 현장으로 떠났다. 의회에서는 1분간 묵념을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장 카스텍스 총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는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매우 심각한 도전”이라며 단결을 호소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니스는 2016년 7월 86명이 숨지고 458명이 다친 테러의 상처가 남아있는 곳이다. 당시 튀니지 출신 남성이 프랑스대혁명 기념일 ‘바스티유의 날’을 맞아 축제를 벌이는 군중 속으로 대형 트럭을 몰고 들어가 ‘광란의 질주’를 했다. 현장에서 즉사한 용의자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았다는 정황 증거들이 나타났다.

특히 이날 흉기 공격은 교사 참수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와 이슬람권 국가들이 첨예하게 반목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강경 대처를 천명하고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마크롱은 정신치료가 필요하다”면서 독설을 퍼부었다. 이슬람권에서는 프랑스 규탄 시위와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시아파 종주국 이란도 프랑스를 비판했다. 이에 독일, 이탈리아 등이 에르도안의 독설을 비난하고 프랑스를 옹호하면서 ‘문명 충돌’ 양상까지 띠게 됐다.

프랑스 풍자주간 샤를리 에브도는 전날 온라인판 1면에 속옷 차림으로 배를 드러낸 에르도안 대통령이 술 시중을 드는 여성의 부르카(이슬람 전통 여성복장)를 들추며 “오, 선지자여!”라고 말하는 만평을 게재해 양측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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