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청소노동자 삭발 KBS 방송뉴스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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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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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상장 시기에 메인뉴스에서 방탄소년단 20분 인터뷰 “시기 미묘하다” 지적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KBS가 29일 공개한 10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시청자 위원들은 KBS가 주목하지 않는 이슈와 관점에 대해 지적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시점에 KBS가 메인뉴스에서 20분 가량 방탄소년단 인터뷰를 내보낸 데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10월 시청자위원회에서 진선미 시청자위원(공인노무사)은 "지난 10월6일 KBS 자회사 소속 청소노동자가 병가보장,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삭발식까지 했는데 다루지 않았다"며 "작년 11월에도 청소노동자들이 처우개선 요구 피케팅도 했다. 그런데 이 부분 역시 다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진선미 위원은 "그간 KBS 뉴스를 보면 학교 비정규직 파업 예고,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후 1년 리뷰, 찜통더위 속에서 청소노동자가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지를 면면이 들여다보는 것들이 많았다"며 "왜 유독 KBS 자회사 소속 노동자의 이런 부분을 다루지 않았는지"라고 지적했다.

▲ 10월6일 오후 서울 영등포 KBS 신관 앞에서 박유선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서경지부 KBS 비즈니스지회 부지회장이 병가 실시 및 1년짜리 근로계약서 중단 등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준현 시청자위원(법무법인 우리로 변호사)은 추미애 장관 아들 관련 보도, 공무원 피살 사건 보도, 옵티머스·라임 보도를 언급하며 "KBS가 진실을 추구함에 있어 몸을 사리고 있지 않나"라며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 사실 전달만 언론의 역할이 아니라 의제를 형성하고 그 다음에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올바르겠다는 것을 좀 더 강조할 필요가 있는데, 이 세 사건은 너무 자기 목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순택 시청자위원(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은 삼성전자 임원의 국회 출입 논란 보도를 언급하며 삼성 기술 탈취 문제에 주목하지 않은 점과 낙태죄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생명권을 대립하는 구도로 조명한 점을 지적했다.

KBS 비정규직 문제 보도 지적에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은 "KBS가 좀 더 자사 보도에 엄격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안이 다른 언론사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고 KBS 온라인 기사를 통해 다룬 점을 언급하며 "중요도에 대한 비례와 균형을 감안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엄경철 국장은 "주요 의제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접근이 미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깊게 성찰하겠다"면서 "다만, 추미애 장관 자녀 특혜 의혹과 관련 여러 난관이 있었다. 의혹을 제기한 측과 받은 측이 극명하게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고, (군 내부 이슈라) 사실 확인이 거의 모든 언론에서 불가능에 가깝게 안 되어 왔고, 주요 주장들이 폭로자들 발언에 의존하는 형식이라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굉장히 까다로웠던 것 같다"고 했다.

▲ 방탄소년단을 인터뷰한 9월10일 KBS 뉴스9 갈무리.
낙태죄 보도 관련 질의에 대해 엄경철 국장은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해서 향후 좀 더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관점이 유용한지 다시 한번 각성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9월10일 메인뉴스에서 방탄소년단 인터뷰를 20분 가량 한 데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준현 위원(법무법인 우리로 변호사)은 "뉴스 연성화 경향 하나를 꼭 지적하고 싶다"며 "'방탄소년단'을 20분 정도 인터뷰 했던 것은 전략적 판단이었는지 모르겠고, 시청자 입장에서 좋아하시는 분도 계셨겠고, 시청률이 높았던 것도 알겠지만 나이브한 판단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의 소속 연예사가 최근에 상장했다. 시기가 미묘하다. 의혹을 살 수 있는 연예인에 대한 인터뷰는 좀 더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엄경철 국장은 "일개 연예인이 아니고 문화적 현상으로 한국의 팝이 세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당사자 인터뷰인데, KBS를 택해서 선택의 기회였던 측면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김준현 위원이 "시기가 굉장히 좀 애매하지 않았나, 이런 점에 대해 답변이 없으신 것 같아서 그 부분만 간략히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다"고 다시 물었다.

엄경철 국장은 "20분 분량에 대해서는 과했다는 지적도 내부에서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차후에 그런 인터뷰를 할 때 반영을 해서 선택하도록 하겠다"며 "(시점이) 미묘하지 않았느냐는 건 이해 충돌 관련 질문인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워낙 드문 기회이고 세계적 스타인데 (중략) 우리가 하지 않으면 타사로 가겠다고 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은 KBS시청자권익센터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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