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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게 살해된 소녀들... 프랑스 혁명의 숨겨진 서막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라 레볼뤼시옹>

[김형욱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라 레볼뤼시옹> 포스터.
ⓒ 넷플릭스?

 
1787년 프랑스 몽타르지 백작령, 어느 날부터 소녀들이 한 명씩 사라져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그 중 레베카라는 소녀는 '형제단'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신이 매장되지 못한다. 형제단은 평등을 꿈꾸는 일반 백성들의 조직이었다. 이 사건은 백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본격적인 반란의 불씨가 당겨질 참이다.

선한 신념을 가진 젊은 의사 조제프 기요탱은 사건의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고 뒤를 캔다. 그러면서 그는 '푸른 피'의 정체에 한 발씩 가까워진다. 죽은 사람을 살게 하여, 보다 더 강인하고 빠른 육체를 지니지만 허기를 참을 수 없는 푸른 피의 사람들. 와중에, 기요탱은 오래전 죽었던 형 알베르가 살아 돌아왔다는 믿지 못할 소식을 듣는다. 알베르도 푸른 피의 수혜자일까. 그렇다면 귀족 편인가, 백성 편인가.

한편, 몽타르지 백작은 왕을 알현하러 간 후로 소식이 끊겼다. 그 사이를 틈타 남동생 샤를이 백작령을 차지하려 한다. 푸른 피의 힘을 빌려, 죽어 가는 아들 도나시앵을 살려서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그로 하여금 차지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몽타르지 백작의 여식 엘리즈가 선한 강인함으로 버티고 있다. 한 가족이지만 서로를 지독히 경계하는 암투가 예상된다.

형제단은 본격적으로 반란에 이은 혁명을 꿈꾸기 시작한다. 알베르와 오카, 조제프와 카텔, 엘리즈와 마들렌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형제단에 합세한다. 각자 생각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지금 현재 몽타르지 백작령을 점령하고 있는 샤를과 도나시앵 일당을 끌어내리는 것, 나아가 1%의 귀족이 99%의 서민을 옥죄며 세상을 지배하는 불평등을 타파하고 자유를 되찾아 박애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의 알려지지 않은 서막

18세기 말 프랑스, 왕과 귀족의 절대적인 특권제도가 계속되는 와중에 국가적인 재정 궁핍과 자연재해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이 살기 힘들어졌음에도 특권층의 횡포는 더욱더 심해질 뿐이다. 하여, 실로 오랜만에 평민 대표까지 함께하는 회의가 열려 상황을 타개해 보려 하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왕은 국경수비대를 파리로 진군시킨다. 이에 국민들은 공포와 함께 형용하기 힘든 분노를 느낀다. 

프랑스 대혁명의 대략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흘러가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 시대 착오적이거니와 익숙한 욕망에 집어삼켜진 특권층의 당연한 말로가 아니겠는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라 레볼뤼시옹>은 제목에서 대놓고 드러내듯 '프랑스 대혁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진중하기 그지 없고 세련된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런데 이 드라마, 시작부터 프랑스 대혁명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을 명확히 하지만 정작 프랑스 대혁명의 직접적인 막전막후를 다루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시즌 1'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뒤이어 올 크나큰 사건의 서막을 보여주며 주요 캐릭터 관계를 설정하고는 핵심 소재가 '푸른 피'의 정체를 알듯 말듯 띄엄띄엄 내보이는 것이다. 다분히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연상되는 스토리와 소재이다. 

세련되고 우아한 프랑스 드라마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하지 않지만 엄연히 실화가 연상되는 바다. '대체 역사'라는 장르를 차용한 게 아닌가 싶다. 시즌 1의 경우 '프랑스 대혁명의 알려지지 않은 서막'으로 포장했지 싶다. 프랑스 대혁명을 향해 나아가며 단두대를 만들었다고 알려진 실존 인물 '조제프 기요탱'을 주요 인물로 내세워 당시를 묘사했지만, 적어도 알려진 실제 역사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영리하게도 나폴레옹의 저 유명한 말 '역사는 합의된 거짓말이다'로 작품을 시작해 '진짜' 이야기일지 모를 상상력에 발을 들이게 한다. 

한 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 선뜻 빼기가 힘들다. 자못 치밀하게 얽히고설킨 관계와 그 사이에서 재미와 흥미를 담당하는 '푸른 피' 그리고 진중함과 묵직함을 담당하는 '혁명'이 제 몫을 다하니, 장대한 역사극 이상의 것을 보고 느끼게 된다. 좀비물으로서의 호러가 지나치지 않고 적절하게 껴 있는 모양새가, 프랑스 산 드라마답게 세련되었다. 뭐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세심함이 엿보인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드라마는 본 기억이 없다시피 한대, 얼마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본 독일 시대극 <엠파이어 옥토버페스트>나 스페인 시대극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나 앞서 언급한 한국의 <킹덤>과 비교해 보면 '느린 편'이다. 또는 '덜 파격적'이라고 할까. 좀비 소재인 만큼 잔인하기도 한데, 그조차 '세련'되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이다. 잔인한 게 마냥 잔인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사건보다 서사에 서사보다 인물에 치중한 편이어서 그런지, 혹자는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모두 하나같이 우아함을 기본으로 장착했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이게 다 원대한 전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즌 1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그동안 모아 두고 감춰 두었던 액션을 분출시키는데, 그 면면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뒤로 갈수록 방대해지고 극렬해져야 하는 시리즈의 특성과 운명을 잘 알고는, 처음엔 맛만 보여 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일부러 최소화 시킨 게 아닐까. 

혁명이란 무엇인가

혁명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야말로 혁명의 나라가 아닌가. 그것도 권력자끼리 쿠데타에 의한 반란 성공에서 이어진 반쪽 짜리 혁명이 아닌, 시민의 힘으로 이뤄진 완전체에 가까운 혁명을 현대에 들어서도 몇 번이나 성공 시킨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일 듯하다. 프랑스 대혁명이 특히나 유명한 건, 완전체에 가까운 시민 혁명으로서 성공 덕분일 테다. 영국의 명예 혁명이나 미국의 독립 혁명, 러시아의 러시아 혁명 등의 유명한 혁명들도 온전히 시민 혁명이라 보기 힘들다. 

<라 레볼뤼시옹>은 '푸른 피'를 좀비물이라는 장르에만 국한하지 않고 '허기'와 '강함'과 '불멸'이라는 특성을 당대 귀족의 특성과 맞물리게 해 가난하고 배고프고 헐거운 백성의 고혈을 빼먹으면서도 멈추지 않고 끝없이 계속하는 '갈망'의 파렴치함을 표현해 냈다. 푸른 피에 몸과 마음을 빼앗기기 전에도 하는 짓이 똑같았으니, '푸른 피에 자신을 빼앗겨 어쩔 수 없이 광기에 휘말렸다'라는 핑계를 댈 수도 없다. 그야말로 악의 화신과 다름없는 18세기 당대 프랑스 귀족의 면면이다. 

작년이 프랑스 혁명 230주년이었다. 자그마치 230년이나 지난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혁명이 일어났었고 일어나고 있으며 일어날 것이다. 많은 것이 '옳게' 바뀌었다고 하는데, 혁명이 필요한 걸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것이 '그르게' 고착되어 왔던 것일까. 고이면 언젠가 반드시 터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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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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