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렌즈 삼아 미국역사 바라보기…'장애의 역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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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04. 오후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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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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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미국의 민주주의는 국가의 구성원인 시민들이 유능하다는 가정 위에서 건립됐다.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시민의 의무이자 특권이다. 유능한 시민은 자신의 두 발로 서 있어야 하고,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서사에서 독립은 좋은 것이고, 의존은 나쁜 것이 된다. 장애를 의존과 동일시할 때 장애는 낙인이 된다. 의존의 뜻으로 이해되는 장애는 독립과 자치로 대표되는 미국의 이상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장애를 렌즈 삼아 미국의 역사를 바라보면 미국적 이상의 모순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털리도대학교 킴 닐슨 교수가 쓴 '장애의 역사'(원제 A Disability History of the US)는 장애를 중심에 두고 미국의 역사를 재배치한다.

저자는 "의존은 모든 인간의 삶 한가운데 존재"하며 "의존이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책은 시대에 따라 장애란 무엇이었고, 어떻게 정의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은 시민과 비시민,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이 변화한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장애를 '완치하기 위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명확한 원인이 있는 의학적 문제'로 바라보는데, 이런 관점은 장애를 신체적 결함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여기게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이런 시각은 장애를 몰역사적이고, 고정불변하는 개념이라고 잘못 간주하는 것이며, 수많은 장애인의 다양하고 풍성한 삶을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책은 장애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온전한 시민의 자격을 갖춘 '능력 있는 몸'을 정의하고 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을 결핍된 혹은 퇴행적이라고 규정해 온 권력에 질문을 던진다.

불과 100여 년 전, 미국 대법원은 '퇴행적' 몸을 가졌다고 분류된 인지장애나 뇌전증을 가진 사람들이 강제단종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들은 독재를 막아내고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서 적합하지 않은 몸을 가진 시민의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장애인들은 자신을 인간의 범주에서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사회에 맞서 싸웠다. 장애 인권 운동은 '비장애중심주의(Ableism)'만 아니라 성차별주의, 인종주의와도 맞서며 자신의 몸을 되찾아 갔다.

이 책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우리 몸이 세계라면'의 저자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가 몸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사유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번역했다.

동아시아. 360쪽. 1만8천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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