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이 30일 “대주주 간 주식 거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형제경영’ 체제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조양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인 조현범 사장의 지위에 당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 "조현식-조현범 형제경영 계속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이날 “조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현재의 경영 체제를 바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앞으로도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이 상의해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지난 26일 둘째 아들인 조 사장에게 보유 지분 전체(23.59%)를 넘긴 것을 계기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조 부회장이 누나인 조희원 씨와 힘을 합쳐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거론됐다. 두 사람은 각각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19.32%와 10.82%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지분율 7.74%)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지분을 추가로 매집할 경우 조 사장(매각 후 지분 42.90%) 측과 지분율 격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날 현재의 경영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혀 형제간 분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일축했다. 실제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내부에선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이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일 우려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희원 씨도 “회사 경영에 관여할 생각이 없고, 특정 인물을 편들 생각은 더더욱 없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업계에서는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이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갈등 조짐을 보이자 조 회장이 서둘러 후계자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40%를 웃도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 만큼 반대 세력을 모아 판세를 뒤집는 건 쉽지 않다”며 “특히 조 회장이 조 사장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는 만큼 조 부회장이 부친의 뜻을 거스르면서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이 수년 전부터 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해온 만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조 사장 재판이 진행 중인점은 변수다. 조 사장은 협력 업체로부터 약 6억원을 받고, 관계사 자금 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조 사장이 그룹 체질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 이외의 신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조 사장이 평소 “타이어 또는 자동차 관련 산업에 얽매이면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기 때문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날 최대주주가 조 회장에서 조 사장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은 지난 26일 장 마감 후 보유 주식 2194만2693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조 사장에게 매각했다. 주당 1만1150원, 총 2446억원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조 사장은 기존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2200억원을 대출받아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