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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재벌 2세 주가조작 관여 의혹

  • 김소연 기자
  • 입력 : 2008.09.27 20:58:59
  • 최종수정 : 2010.11.19 10:24:43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이명박 대통령 셋째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에게 세간의 눈길이 몰려 있다.

대통령 취임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자칫 조 부사장이 측근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부상할 수 있어서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막내아들인 조 부사장은 2001년 이명박 대통령 셋째 딸인 수연 씨와 결혼했다.

9월 17일 재벌 2~3세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의혹의 핵심 기업인 엔디코프와 코디너스 등 2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두 회사 모두 한국도자기 창업주인 고 김종호 씨 손자 김영집 씨가 지분을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다.

검찰은 김 씨가 회사를 인수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미 금융위원회로부터 ‘김 씨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대표로 있던 엔디코프 주가를 조작한 혐의가 있다’는 고발을 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조현범 부사장은 김영집 씨 사건에 깊게 연루돼 있다. 김 씨와 함께 엔디코프 지분을 인수했는가 하면 코디너스 유상증자 때도 역시 김 씨와 함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받았다.

결국 LG가 3세 구본호 씨로부터 시작된 재벌가 2~3세 주가조작 스캔들이 김영집 씨를 넘어 이제 대통령 가문에까지 이른 셈이다.

아트라스BX

4000원 주가 2배 급등 시 매각


조 부사장의 주테크가 시작된 계기는 조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타이어 자회사 아트라스BX 주식을 팔면서다. 아트라스BX 주식을 판 돈 50억원가량을 시드머니로 해서 이후 화려한 주테크 행적을 보여왔다.

조 부사장 종자돈이 된 아트라스BX 주식을 판 시기도 눈에 띈다.

2007년 초 4000원대 안팎이던 아트라스BX 주가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2007년 8월)을 앞두고 2007년 중순부터 이명박 수혜주로 꼽히며 6000원에서 1만원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주가가 한창 올랐던 6월 26일 조 부사장은 18만9000주를 9920원에 팔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후 총 110차례에 걸쳐 최저 7200원서부터 최고 1만300원까지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 56만2500주(지분율 6.15%)를 모두 팔아치웠다.

검찰은 최근 재벌 2~3세 주가조작 핵심 기업인 엔디코프와 코디너스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근 재벌 2~3세 주가조작 핵심 기업인 엔디코프와 코디너스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엔디코프

미공개 정보 이용 차익 획득 의혹


김영집 씨가 유명 인물로 떠오른 것은 엔디코프 때문이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김 씨를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씨가 엔디코프 대표이사 시절 유상증자 발표 전 차명계좌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미리 사들였다는 이유다.

이후 엔디코프는 유상증자와 카자흐스탄 유전개발에 참여한다는 호재성 신사업계획을 줄줄이 발표했고 당연히 주가도 올랐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7500만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게다가 김 씨는 시세차익을 얻은 뒤 엔디코프 주식을 되팔고 회사 경영에서도 손을 뗐다.

조현범 부사장 또한 당시 김 씨가 차명으로 주식을 사들였을 시점에 엔디코프 주식을 매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이 김 씨에게서 유상증자와 신사업 진출 정보를 미리 전해 듣고 이 같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지분을 사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조 부사장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다. 물론 정황은 그럴 듯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코디너스

재벌 2~3세 대거 유상증자 참여


조현범 부사장과 김영집 씨가 단순한 관계가 아님을 보여주는 단면이 바로 코디너스(당시 엠비즈네트웍스) 유상증자였다. 엔디코프에 이어 코디너스까지 함께함으로써 조 부사장이 명실 공히 김영집 사단의 일원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지난해 8월 증권가는 엠비즈네트웍스 유상증자 소식으로 시끄러웠다. 내로라하는 재벌가 2~3세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제3자로 대거 이름을 올린 때문이다.

김영집 한국도자기 창업주 손자가 49만2610주로 최대. 총 인수금액은 50억원이다. 김영집 씨가 엔디코프 대표를 맡았던 시절 엔디코프 부사장이었던 박형준 씨가 김 씨와 똑같은 규모의 주식을 배정받았다. 나성균 네오위즈 창업자(아남그룹 창업주 손자)와 조현범 부사장이 39만4090주로 김영집, 박형준 씨 뒤를 이어 많은 주식을 배정받은 인물이다. 이 외에 장홍선 극동유화그룹 회장 아들 장선우 씨가 9만8520주를 인수했다.

이들의 유상증자 참여 소식 덕분에 1만원대 초반이던 코디너스 주가는 9월 한때 2만3000원까지 뛰어올랐다.

사실 코디너스 주가가 단순히 재벌 2~3세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소식 하나만으로 급등한 것은 아니다. 재벌 2~3세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테마주에는 뚜렷한 패턴이 있다.

유상증자 발표 후 곧이어 어김없이 ‘사업목적 변경’ 혹은 ‘추가’ 공시가 발표되는 것.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재벌그룹을 뒤에 업고 뭔가 있어 보이는 신사업을 시작하니 그림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코디너스 역시 9월 12일 ‘사업목적 추가’ 공시를 냈다. ‘바이오디젤 제조, 바이오디젤 플랜트 설치 제작 및 도소매업, 국내외 자원개발과 광산개발, 유전개발 및 매매업’ 등의 사업에 새로 진출한다는 내용.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각광을 받고 있는 재생에너지와 자원개발업을 떡하니 끼워 넣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1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 별달리 진행된 바가 없어 보인다. 코디너스 홈페이지에는 회사를 ‘모바일 토털 솔루션’ 회사라 소개하고 있다.

동일철강

LG가 3세 구본호 씨와 연결


한편 조현범 부사장은 재벌 2~3세 주가조작 사건의 실마리가 된 LG가 3세 구본호 씨와도 연결돼 있다. 조 부사장이 단순히 김영집 씨와의 친분만이 아니라 재벌 2~3세 테마주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장본인임을 추측하게 해주는 단서다.

코디너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발표 며칠 뒤인 8월 27일, 구본호 씨가 인수한 동일철강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한다. 구본호 씨가 1만2574주, 조현범 부사장이 4192주 등을 인수하는 내용이다. 8월 초까지 5000원에 불과하던 동일철강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후 급등곡선을 그리면서 다음달인 9월에는 1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수직상승했다.

여기서도 사업목적 변경 공시는 변함없이 뒤따른다. 9월 18일 동일철강은 ‘조선용 철강, 국내외 자원개발 및 판매, 국내외 투자, 및 개발 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이번에도 자원개발이 포함됨은 물론. 여기에 한창 호황인 조선업에 진출한다는 등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동일철강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성공하지 못했다. 금감원이 ‘부적격 의견’을 낸 때문이다.

사실 당시의 동일철강 유상증자 실패 건은 재벌 2~3세가 포함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금감원은 부적격 의견을 낸 직후 ‘상장법인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금감원에 따르면 2005년 38건이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69건으로 2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증권가 전문가들은 “재벌가 2~3세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양상에 감독당국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 해석한 바 있다.

현대상선 주가조작에도?

최근 검찰 재조사 들어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영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현대상선 주가조작에 조현범 부사장이 연루됐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금감원은 지난해 4~5월 현대상선 주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조현범 부사장 등 재벌 3세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매입하고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

‘현대상선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안 특정 세력이 주식을 사들여 100억원대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게 핵심이었다.

금감원은 반년 남짓 조사를 벌인 후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 그러나 최근 재벌 2~3세 주가조작 사건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면서 검찰은 현대상선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74호(08.10.01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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