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재벌3세들의 전쟁 - 후계자 조현범, 누구의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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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22. 오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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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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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조승원 ▶

그러니까 조양래 회장이 어느날 갑자기 막내아들 조현범 씨에게 자기 지분 전체를 넘겼는데, 큰딸은 이거 못 믿겠다, 의심스럽다고 나선 거네요?

◀ 박진준 ▶

그렇습니다.

조양래 회장은 원래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기도 직접 경영하지 않았고요.

또 자기 재산은 모두 사회에 환원할 생각도 있었다고 하고요.

그러니까 큰딸의 주장은 아버지가 이런 결정을 내렸을리 없다는 겁니다.

◀ 허일후 ▶

성년후견인, 이거 예전에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 때도 등장했던 거 아닌가요?

◀ 조승원 ▶

기억납니다.

고인이 된 신격호 회장이 큰아들을 후계자로 지정하면서 형제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잖아요?

◀ 박진준 ▶

맞습니다.

그 때 신 회장의 여동생이 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청구했었죠.

그게 2015년 일인데, 당시 법원은 신격호 회장의 건강과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며, 이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 허일후 ▶

그런데, 큰딸 조희경 이사장이요.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사실상 막내동생 조현범 사장이 뭔가 일을 꾸민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 같군요?

◀ 박진준 ▶

안 그래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조희경 이사장은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방송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대신 스트레이트와 이메일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 허일후 ▶

아, 이거 궁금하네요.

◀ 박진준 ▶

조희경 이사장은 이번 주식 매각이 사실상 조현범 사장이 아버지를 부추긴 결과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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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회장의 큰딸 조희경 씨.

그룹 지분은 0.89%밖에 없지만, 공익재단인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여러차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대신 지난달 26일 스트레이트와 서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조 이사장은 동생인 조현범 사장을 직접 겨냥했습니다.

[조희경/이사장(음성대독)]
"작년 조현범 사장 구속 이후 한국타이어에 대한 오너 리스크 여론이 생겼고, 가족들 간에 협의가 시작됐습니다. 정도경영을 위한 경영혁신 움직임이 조현식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어나던 차에, 조현범 사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했습니다. 이사회의 징계 움직임 등 위기의식을 느낀 조현범 사장이, 노환으로 건강한 상태가 안 좋은 회장님을 부추겨서 비밀리에 주식매매를 일으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현범 사장은 작년에 횡령으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이사회가 징계를 논의하자, 조 사장이 선수를 친 것 같다는 게 큰딸 조 이사장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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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이사장은 그룹 홍보실이 배포한 조양래 회장의 입장문도, 아버지가 직접 작성한 게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조희경/이사장(음성대독)]
"회장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은 4월 초였습니다. 회장님의 건강은 성년후견심판 청구를 한 것이 답이 될 것입니다. 회장님의 입장문은 회장님을 알고 계신 모든 분들이 직접 작성하지 않는 것 같다고 얘기하십니다."

경영진과 조현범 사장이 사전 모의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희경/이사장(음성대독)]
"회사 경영진은 조현범 사장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니 사전에 모의를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경영진들이 다른 가족들한테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함구령을 내렸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특히 조현범 사장의 횡령 범죄를 언급하며, 경영자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조희경/이사장(음성대독)]
"현재까지 밝혀진 조현범 사장의 범죄사실은 글로벌 기업인 한국타이어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조현범 사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제품의 퀄리티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가 그런 결정을 내렸을 리가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조희경/이사장(음성대독)]
"작년에 회장님께 증여하실 계획이냐고 질문을 드렸는데,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하셨습니다. 수십 년 동안 회장님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그룹을 운영해 오셨습니다. 평소 회장님의 신념과 철학에는 완전히 위배되는 결정을 갑작스럽게 내리신 것입니다. 대기업의 승계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회사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건강한 기업지배 구조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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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사장과 후계자 경쟁관계에 있던 형 조현식 부회장은 어떤 입장일까?

지난달 23일, 스트레이트는 횡령 혐의로 동생 조현범 사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조현식 부회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답변을 피했습니다.

[조현식/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아버지 조 회장님의 지금 상태는 어떠신 건지요? 그리고 지분은 어떻게 결정된 건지? 가족들하고 무슨 사전에 합의는 없었어요?)
"안녕히 계십시오. 죄송합니다."

대신 조 부회장의 입장을 다른 경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식 매각 직전 조 부회장이 친분이 있던 사람에게 쓴 편지를 입수했습니다.

[조현식/부회장(음성대독)]
"지난 몇 개월 동안 아버지의 인지, 정서, 판단 기능이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심각함을 감지했습니다. 아버지와 하와이에서 한 달간 함께 생활하며 아버지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왔다는 것을 제일 먼저 감지한 것은 큰누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동생 말만 듣는다고 했습니다.

[조현식/부회장(음성대독)]
"아버님은 동생 말만 들으십니다. 유흥업소 종업원 아버지 통장으로 10년씩 매달 천만 원 넘게 8억 원을 부친 일도, 거꾸로 '현식이 너는 아는 마담도 없는 무능한 사람이다'라고 하십니다. 회사 걱정을 드리면 동생을 모함하는 것이라고 무조건 화를 내십니다."

조현식 부회장은 동생 조현범 부사장 때문에 회사가 걱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현식/부회장(음성대독)]
"회사가 너무 걱정입니다. 이익이 1조에서 7천억, 5천억, 3천억으로 떨어지는 게 너무 빠릅니다. 주 고객인 현대자동차에서도 경고문이 왔습니다. 동생은 구치소에서도 인사위원회를 열어서 마음대로 인사를 했고, 구매-지출도 다 자기 맘대로 했습니다. 2007년 주가조작 때도 무탈하게 지냈고, 이번에도 4년 집행유예로 지나간다 해도, 저는 동생이 바뀌지 않으면 언젠가 결국 큰 벌을 받을 것 같아서 혼자 여러 생각을 합니다."

편지의 끝에는 조현식과 형제들 올림이라고 썼습니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전체 내용은 유튜브, WAAVE, MBC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매주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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