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지난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주지역에서 유학 중인 석박사 과정 연구개발(R&D) 인재들과 만났다.  /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지난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주지역에서 유학 중인 석박사 과정 연구개발(R&D) 인재들과 만났다. /LG 제공
LG그룹이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등에 강점을 가진 스타트업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계열사에 옮겨심기 위해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개방형 혁신’을 위해 우수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 나선 LG

11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과 권영수 부회장,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은 지난 6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찾아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4억2500만달러를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세운 회사다.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기술 개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신기술을 확보하는 게 설립 취지다. 자율주행, AI, 로봇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한다.

지금까지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지난해 10월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에 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최근에는 초고속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VR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인 ‘어메이즈VR’에 200만달러를 넣었다. 또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와 광학 필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옵토닷’ △요리법 제공 및 식재료 배달 서비스 플랫폼 업체인 ‘사이드쉐프’ △모바일 분야에 대한 벤처 투자를 하는 ‘노틸러스 벤처 파트너스’ 등도 LG의 자금을 받았다.

제조업도 스타트업 혁신 전략 수혈

LG테크놀로지벤처스와는 별도로 계열사들도 ‘알짜’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제조업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다. LG화학은 지난 10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더 배터리 챌린지’ 행사를 열고 스타트업 5곳(미국 4곳, 영국 1곳)을 최종 수상팀으로 선정했다. 배터리 업계에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연 것은 처음이다. 27개국 스타트업 129곳이 지원했다. 참가팀들은 리튬메탈 전지 등 차세대 기술을 비롯해 배터리제어시스템과 공정 및 품질 등에서 배터리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였다. LG화학은 이들 스타트업과 공동 연구를 하고 최대 200만달러의 지분 투자도 할 계획이다.

김명환 LG화학 배터리 연구소장(사장)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배터리 분야에서 신기술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AI,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엔젤 로보틱스’를 시작으로 ‘로보티즈’ ‘아크릴’ ‘보사노바 로보틱스’ ‘로보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