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복’ 두고 갈라진 공화당, 그리고 트럼프家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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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01. 오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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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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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패배가 확정된 다음날인 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떠나면서 지지자들에게 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스털링|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패배가 확정된 지 만 하루가 지난 8일(현지시간)에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공화당과 백악관, 가족들마저 “퇴로 모색”과 “불복 투쟁”을 두고 입장이 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선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쉽사리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캠프의 시몬 샌더스 수석 고문은 이날 CNN에 출연해 “대선 승리 보도가 나온 뒤 여러 공화당 의원들이 바이든 당선자에게 연락했지만 백악관 측에서 아직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결과에 승복하면 다음 대통령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이 게시글은 트위터로부터 ‘경고’ 딱지를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공화당부터 균열을 드러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밋 롬니 상원의원은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많은 유권자가 공화당을 택했지만 대통령에겐 투표하지 않았다”며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선긋기를 했다. 로이 블런트 상원의원도 ABC방송에 나와 재검표가 끝나도 “큰 차이를 가져올 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선거 과정은 공정했고 결과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거부한 것이다.

반면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재검표 완료”“법적 문제 심리”를 강조했고, 팻 투미 상원의원도 CBS방송에 나와 “정확한 집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놈 사우스타코타 주지사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선거 불법행위를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거들었다.

하지만 정작 공화당의 1인자로 통하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선 후 이틀째인 지난 5일 트럼프 캠프에선 “마이크 펜스(부통령)는 어디에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며칠째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입장이 갈렸고, 일부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7000만표 넘게 얻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표를 많이 받았다’는 메시지로 패배를 인정할 것을 설득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승복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와중에 측근과 가족들이 분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부정 투표의 증거를 제시하겠다는 기자회견까지 열었고,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선거 사기’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최측근인 딸 이방카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이 필요하다는 쪽이라고 CNN 등이 보도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아 ‘대선 패배 후 이혼설’까지 나온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패배를 수용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20일 퇴임까지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이란·중국 제재 등을 강화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AP통신은 이날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승복할 것으로 예상되진 않지만 임기 말에 마지못해 백악관을 비울 것 같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선거 부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대선에서 져 받은 상처를 스스로 달래면서 지지자들에게 ‘계속 싸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AP는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바이든 정부가 ‘불법 정권’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지지층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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