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여자의 남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면서도 힘든 일일까? 두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용하게 살아온 사십 년 세월, 아직도 여자의 본성과 아내의 존재를 제대로 보듬지 못해 분란이 일 때면 마음공부가 턱없이 부족함을 실감한다. 첫 수필집 『소 찾아 걷는 산길』이 출간된 직후에, 어느 어른께서 축하 전화를 하시어 과분한 칭찬과 덕담 끝에 “내가 자네 집안 어른들과 교분이 있어 하는 말이네만, 뒤에 적은 글들은 점잖지 못하니, 앞으로는 그런 글은 쓰지 않은 것이 좋겠네.”라는 뜻밖의 조언을 하셨다. 마흔 편의 순수수필 뒤에 신문에 쓴 칼럼 스무 편을 넣은 것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아마도 이런 글은 시류(時流)에 따른 세상사가 가미되기 마련이라 편향된 단견(短見)과 설익은 필력으로 자칫 세인들의 구설에 휘말리거나, 훈육·계도 하려는 시건방진 모습으로 비춰질까 우려한 충고의 말씀이라 고맙게 받았다. 그 ‘점잖지 못한 글’을 십 년째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