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기자의 여행>바위벼랑 품은 호반 · 중세 수도원 닮은 건축… 獨 풍경을 한국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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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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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를 끼고 있는 충북 옥천의 수생식물학습원 전경. 유럽의 중세 수도원 느낌으로 지어진 다섯 채의 건물이 이국적인 정취를 빚어낸다. 이런 훌륭한 경관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정해진 숫자만 예약을 받아 입장시키고 있어 조용하게 고즈넉한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주말보다 되도록 평일을 택해 다녀오길 권한다.


■ 옥천 대청호 위로를 주는 경치

대청호 낀 수생식물학습원 유럽 古城 보는 듯 이국적

다섯 채 건축물 곳곳 잘 가꿔진 정원… 클래식 음악 흘러

“바람보다 앞서 걷지 마세요” 글귀에 마음 차분

카페 테라스·성탑 건물 오르면 호수 전경 한눈에

추소리 부소담악 700m ‘바위병풍’ 그림같은 경관

물에 잠긴 긴 능선 제대로 보려면 건너편 ‘미르정원’이 명당

운해 명소 용암사 운무대 오르면 한폭의 수묵화 보는 듯

늦가을 해질 무렵 구름바다 만날 수 있어


# 대청호에서 엘베강을 떠올리다

‘수생식물학습원’. 이거야말로 가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이건 어떤가. ‘천상의 정원’. 학습원보다야 낫지만, 이것도 어쩐지 판에 박은 듯한, 영혼 없어 보이는 이름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겠지만, 수생식물학습원과 천상의 정원은 같은 장소를 부르는 이름이다. 충북 옥천의 대청호 호반에 있다.

수생식물학습원은 물론이거니와 천상의 정원이란 이름으로도 그곳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는 턱없이 모자란다. 석양이 노랗게 물드는 오후나 마당으로 삼은 대청호 수면에 물안개 피어나는 맑은 가을날의 이른 아침이라면 더 그렇다.

대청호를 끼고 있는 수생식물학습원은 이국적이다. 바위벼랑을 이룬 호반을 따라 유럽의 고성(古城)을 방불케 하는 이국적 건축물이 늘어서 있고, 이런 건축물들이 잘 가꿔진 정원과 나무들과 그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과 건축물 사이에는 편안한 침묵과 차분한 음악이 흐른다.

대청호가 만든 명소 ‘부소담악’. 바위로 된 등줄기가 물 쪽으로 길게 나아간 모습이다. 왼쪽에 정자 ‘추소정’이 보인다.


거기서 자연스럽게 떠올린 곳이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강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돌아본 엘베강변에는 고성과 저택이 늘어서 있었는데, 대청호의 수생식물원이 그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 고성을 닮은 건축물 사진만 보여준다면, 그게 충북도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수생식물학습원은 농촌의 자연환경과 농업 환경이 어우러진 경관을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이른바 ‘경관 농업’에 꿈을 둔 다섯 가구가 의기투합해 18년 동안 나무를 심고 정원을 만들고 식물원을 지어 일궈낸 공간이다. 이 공간을 앞장서 만든 이가 주서택 원장이다. 주 원장은 청주에서 활동해온 목사이자 환경운동가. 25년여 동안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간사로 일했고, 청주 CCC 대표를 맡았으며 청주의 한 교회에서 목회를 했다. 환경운동에도 발 벗고 나서 충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를 12년간 지냈고,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로도 활동했다.

청주의 한 교회에서 15년 동안 목회 활동을 했던 주 원장은 교회개혁에 앞장서 왔다. 담임목사 임기제도와 정년 단축, 절대 세습 및 친인척 후임 불가 등의 원칙을 세웠고, 교회 재정의 50%를 교회 밖으로 내보낸다는 원칙을 지켰다. 그러다 정년을 5년 앞둔 지난 2017년, 돌연 담임목사에서 조기 은퇴하고 후임 목사에게 직을 물려줬다. 은퇴하면서 교회에서 내주겠다는 새 승용차도 사양했으며, 퇴직예우금 명목으로 받은 2억 원도 이임식 자리에서 다시 교회에 헌금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교회에서 물러난 주 원장은 틈날 때마다 가꿔온 이곳 수생식물학습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대청호 식수원을 보존하고 콘크리트 도시 속에 사는 이들이 위안받을 수 있는, 자연과 교감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오랜 꿈의 실현을 위한 이주였다. 수생식물학습원에 가게 된다면 낡은 목장갑을 낀 채 정원 이곳저곳을 공들여 다듬고 있는 안경을 낀 순한 눈매의 사내가 있다면 슬쩍 말을 섞어 보시길…. 그가 주 목사, 아니 주 원장일 테니 말이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수생식물학습원과 천상의 정원이란 이름의 부적절성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이 이름은 실은 공간이 가진 두 가지 목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하나는 수질을 정화하는 수생식물의 가치를 들여다보게 하는 생태와 환경교육의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근사하고 낭만적인 경관이 주는 휴식과 평안이다. 자연이 주는 위안을 경험하면, 그 가치의 소중함을 알게 되니 두 목적이 종래에는 같은 결과로 이어지겠지만 말이다.

종교적 배경을 듣고 수생식물학습원의 문을 들어서면서 곳곳에 ‘종교를 강권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혹시 찬송가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정원 이곳저곳에 글귀가 있긴 했지만, 종교 색을 띤 것은 없었다. 딱 한 곳만 빼고는. 그 얘긴 뒤에서 다시 하기로 하자.

정원에 내걸린 글귀를 읽어본다. “바람보다 앞서 걷지 마세요.” “산과 들과 호수는 누리는 사람이 주인이다.” 대부분 자연을 대하는 태도 혹은 속도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찬송가 대신 정원에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가곡이 수면에 물방울이 그린 동심원처럼 은은하게 번져나갔다. 평안하고 아름다웠다.

산책코스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호수를 끼고 걷다가 군데군데 조망의 공간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의 늦가을 풍경이 마치 박하사탕처럼 청량하게 느껴졌다.

옥천 용암사 뒤편 장령산에 만들어놓은 전망대 ‘운무대’에 올라 바라본 이른 아침 풍경. 일교차가 큰 날이면 분지를 이루고 있는 옥천읍과 동이면 일대는 짙은 안개가 고여 출렁인다.


중세 수도원의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조성한 수생식물학습원에는 매혹적인 공간이 여러 곳 있다. 그중 하나가 담쟁이 넝쿨 휘감은 건물에 들어선 카페 ‘더 레이크’의 테라스. 가장 넓은 시야로 대청호를 바라보는 자리에 테이블을 놓고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해뒀는데 혼자라고 해도 아주 오래 거기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한 곳이 학습원의 진회색 벽돌로 이국풍으로 지은 다섯 채 건물 중에서도 가장 이국적인 ‘달과 별의 집’이다. 고성을 연상시키는 건물에는 성탑이 있다. 좁고 긴 철제 사다리를 아슬아슬 딛고 성탑에 오르면 대청호와 학습원의 자연경관을 한눈에 다 담을 수 있다. 안전 문제로 입구를 잠가 놓았는데, 관람객이 적은 평일이라면 부탁해볼 수 있겠다.

나머지 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이다. 전체 공간 중에서 종교적 색채가 드러나는 딱 한 곳이다. 교회당이라고 하지만 두 명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작다. 이런 식의 건축물이나 작명이 드물지 않아 어쩐지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그 앞에 ‘2009년 일대에 불이 났는데 불길 속에 예수님이 나타난 뒤에 불이 저절로 꺼졌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간증을 써놓은 안내판도 비(非)신도의 입장에서 좀처럼 공감할 수 없음에도, 여기를 인상적인 공간으로 꼽은 건 호수 배경의 십자가 아래 헌금함에 써 붙인 글 때문이었다.

그 글을 간추리면 이렇다. ‘여기다 헌금을 두고 가는 분이 자주 있어 어쩔 수 없이 헌금함을 두게 됐으며, 모은 돈을 뇌병변 장애로 11년째 투병하고 있는 주민 ○○○ 씨와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을 포함해 네 자녀와 어렵게 살고 있는 한부모 가정 ○○○ 씨에 전달하겠다.’ 눈길이 간 건 또렷하게 적은 이름 석 자였다. 그 이름은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이가 실재함을, 그리고 내가 낸 마음이 거기에 당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심코 내놓은 마음을 꼭 필요한 이들에게 전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 아닌가.

# 호수에 솟은 근사한 바위 병풍

옥천에서 대청호와 어우러진 경관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이 멀지 않은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담악(芙沼潭岳)이다. ‘숨을 은(隱)’에 ‘병풍 병(屛)’자를 써서 ‘은병’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부소담악은 급하게 굽이치는 금강의 물줄기가 땅을 병풍처럼 세워놓은 곳이다.

본래 금강변의 산줄기였던 곳이 대청호 담수로 물에 잠기면서 칼날 같은 능선만 수면 위에 길게 드러났고, 물에 잠긴 부분의 흙이 씻겨나가면서 바위가 드러나 마치 바위 병풍을 둘러놓은 듯한 독창적인 풍경이 됐다. 물 위로 병풍처럼 길게 이어나간 바위의 길이가 자그마치 700m다.

부소담악은 한번 가보면 누구나 감탄할 만한 곳임에도 최근에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옥천군 관광안내지도에 이름을 올린 것도 불과 몇 해 전의 일이다. 이 정도로 빼어난 명승이라면 음풍농월하던 옛 선비들의 입길에 제법 오르내렸을 법한데, 부소담악에 얽힌 이야기는 거의 없다. 우암 송시열이 유배 도중 부소담악 일대를 ‘작은 금강산 같다’고 했다는 게 전해지는 이야기의 거의 전부다.

생각해보니 그거야말로 당연한 일이다. 부소담악의 비경은 대청호 담수로 완성된 비교적 최근의 경관이기 때문이다. 금강을 막은 대청댐의 담수가 시작된 게 1981년. 산자락이 물에 잠겨 비로소 긴 능선이 돌 병풍처럼 남아 지금의 극적인 부소담악 경관이 만들어졌다. 나이로 치면 1981년생인 셈이니 옛사람이 알 턱이 있나.

부소담악은 돌 병풍의 등줄기를 딛고 추소정에 올랐다가 길이 끊기는 곳까지 가서 보게 되는데, 실은 배를 타고 보거나 물 건너편 쪽에서 봐야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봐야만 바위가 병풍을 이룬 부소담악의 전체 모습이 다 눈에 들어온다.

수생식물학습원 호반 테라스에서 바라본 아침 안개로 뒤덮인 대청호 건너편 모습.


부소담악 건너편에 2018년에 들어선 ‘미르정원’이 부소담악을 보는 명당 중의 명당인 까닭이 그렇다. 미르정원은 30년 전쯤 부소담악이 바라다보이는 맞은편 땅을 사 농사를 지어오던 이재홍(60) 씨가 일대 3만3100㎡(약 1만 평)의 땅을 사들여 정원을 조성한 뒤에 문을 연 곳이다.

미르정원은 사행하는 물줄기가 길을 끊어내 육로로는 갈 수 없는 자리에 있다. 부소담악 아래 추소리에서 빤히 건너다보이지만 정원 소유의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배를 타면 부소담악 앞을 유유히 지나 미르정원으로 건너가니 유람선이 따로 없다.

미르정원의 가장 큰 매력은 부소담악의 경관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는 점. 정원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들여다 놓은 컨테이너로 주변이 좀 어수선하지만, 코스모스와 가을꽃으로 가득한 정원과 산책로의 운치가 제법이다. 완성된 게 아니라 ‘만들어지고 있는 곳’이라는 걸 감안하면 미르정원은 앞으로가 훨씬 더 기대되는 곳이다.

# 늦가을 운해 만나는 테라스 ‘운무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는 ‘호시노리조트 도마무’가 있다. 홋카이도 최대 규모의 체류형 리조트다. 스키 리조트지만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도 산악형 휴양지로 이름난 곳이다. 이 리조트의 명물이 ‘운카이(雲海) 테라스’다. 리조트 뒤편의 산 중턱에 운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거기서 보는 운해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걸 보러 온 손님들이 늘어나자 리조트 측은 하루 종일 로비의 전광판이나 객실 TV에 ‘내일의 운해 확률 예보’를 내보낸다. 운해 확률 예보가 70%가 넘어서는 날이면 새벽에 출발하는 운카이 테라스행 운해 버스 투어가 사람들로 꽉 찬다.

우리나라에 ‘운해 테라스’를 만든다면 어디에 만들어야 할까. 가장 유력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옥천의 용암사가 아닐까. 도마무에 운카이 테리스가 있다면 용암사에는 ‘운무대(雲霧臺)’가 있다. 법주사의 말사인 용암사는 보물로 지정된 두 기의 삼층석탑과 마애여래입상 등도 볼 만하지만, 가장 이름난 건 용암사 마당에서 보는 운해다.

용암사에서 내려다보이는 옥천읍과 동이면 일대의 분지에는 이른 봄이나 늦은 가을 해 질 무렵이면 짙은 운해로 가득 찬다. 그 모습을 용암사 앞마당이나 용암사가 등을 대고 있는 장령산에 오르면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용암사의 운해를 가장 먼저 찾아온 건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다. 봄가을이면 사진작가들이 몰려들어 절집이 북새통을 이루자, 옥천군에서 장령산에 아예 운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인 운무대를 만들었다. 이즈음에도 중형 카메라에 삼각대까지 지고 오는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지만, 운해의 장관을 보고자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 운무대를 오르는 여행자들도 늘었다. 용암사에서 운무대까지는 걸어서 20분 남짓. 산행코스와 다를게 없는 오르막이긴 하지만, 아침 운동쯤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다. 카메라가 없다고 해도 아쉬울 건 없다. 운해로 뒤덮인 수묵화 같은 풍경을 눈으로, 또 마음으로 인화해 담아둘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얻은 것도 있다. 코로나19가 일깨운 것 중 하나가, 소소해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의 소중함이다. 어디든 가고 누구든 만나던 시절에는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찬찬히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대표 여행지가 아니었던 옥천을, 지금 다시 보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그나마 옥천에서 알려진 건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장계관광지 정도였다. 눈여겨보지 않았던 옥천에서도 더 눈길이 가지 않았던 곳이 청산면 일대다. 함석지붕과 슬레이트를 덧대 지은 농가가 모여 있는 청산면 소재지는 푸근한 고향의 정서가 느껴지는 곳이다.



청산면에는 보청천 물길이 흘러가는데, 보청천의 물길과 언덕 위의 정자 상춘정(常春亭)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서정적이고,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하는 졸업식 노래나 동요 ‘엄마 앞에서 짝짜꿍’을 만든 정순철 작곡가 생가가 있는 교평마을의 벽화골목도 소박하고 평화롭다.

옥천에는 새로 생긴 명소도 있다. 수북리 선사공원에서 출발해 대청호반을 따라가는 걷기 길인 ‘향수호수길’이 대표적인 곳이다. 군북면 증약리에는 한국 언론의 사표로 불리는 청암 송건호 선생의 흉상이 세워진 생가터와 공원이 있다. 생전의 고인을 기려 찾는다는 의미가 우선이지만, 마을이 잘 꾸며져 있고 주변에 근사한 찻집도 있어 기꺼이 권할 만하다

■ 여행정보

충북 옥천의 ‘수생식물학습원’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방문 하루 전까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 예약을 받는 건 입장객 제한 인원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 최대 입장 인원은 100명으로 정해져 있다. 일요일에는 문을 닫으니 예약이 가장 많은 건 토요일이다. 살짝 귀띔하자면, 토요일에는 입장객 수가 150명까지 늘어나기도 하는데, 예약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멀리서 온 이들을 매몰차게 돌려보낼 수 없어 마지못해 입장시키는 경우가 적잖다. 그렇더라도 예약은 필수다. 온라인(www.waterplant.or.kr)으로도, 전화(043-733-9020)로도 예약을 받는다. 입장료는 5000원.

부소담악을 볼 수 있는 미르정원은 추소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입장료는 1만 원으로 도선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미르정원 주인이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마중을 나오는데 배로 들어가면서 부소담악 모습을 물 위에서 볼 수 있다. 미르정원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도 할 수 있다. 배를 타지 않으면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니 호젓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옥천 용암사와 운무대는 일출 무렵에 맞춰 가는 게 좋다. 운무대는 1, 2, 3전망대로 이뤄져 있는데, 사진에 담기는 풍경은 저마다 다르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가장 높은 곳의 장령정 전망대에서 운해를 감상하고 나서 내친김에 거북바위, 왕관바위 등을 보고 내려오는 것을 권한다. 용암사에서 왕관바위까지는 대략 40분쯤 걸린다.

옥천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생선국수다. 민물고기를 푹 끓여서 국수를 넣어 먹는 음식이다. 생선국수로 이름난 식당이 죄다 청산면에 몰려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이 ‘찐한 식당’(043-732-3859)이다. 칼칼하면서도 진한 생선국수의 맛도 좋지만,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과거 장면을 촬영했을 만큼 옛 모습이 남아 있는 식당 분위기도 정겹다. 인근에 선광집, 청양회관, 금강식당 등 생선국수집이 즐비하다. 피라미를 튀겨 고추장 양념을 얹어낸 도리뱅뱅이를 곁들여야 하는 건 물론이다.

■ 수생식물학습원 어떻게 가꿔지나

정원에 무리 지어 자라는 원예 수종 ‘천사의 나팔’만 봐도 알 수 있다. 월동이 불가능한 나무인데 해마다 가을에는 온실로 옮겨 심고 이듬해 봄에는 정원에다 이식하기를 반복한다. 이런 수고를 감수하는 건 ‘아름다운 꽃이 정원에서 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이렇게 애써 가꿨으면서도 식물원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옥천 = 글·사진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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