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제훈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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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2   |  발행일 2016-05-02 제24면   |  수정 2016-05-02
“까칠하지만 따뜻한 한국형 히어로 매력적이지 않나요”
악을 처단하지만 악명높은 불법흥신소 사립탐정 역할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제훈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통해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이제훈은 “첫 단독 주연이라 부담이 컸지만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제훈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에서 이제훈이 연기한 홍길동은 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수장이자 사립탐정이다. 나쁜 놈을 처단하지만 착하지 않고, 히어로지만 완벽하지 않은 그는 잔인하고 무자비하기가 악당보다 더 악명이 높은 안티 히어로에 가깝다. 이제훈에게서 발견한 가장 신선한 얼굴이기도 하다. ‘탐정 홍길동’은 ‘늑대소년’으로 독보적 스타일의 영상미와 연출력을 자랑한 조성희 감독의 신작이다. 복수를 꿈꾸던 홍길동이 거대 조직 광은회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신체적으로나 인격적으로 결함이 많은 색다른 영웅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감독에게 차가움과 순수함이 공존하는 이제훈은 홍길동 그 자체였다. 이제훈 역시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며 “그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바르고 순수한 청년 이미지를 벗어나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돌아온 이제훈의 변신을 주목해 본다.


악을 처단하지만 악명높은
불법흥신소 사립탐정 역할

중절모·권총·트렌치코트…
독특한 만화 느낌의 누아르
또 무전기로 연결…신기해
‘시그널’ 팬들 재미 느낄 듯

▶국내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감각의 영화이자 캐릭터다. 만들어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을 것 같은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되게 만화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영화로 구현될지 궁금했다. 물론 감독님의 전작 ‘늑대소년’ ‘남매의 집’ ‘짐승의 끝’을 보면서 그분의 남다른 세계관과 연출 감각에 대한 확신과 기대감은 있었다. 때문에 ‘미국의 50~60년대 필름 누아르 형식을 한국의 80년대로 입혀보고 싶다’는 감독님의 말이 낯설게 느껴지기보다 흥미로웠다. 캐릭터적으로도 홍길동은 비겁하고 교활한 인물에 가깝지만 그런 친구가 어릴 적 트라우마와 결핍을 극복하고 마을 사람들을 구한다는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싸움도 못하고 머리만 비상해서 거짓말만 늘어놓는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정말 흥미로웠다.”

▶원톱에 가까운 첫 주연작이다. 책임감과 부담감도 많았을 듯한데.

“당연히 많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한편으로 영화의 이야기와 만듦새, 재미적인 측면을 본다면 자신은 있었다. 물론 조성희 감독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얘기다. 우리 영화는 색채나 미장센 등 영화적인 세팅을 많이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홍길동이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어떤 전제 조건은 감독님이 생각하는 세계관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된다. 그 점을 믿었기에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분명 이런 독창적인 영화를 기다렸던 관객들이라면 반갑게 맞아줄 것 같다.”

▶몽환적 느낌이 나는 영화에서 아역으로 등장하는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 자매는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했다.

“맞다. 우리 영화가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데 아이들로 인해서 환기가 되고 밝아졌다. 이야기 설정상 길동은 두 아이를 만나 불편한 동행을 하게 된다. 아이들을 굉장히 멸시하고 악랄하게 대해야 했는데 실제로도, 영화 속에서도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까칠하고 못되게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특히 인상적인 건 말순을 연기한 하나양이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하나를 감독님이 맨투맨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면서 촬영했다. 다행히 잘 따라줬고 덕분에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연기가 놀라울 정도로 잘 표현됐다.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을 너무 보고 싶었던 터라 지금도 하나가 기특하고 고맙다.”

▶최근 드라마 ‘시그널’ 속 박해영 캐릭터로도 사랑을 받았는데.

“영화를 찍고 나서 ‘시그널’을 만났다. 드라마가 마무리되고 나서 후반작업 단계 때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공교롭게 연결고리처럼 영화 속 오프닝, 중간, 마무리에 무전기가 등장해서 신기했다. 박해영 경위가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뛰었던 인물이라면 홍길동은 누군가에게 복수하고 그를 죽이려 하는 인물이다. 대사 톤도 저음에 나긋나긋하고 생각을 하는데도 굉장히 차분하다. 이런 점에서 뜨거운 열망을 가졌던 프로파일러 박해영 경위와 차갑고 냉혈한처럼 보이는 두 캐릭터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편인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베트맨’ 시리즈를 좋아한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도 마찬가지이고. 만화로밖에 접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실사로 만난다는 게 신기했고 덕분에 열광적으로 봤다. 그래서 한편으론 한국형 히어로물의 등장을 기다렸고 ‘탐정 홍길동’을 반갑게 마주할 수 있었다. 비록 안티 히어로지만 사랑을 해주신다면 우리 나름의 자랑스러운 한국형 프랜차이즈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다.”

▶독특한 미장센과 안티 히어로라는 점에서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분명 낯설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런 비주얼이나 색채감, 그리고 트렌치코트에 중절모, 권총을 들고 있는 캐릭터는 나도 본 적이 없다. 예전 미국 고전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낯선 캐릭터지만 이런 참신한 시도를 좋게 보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

▶‘건축학 개론’을 제외하면 출연 영화들의 흥행성적은 좋지 않았다.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제훈만을 놓고 본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대중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건 작품 선택 시 고려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여기엔 개인적인 취향도 크게 작용하는데 나는 캐릭터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 안에 있는 캐릭터의 비중보다 작품에 함께 참여할 수 있고, 일조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는 편이다. 그 부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대중과 소통이 될 수 있는지가 이제 내게 주어진 과제다. 그렇게 본다면 ‘탐정 홍길동’은 그에 대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배우로서의 철학과 목표가 뚜렷한 것 같다.

“관객들이 봤을 때 ‘저 친구는 뭔가 진짜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진실성이 보여야 한다. 내 연기적 목표이기도 한데 진실성에 더해 ‘이제훈이 나오면 무조건 재밌고 또 보고 싶어진다’라는 신뢰감을 얻는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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