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 차가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낮은 생산성에다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까지 겹쳤다. 한국GM은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한국은 한때 자동차 생산 5위 국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도 멕시코에 뒤져 7위로 내려앉았다. 미국의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면 스페인(8위)에도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車, 印·멕시코 이어 스페인에도 추월당할 위기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411만4913대로 2016년(422만8509대) 대비 2.7% 감소했다.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생산량이 줄고 있다. 자동차 생산 10대 국가 중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자연스럽게 생산 순위도 떨어졌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5위 자리를 지켰지만 2016년 인도에 밀려 6위로 내려앉았다. 올 1분기(1~3월)에는 멕시코에도 밀려 7위로 추락했다. 2015년만 해도 한국(456만 대)의 생산량은 8위 스페인(273만 대)의 두 배 수준이었지만 올 1분기엔 한국(96만 대)과 스페인(73만 대)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조는 매년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한국GM은 철수설로 홍역을 치렀다.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국내 생산량이 대폭 줄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내수 판매량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역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낮은 생산성과 높은 임금이 자동차산업 위기의 궁극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자동차업체의 생산성은 주요 제조회사 중 가장 낮은 편이다. 한국 자동차업체 5사가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6.8시간이다. 도요타(24.1시간) GM(23.4시간) 포드(21.3시간) 등과 비교하면 최대 5시간 이상 길다. 노동 유연성도 떨어진다. 현대차는 신차를 투입하거나 특정 모델을 더 많이 생산하려면 노조 동의를 구해야 한다. 다른 완성차 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에 비해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평균 임금은 도요타, 아우디,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보다 높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고임금과 노동 경직성, 낮은 생산성 등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한국이 자동차 생산국으로서의 매력을 점점 잃어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