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끊임없는 의심과 관음의 구덩이 - 메기 [영화]

글 입력 2020.11.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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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이옥섭 감독의 영화 <메기>는 6가지의 작은 episode가 연결되어 의심과 믿음이라는 큰 주제를 완성한다. 마리아 사랑 병원에 사는 메기의 내레이션으로 주인공인 간호사 윤영과 남자친구 성원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옥섭 감독과 꾸준히 작업해온 구교환 배우가 바로 남자친구 성원으로 등장한다. 'Girls on Top'을 비롯한 두 사람의 전작들이 그렇듯이 독특하고 창의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재개발 지역 반대 시위를 하는 청년들이 선탠하는 모습, 도시 곳곳에 생기는 싱크홀들, 포클레인에 몸을 담고 도로를 질주하는 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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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기>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니크함과 '믿음'이라는 큰 주제를 시사하며 독립영화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9년 영화 <벌새>가 벌새단을 형성하며 인기를 누린 것과 마찬가지로 <메기>는 메기떼라는 팬층을 형성했다.

 

사건의 발단은 병원 엑스레이 실에서 누군가가 성관계를 갖는 도중에 엑스레이가 찍힌 것이다. 이 사진이 병원에 퍼지면서 모든 사람이 당사자가 누굴까 의심하고, 혹시 자신일까 봐 병원에 나오지 않는다.

 

윤영과 병원장은 출근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전화하고 몸이 아프다는 등의 변명을 믿어야 하는지, 아닌지를 토론하기 시작한다. 다른 에피소드에선 성원이 자신의 반지를 훔친 건 아닌지 후배를 의심하고, 병원 사람들은 메기가 움직이자 지진이 날 거라고 믿어 병원 밖으로 피신한다.


"우리의 삶은 오해를 견디는 일이다"

"내가 개를 고양이라 우겨도 믿을 사람은 믿고, 떠들 사람을 떠든다"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가 성원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를 고민한다. 병원장은 성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말하지만, 결국 윤영은 성원과 헤어지기를 선택한다. 이후 성원의 이야기를 듣고자 찾아가지만, 성원은 죄를 인정하고 싱크홀이 갑자기 생기며 그는 밑으로 추락한다.

 

약간은 어이없던 결말이었으나 감독은 데이트 폭력을 행사했던 범죄자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사람들, 언론들과 달랐기 때문에 오히려 어이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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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음과 의심이라는 주제 외에 관음에도 집중해보고 싶다. 처음엔 영화가 끝나고 엑스레이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밝혀지지 않아 찝찝했고 포털에 검색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에 그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는 절대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생활 침해한 찍은 사람은 안 궁금해하고, 오직 찍힌 사람들만 궁금해했어요"


다른 관객들도 나처럼 추측하고 궁금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병원 엑스레이 실에서 관계를 갖는 게 잘못되긴 했지만, 우르르 몰려 관음하고, 추측하고, 자신은 아닌 척 돌을 던지는 대중들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피해자만 궁금해한다는 건 몇 년 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몰래카메라(불법 촬영물)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

 

과연 이런 관음적 시선이 없어질 수 있는 걸까?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고 인류의 역사 동안 항상 그래왔다. 단순한 서커스뿐만 아니라 기형적인 사람을 보여주는 쇼, 제국주의 시절의 인간 동물원, 사형 집행 등등 인간은 애초에 자신과는 다른 자극적인 무언가를 구경하곤 한다. 현재는 양상만 다를 뿐이다.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V-log로 일상을 면밀히 보여주고, 연예인들은 집에서 사는 모습을 관찰카메라로 공개한다.


"관음의 일상화" 혹은 "일상의 관음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관음하고 그 관음은 당연한 것이 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약간의 자극으론 자극을 받지도 못한다. 유튜브의 영화 <메기>의 리뷰 영상을 검색하면 "Xray 실 ㅅㅅ 스캔들." "누가 Xray 실에서 ㅅㅅ를 했을까?" "누가 엑스레이실에서 신음소리를 내었는가"라는 타이틀의 영상이 나온다. 영화의 핵심보다는 자극적인 소재만을 부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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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온전하게 존재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대요"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진실은 맥락 속의 참된 의미라면 사실은 존재론적인 참을 의미한다. 진실이 온전하게 존재하는 곳은 없다. 사실을 이어붙이고 편집해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를 만들 듯이, 병원 사람들의 의심과 추측을 더해 범인을 찾으려 하듯이 사실은 관음을 위해 찢기고 덧붙여진다.

 

그래서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메기가 등장한다. 병원 사람들의 이야기 창구였던 메기는 진실에 제일 가까운 공간이자 생명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메기는 성원이 자신이 전 여자친구를 때린 게 맞다며 윤영에게 진실을 말하자 아주 높이 뛰어오른다.

 

 

[오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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