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을 드러낸 ‘공룡’이 ‘곰’을 이겼다. NC가 2018년 스토브리그에서 ‘최대어’로 떠오른 양의지(31)를 품에 안았다.

NC는 11일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와 4년 총액 125억원(계약금 60억원, 연봉 65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25억원은 2017년 이대호가 롯데와 계약할 때 기록한 FA 최고 금액인 15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 규모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포수 포지션으로만 한정하면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강민호의 4년 80억원을 훌쩍 넘기는 최고액이다. NC는 2015년 박석민을 4년 96억원에 영입한 데 이어 3년 만에 대형 FA 계약의 주인공이 되면서 또한번 야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NC가 적극적인 투자를 한 것은 팀의 부족한 부분이 ‘포수’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주전 안방마님 김태군이 군에 입대하고 맞이한 첫 시즌인 올해 NC는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해 애를 먹었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투수진의 과부하 등 다른 외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시즌 후 NC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구단 자체적으로 논의한 결과 양의지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최대어’로 꼽힌 양의지는 공수를 겸비한 최고의 포수다. 올해 정규시즌 타율 3할5푼8리로 이 부문 2위에 올랐고 도루 저지에서도 3할7푼8리로 1위를 차지했다. 두산 투수들과 손발을 맞춰 팀을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이다. 지난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수상을 하기도 했다.

NC는 “양의지를 영입하겠다”고 공언한 적은 없지만 그동안 “우리가 필요한 부분은 포수 쪽”이라며 에둘러 관심을 표했다. 지난 4일부터 본격적인 영입전에 뛰어든 후에는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두산보다 더 많은 금액을 베팅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양의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종문 NC 단장은 “대외적으로는 오픈하지 않았지만 영입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생각하는 ‘선’에서 출발을 했고 에이전트와 조율하는 기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과감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리 팀에 많은 포수들이 있지만 올해 부족한 점이 드러났고 그런 부분에서 절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의지같은 압도적인 선수가 시장에 나오는 게 흔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젊은 투수의 성장까지 고려해봤을 대 전력 변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9시즌 새 야구장으로 둥지를 트는 NC로서는 강한 전력을 갖춰 홈 팬들의 성원과 지역 사회의 지원에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필요도 있었다. 김 단장은 “창원시에서 큰 돈을 들여 야구장을 지었다. 사회 공헌 활동도 중요하지만 적극적 투자로 전력으로 화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포수 문제를 해결한 NC는 양의지 영입만으로 단숨에 내년 시즌 강팀 대열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앞서 NC는 새 외국인 투수 2명도 모두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선별해놓은 상태다.

부임하자마자 구단의 ‘큰 선물’을 받은 이동욱 감독은 “구단에서 나도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해줬다”며 “양의지와 새 구장에서 잘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양의지도 올해 팀 성적이 안 좋은 걸 알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양의지는 구단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을 선택하게 됐다”며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이어 “기회를 주신 NC 구단 뿐 아니라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신 두산 구단과 김태형 감독님, 동료 선수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