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최진실·진영 어머니, 억울하고 답답했던 그간의 심경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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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인이 된 최진실·진영 남매의 어머니 정옥숙씨. 한때 그녀는 아들 딸 덕분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아들 딸 때문에 세상을 다 잃은 것 같다고 한다. 남매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홀로 손자 손녀를 키우며 살아갈 이유를 찾고 있는 정옥숙씨. 그녀는 그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정말 많았다며 가슴 속에 맺힌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고(故)최진실·진영 어머니, 억울하고 답답했던 그간의 심경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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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 덕분에 한낮의 도심은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이렇게 더울 때는 인터뷰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현장에 도착하곤 한다. 그래야 흐르는 땀이라도 닦고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 30분 전,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기자는 이미 현장에 도착해 기자를 기다리고 있는 정옥숙씨(67)를 만났다. 아마도 그는 속내를 털어놓기 위해서 약간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오랜만에 마주 앉아 찬찬히 살펴본 그의 얼굴은 예전보다 밝아 보였다. 톱스타 최진실·진영 남매를 둔 덕분에 한때는 남부러울 것 없이 지낸 그다. 세상 어느 자식보다 엄마를 끔찍이 챙겼던 남매는 고생하는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돈은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모두 엄마에게 갖다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갑고 다정하던 남매는 지금 엄마 정옥숙씨만을 남겨놓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후, 전 한시도 진실이 진영이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어떻게 잊겠어요.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그립고 가슴에 사무쳐요. 자식이란 그런 건가 봐요.”

사실 최진실이 자살을 선택하기 전까지 최진실·진영 남매는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살아남기 어렵다는 연예계에서 최진실 남매는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며 위치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어머니 정옥숙씨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감내하며 이겨내야 했다. 세상에 둘뿐인 자식을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고통을 겪은 후에도 정옥숙씨는 자식들을 둘러싼 수많은 소문, 억측들과 싸워야 했다. 그는 억울했다. 천금 같은 자식들을 자살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보낸 것도 억장이 무너지는 일인데 출처 불명의 루머들은 그를 더욱 옥죄어왔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한들 속이 시원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다고 죽은 자식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가슴속에 묻었다. 죽은 자식도 묻고 흉한 소문과 억측도 묻고 색안경 끼고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묻었다.

그런 그가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시도는 MBC-TV 휴먼다큐 ‘사랑’에 출연한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최진실의 아이들, 환희 준희와 함께 사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모아 책으로 엮었다. 얼마 전에 출간한 책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어요. 톱스타의 위치에서 말도 안 되는 소문들과 맞닥뜨리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속이 상했죠. 연예인이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연예인이기 때문에 출처 불명의 소문에 시달리며 괴로워하기도 해요. 하지만 일일이 다 속을 까보일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살았어요. 근데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자식들은 악성 루머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세상을 떠났어요. 그 한을 제가 풀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죽어서 제 아이들 얼굴을 못 볼 거 같았어요. 그래서 책도 냈어요. 책을 통해서 그동안 억울하게 오해를 받았던 부분이 조금이나마 밝혀졌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번 책에는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두 번째 책을 낼 계획도 있다고 했다. 그때는 좀 더 내밀하고 허심탄회한 속내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엄마, 사람들은 왜 나를 믿어주지 않을까?”
죽기 전 최진실은 어머니 정옥숙씨에게 자신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토로했었다. 연예인이 사람들에게 가십거리의 대상이라는 것은 알지만 말도 안 되는 악성 루머들이 돌 때면 최진실은 무척 괴로워했다는 것.

1 환희 어릴때 최진실과 정옥숙씨. 2 최진실이 스타로 급부상한 직후. 3 최진실의 딸 준희와 아들 환희, 환희가 엄마에게 쓴 편지. 4 최진실 최진영 남매의 프로필 사진. 5 환희가 태어나고 가장 행복해 하던 시절, 정옥숙씨와 최진실. 6 양가의 반대에도 행복하게 잘 살거라고 믿었던 조성민과의 결혼식. 7 최진실 최진영 남매가 어릴때 유일하게 같이 찍은 사진. 8 준희를 임신했을 때 청계산에 운동을 갔던 최진실. 표정이 슬퍼보인다. 9 준희와 함께 환희의 운동회에 참석한 최진실. 10 지하실에서 처음 전세집으로 이사가서 행복해하던 시절.

1 환희 어릴때 최진실과 정옥숙씨. 2 최진실이 스타로 급부상한 직후. 3 최진실의 딸 준희와 아들 환희, 환희가 엄마에게 쓴 편지. 4 최진실 최진영 남매의 프로필 사진. 5 환희가 태어나고 가장 행복해 하던 시절, 정옥숙씨와 최진실. 6 양가의 반대에도 행복하게 잘 살거라고 믿었던 조성민과의 결혼식. 7 최진실 최진영 남매가 어릴때 유일하게 같이 찍은 사진. 8 준희를 임신했을 때 청계산에 운동을 갔던 최진실. 표정이 슬퍼보인다. 9 준희와 함께 환희의 운동회에 참석한 최진실. 10 지하실에서 처음 전세집으로 이사가서 행복해하던 시절.


“안재환씨가 자살한 후 진실이를 둘러싼 소문이 많았어요. ‘정선희에게 돈을 빌려줬다’, ‘최진실 모녀가 사채를 했다’는 등 정말 기가 막힌 소문들이었죠. 어디에 가서 얘기할 필요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진실이는 늘 ‘엄마, 사람들은 왜 내 말을 믿지 않지’라며 억울해했어요.”

생전에 최진실이 가장 억울하게 생각했던 소문은 바로 ‘사채업자설’이다. 2008년 개그우먼 정선희의 남편이자 탤런트 안재환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이른바 ‘사채업자설’이 돌았다. 안재환에게 거액의 사업자금을 빌려준 사채업자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최진실 모녀라는 것. 당시 최진실은 안재환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세간의 루머와 싸우면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진실이 별명이 짠순이예요. 진실이는 돈을 그냥 줬으면 줬지 누구한테 빌려주는 성격이 아니에요. 저 역시 진실이, 진영이가 벌어다 준 돈을 관리하기에도 벅찬데, 그 돈을 누구한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 우리 모녀에게 사채업자라니요. 대체 그런 말들을 누가 만들어냈는지, 어쩜 말들을 그리 쉽게 내뱉어서 우리를 이 끔찍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는지 분통이 터져 미칠 지경이에요.”

생전에 최진실은 절친인 정선희의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의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장례 치르는 것을 도왔다. 친한 친구의 슬픔을 함께 나누려 한 것이었는데 세상 사람들 눈에는 그 모습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안재환의 장례식이 끝난 후 최진실은 끊이지 않는 사채업자설에 휘말리며 긴 한숨을 내쉬곤 했다. 며칠동안 방 안의 커튼을 모두 친 채 깜깜한 곳에서 하루 종일 누워만 있기도 했다.

죽기 직전, 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최진실을 더욱 힘들게 한 데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 변화도 한몫을 했다. 사채업자설이 퍼지고 난 후 평소 최진실 주변에 모여들던 많은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어느 날 진실이가 ‘엄마, 친구들이 갑자기 전화를 안 받아’라고 해요. 그러고는 저한테 ‘엄마가 전화 한번 해봐’라는 거예요. 딸이 얼마나 당황했으면 자기 친구들한테 전화를 해보라고 했겠어요. 그러고는 ‘엄마, 내가 세상을 잘못 살았나봐. 왜 우리가 사채업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지?’라면서 통곡을 했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정옥숙씨에 의하면 최진실은 친구들과 연락이 되지 않자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10월 2일, 톱스타 최진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진실의 시신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어머니 정옥숙씨다. 그는 새벽 3시 30분쯤, 목욕탕 샤워부스에 목을 맨 채 싸늘하게 식어버린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너무 당황한 그는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잊고, 휴대폰에 입력되어 있는 지인들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 그러나 그 새벽, 전화를 받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를 하며 그는 이른 아침 7시까지 차갑게 식어가는 딸의 시신을 끌어안고 혼자 울어야 했다.

“축 늘어진 진실이를 안고 있는데 진실이 몸이 자꾸 차가워지는 거예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누구라도 좀 와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유일하게 전화를 받은 진영이가 놀라서 오토바이를 타고 제일 먼저 달려왔어요. 나중에 들으니 진영이도 제 정신이 아니라 오다가 몇 번이나 넘어져서 죽을 뻔했다고 하더라고요.”

정옥숙씨는 최진실이 눈을 감은 그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원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그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친한 친구를, 또 다른 누군가는 남편에 이어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으니 누군들 제정신이었겠냐며 그는 다친 속을 달래었다고 한다.

사채업자설? 우린 돈 빌려줄 처지가 아니었다
사실, 최진실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 중에는 ‘사채업자’라는 소문이 큰 몫을 했다. 그렇다면 ‘최진실 모녀가 사채업을 한다’는 소문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일까. 소문의 내용은 이렇다. 최진실의 의붓아버지가 사채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소문에 대해 정옥숙씨는 유독 할말이 많았다.

“집안에 연예인이 한 명 있으면 가족이 다 죄인이라는 말이 있어요. 멀쩡한 사람도 죄인이 되기 십상이라는 뜻이죠.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돌아도 나서서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어요. 사채업자설도 처음에는 곧 사그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져갔어요. 저는 결혼생활이 원만치 못했기 때문에 재혼은 꿈도 꾸지 않았어요. 물론 외로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자식들이 연예인이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웠죠. 그런데 제가 사채업자와 만난다니…. 너무 억울했어요.”

일반인 중에는 ‘최진실 정도의 톱스타는 돈을 쌓아두고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라는 건 버는 만큼 쓸 곳도 생기는 법이다. 최진실도 생각만큼 돈을 쌓아두고 살 정도는 아니었다. 최진실 모녀가 사채업자라는 소문이 돌 당시, 최진실의 재산은 열심히 저축해서 산 집과 결혼해서 살던 아파트, 최진영이 장만한 집, 그리고 시골에 몇 천만원 정도 되는 땅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혼을 하면서 CF 등과 관련해 몇 건의 소송이 들어와 돈을 물어주었고, 조성민과 이혼한 후 3년 동안 연예 활동을 하지 못하다 보니 현금은 바닥이 난 상태였다. 나중에는 생활비를 걱정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누군가에게 빌려줄 돈이 없었어요. 진실이가 3년이나 일을 안 했잖아요. 오죽하면 진실이가 ‘돈도 없는데, 나 혼자 애들이랑 잘 살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며 울기까지 했겠어요.”

정옥숙씨는 지금도 재정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진실이 3년간의 공백 이후 출연한 드라마 ‘장밋빛 인생’이 대박을 치며 CF 등에 출연해 10억원이 조금 넘는 현금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돈도 최진실 사망 후 그녀의 재산을 어머니 정옥숙씨가 상속받으며 거액의 상속세로 지출했고, CF 건으로 발생한 건설사와의 오랜 소송 결과, 3억원을 지출하고 나니 현재 수중에는 현금이 거의 없는 상태다. 때문에 정옥숙씨는 앞으로 손자 손녀와 생활하기 위해 최진실과 최진영이 살던 집을 팔 계획이다. 하지만 그 집들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아 그것 또한 걱정이라고 했다.

고(故)최진실·진영 어머니, 억울하고 답답했던 그간의 심경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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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누군가 집을 보러 온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갑자기 취소를 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혹시 최진실씨 집 아니냐?’라고 묻더군요. 맞다고 했더니 ‘거기서 어떻게 살아요. 사람이 죽은 집인데’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고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집뿐 아니라 진실이가 타고 다니던 1억원 상당의 차도 팔려고 내놨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폐차했어요. ‘운전석에 최진실이 앉아 있는 것 같아서 못 사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세상이 참 야박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들의 죽음,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도 정옥숙씨에게는 먼저 간 딸만큼이나 어머니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다. 고 최진영은 평소 효자로 알려질 만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애틋했다. 그런데 딸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는 또 한 번 절망에 휩싸였다. 자신에게 평생 위로가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아들이 누나의 뒤를 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진실이가 떠나고 나서 우리 가족 모두 서로를 챙길 여력이 없었어요. 저도 제정신이 아니었거든요. 안 그래도 환희와 준희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전 사실 진영이의 우울증이 그토록 심한 줄 몰랐어요.”

정옥숙씨는 누나의 죽음 후 최진영이 대학교에도 입학하고, 연극 무대에도 서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 다시 일어설 힘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대학교에서는 장학금도 받았고, 학과 동기들과 함께 교수님을 모시고 자신의 집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누나의 빈자리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일까. 어느 날 갑자기 누나의 뒤를 따라갔다.

생전에 최진영은 가끔 정옥숙씨에게 “엄마, 누나 외롭겠지? 혼자 있으면 무서울 텐데. 겁도 많으면서 어쩌자고 겁도 없이…”라며 통곡을 했다. 또 누나가 살던 빈집에 찾아가 혼자 있다 올 때도 있었고, 한밤중에 누나의 유골함이 있는 갑산공원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누나를 그리워하던 최진영은 2010년 3월 누나를 따라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렇게 세상에 딱 둘밖에 없던 남매를 떠나보낸 후 정옥숙씨의 머릿속에는 온통 ‘나도 따라가야겠다’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발목을 잡는 건 딸이 끔찍하게도 아꼈던 두 아이, 환희(10)와 준희(8)다. 특히 환희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할머니마저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 두려워한다고. 환희는 매일 “할머니가 백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환희가 엄마가 죽은 날을 기억해요. 준희는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 채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환희는 형사들을 따라다니며 ‘우리 엄마가 죽었대요.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라며 울었어요. 그런 아이들인데 저마저 없으면, 누가 저 아이들을 돌보겠어요. 요즘에는 오히려 아이들이 저를 위로해요. ‘할머니 걱정하지 마. 내가 빨리 커서 할머니 행복하게 해줄게’라고요. 어릴 때 진실이랑 진영이가 저한테 하던 이야기를 지금 우리 손자 손녀가 똑같이 해요.”

조성민, 받아들이기까지 쉽지 않았다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치고 난 뒤 정옥숙씨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쓰러져가는 정신을 가다듬고 살고 싶지 않다고 몸부림치는 마음도 추슬렀다. 남아 있는 최진실의 두 아이들을 위해서다. 그리고 10개월 전부터는 두 아이와 아빠 조성민과의 왕래도 허락했다. 사실 아직까지 사위로서는 밉고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제가 얼마 후면 일흔 살이에요. 저도 이제 갈 날이 멀지 않았잖아요. 만약에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환희와 준희는 아빠한테 맡겨야죠. 조성민을 다시 가족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심정은 말로 다 표현 못해요.”

처음, 아이들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낯설고 어색했다. 환희는 워낙 어릴 때 아빠와 헤어졌기 때문에 아빠에 대한 애틋한 정이 없고, 준희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아빠와 헤어졌기에 마찬가지다. 조성민은 최진실이 둘째 준희를 임신했을 때 이혼을 요구했다. 때문에 그 당시에는 최진실과 조성민의 둘째 아이를 두고 악성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진실은 이런 루머를 묵묵히 참아 넘기고, 조성민 없이 혼자서 둘째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조성민의 이혼 요구에도 섣불리 답을 하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진실이가 아빠 없이 자랐잖아요. 그래서 환희와 준희를 아빠 없는 아이로 기르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안 된다면서요. 생전에도 진실이는 매일 밤 아이들을 양쪽에 끌어안고 울다가 잠들곤 했어요.”

최진실이 세상을 떠날 무렵 조성민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제 행복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내용을 보고 최진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환희와 준희가 같은 서울 하늘 아래서 크고 있는데, 아이들은 아빠 없이 크고 있는데, 어떻게 자신이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진실이는 바보처럼 애들 아빠를 기다렸어요. 제가 미련을 버리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질 않더라고요. 자기는 괜찮은데,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면서…. 이제 와서 이런 말 해봐야 그게 다 무슨 소용 있겠어요. 앞으로 조성민이 환희와 준희에게 좋은 아빠가 돼주기만을 바랄 뿐이죠.”

환희와 준희의 장래 희망 1순위는 연예인이다.
“아이들이 하고 싶다면 막을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연예인이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 그 이면이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그래도 하겠다고 하면 응원해줄 생각이에요.”

환희는 운동에도 소질을 보인다. 아빠의 영향 때문인지 특히 야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환희와 조성민은 요즘 함께 야구장을 다니는 등 많이 친해졌다. 아이들도 이제는 아빠를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정옥숙씨는 ‘물 흐르듯이 마음을 비우자’라고 다짐한다.

“내가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을 때가지 지켜주다가, 때가 되면 가벼운 마음으로 진실이와 진영이를 만나러 가야죠.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환희와 준희에게 부끄럽지 않은 할머니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저세상에서 우리 애들을 다시 만나면 ‘엄마가 할 일을 다 하고 왔다’라고 말하고 꼭 안아주고 싶어요.”

정옥숙씨의 마지막 소원은 환희와 준희가 ‘불행’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좀 더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비록 최진실·진영 남매는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지만 정옥숙씨에게는 아직도 지켜줘야 하는 환희와 준희가 있기에 그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내본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제공 / 원상희, 웅진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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