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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그린 캐리커처, 곰치 'True Story'[김성대의 음악노트]

경남 창원 출신 밴드 곰치는 올해로 데뷔 10년차다. 앨범 ‘True Story’는 바로 그 10년차 밴드의 첫 번째 정규작이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는 물고기 이름을 밴드 이름으로 쓰고 있는데, 사실은 ‘곰돌이+참치’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리더 이동원(보컬, 작사/곡, 어레인지)이 참치이고 과거 드럼을 맡았던 친구가 곰돌이였는데 지금은 대구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록 음악은 그만 뒀지만 곰치의 싱글 커버를 계속 그려주었다 하니 아무래도 그 친구 이름은 이번 음반 아트워크를 맡은 이승윤인 걸로 보인다.

곰치의 음악은 일상을 다룬다. 창작자와 창작하는 사람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소재 삼는 인디음악은 이젠 너무 흔해 특별할 것은 없다. 하지만 곰치는 공부 안 하냐는 엄마 잔소리, 자아도취의 도끼병, 결혼 2주를 앞두고 현실의 무게에 못 이겨 결혼을 포기한 커플 이야기만 다루는 게 아니다. 그들의 메시지에는 자신의 잘못을 부하의 잘못으로 전가하는 직장 상사의 끝없는 갑질과 남의 창작 세계에 대책도 없이 감놔라 배놔라 하는 치들의 오지랖, 그리고 인터넷 스마트폰 세상이 낳은 “한 사람의 글만 보고 두 귀를 닫아버린 사람들”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충고도 담겨 있다.

그러니까 멀게는 장 폴 사르트르의 참여문학론을, 가깝게는 아직도 통용되는 록 음악의 역할(사회 참여적이고 저항적이어야 한다는 록에 대한 반쪽 통념)도 착실하게 챙기는 음악을 곰치는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들이 음악을 하는 이유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연과 감정을 다루기 위해서라는 건 때문에 많은 걸 얘기해준다. 음악으로 그린 캐리커처랄까. 그런 면에서 앨범 제목의 ‘True’는 ‘사실’을 넘어 밴드의 ‘진정성’까지 포괄하는 단어로 나에겐 읽혔다.

곰치는 90년대와 2000년대에 유행한 얼터너티브 록(또는 모던록)과 네오 펑크 정도에 자신들을 위치 짓는다. 즉, 기타 리프와 보컬 멜로디에선 서드 아이 블라인드나 델리 스파이스를 소환하고 ‘소리’ 같은 곡의 팔세토 코러스에선 전기뱀장어를, ‘벽보고 대화’에선 로큰롤라디오 풍 댄서블 록 기타 리프를 끌어들이는 식으로 이들은 밴드의 음악 정체성을 고백해 나간다. 단, 자신의 원맨밴드 ‘마그’를 가진 기타리스트 정성헌의 연주는 좀 더 현란하고 강력한 맛으로 기타 솔로를 중시 한 70~80년대 록의 그림자를 곰치 음악에 드리웠다.

중요한 건 이 밴드가 그런 장르 소스들을 곡 주제에 걸맞는 연주로 승화시킬 줄 안다는 데 있다. 예컨대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직장 상사를 성토하기 위해 그린 데이와 썸41을 선택한 ‘WAY-O’에서 정성헌은 뜨거운 유니즌 벤딩으로 그 분노를 구체화 시킨다. ‘Never Forget’에서도 곰치는 토토의 제프 포카로가 잘 했던 고스트 노트(Ghost Note) 셔플 드러밍과 에코 및 와(Wah) 기타 이펙터로 덜 밝혀진 진실을 온전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상처 받은 이의 혼란한 감정을 표현했다. 멤버 사이 소통 문제를 노래한 ‘벽보고 대화’에서 김태환의 둔탁한 베이스 리프는 “합주 시간에 합주는 안 하고 서로 할 말만 하다 시간이 끝나버리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한 최적의 소리 질감이었을 것이고, 닉 멘자(메가데스)가 ‘Skin O’ My Teeth’에서 들려준 인트로 드럼 솔로를 닮은 ‘색(Color)’에서 강영수의 연주와 헤비한 기타 톤도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분노의 표현일 것임을 미루어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동원이 주말에 조카를 본 경험으로 만든 ‘어린이’에서 재지 스윙 비트가 일순 스카 디스코로 바뀌며 활기를 띠는 것 역시 곡이 가진 익살에 가한 음악적 해석임은 물론이다.

데뷔 10년 만의 1집. 그만큼 많은 고민을 하고 경험을 쌓은 끝에 내린 결론이란 뜻이겠다. 앞서 말한 장르들과 밴드들에 관심이 있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인디록을 응원한다면 꼭 한 번 들어볼 것을 권한다. 기존 곰치를 알았던 사람들에겐 또 한 번의 만족으로, 이제 곰치를 알게 된 사람들에겐 새로운 발견으로 다가올 작품이다.

[사진제공=INDIEWAR]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마이데일리 고정필진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weezer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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