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모델 특례 상장 3년간 2건…주가는 공모가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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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02. 오전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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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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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2곳 증시 진출
- 플리토, 캐리소프트 공모가 대비 반값, 적자 지속
- "사업모델 혁신 기업 아직 많지 않아…추후 기대"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2017년 처음으로 도입된 ‘사업 모델 특례 상장’ 제도를 활용해 증시에 진출한 기업이 2곳에 불과한데다가, 주가 역시 공모가 대비 반토막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 모두 아직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보다 꼼꼼한 가치 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017년 도입 후 두 곳 상장…‘사업성’ 본다

‘사업 모델 특례 상장’은 바이오 종목 위주로 치중된 기존 특례상장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사업성’ 항목을 평가해 사업 모델의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을 증시에 입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2017년 1월 제도가 도입된 이후 2년이 지난 2019년이 되어서야 플리토(300080)(7월 17일), 캐리소프트(317530)(10월 29일) 두 곳의 기업이 상장했다.

이들 기업은 상장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플리토는 언어와 번역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이를 활용한 언어 데이터 판매라는 사업 모델이 크게 주목받았으며, 캐리소프트 역시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라는 유아동 대상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확장성이 높이 평가받았다.

이에 상장 준비 당시 플리토는 희망 공모 밴드(1만9000~2만3000원)의 최상단을 초과한 2만6000원에, 캐리소프트는 희망 공모 밴드(7000~9000원) 최상단인 9000원으로 각각 공모가를 결정했다.

이들은 모두 상장 전 증권신고서를 통해 회사의 사업 모델의 특이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또한 사업 모델 특례 역시 기술특례상장과 마찬가지로 거래소가 지정하는 외부 전문 기술 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BBB’ 이상의 등급을 획득해야 한다. 플리토는 A, A 등급을 획득했고 캐리소프트는 A와 AA 등급을 얻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직까지 제도 도입 후 두 곳의 상장사만이 해당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이어 3호 ‘사업모델 특례’ 상장사는 지난달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광고·마케팅 업체 ‘와이더플래닛’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 절반…적자 지속은 우려

다만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독특한 사업 모델은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플리토는 회사와 비슷하게 번역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구축한 언어 데이터를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가 없어 정확한 비교군을 국내 상장사 중에서 찾지 못했다.

대신 이들은 1996년 설립된 호주의 언어 번역 플랫폼 기업인 ‘애픈(Appen)’을 비교군으로 들었다. 다만 애픈 역시 소수의 번역가로 구성된 플랫폼인만큼 다수의 플랫폼 참여자를 모집, 이를 통해 언어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플리토와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캐리소프트 역시 캐릭터와 연기자, 그리고 이들을 통한 콘텐츠 사업과 캐릭터 상품, 키즈카페 등의 확장성이라는 독특한 사업 모델을 내세웠지만 기업가치 선정 과정에서의 최종 유사기업은 큐브엔터(182360), JYP Ent.(035900) 등 엔터사나 손오공(066910), 오로라(039830) 등 완구 업체 등이 선정됐다. 기존 사업모델과 완전히 흡사한 곳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들의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신통치 않았다. 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플리토는 지난달 30일 전 거래일 대비 3.18%(450원) 내린 1만370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캐리소프트는 0.94%(40원) 내린 4205원으로 마감했다. 높은 관심을 받았던 약 1년 전과 비교하면 현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실적 역시 지지부진하다. 플리토는 △2017년 26억원 적자 △2018년 17억원 적자 △2019년 57억원 적자로 꾸준히 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상장 당시 제출했던 증권신고서에 2019년 약 2억7300만원으로 흑자 전환을 기대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캐리소프트 역시 지난 2017년 약 3억원이었던 손실 규모가 상장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17억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도 10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측이 계획했던 키즈카페 등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사업 모델 특례 상장’의 부진에 대해서는 ‘사업 모델’의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가능성이 있는 사업모델이라는 것은 시장에서 불분명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기술이 아닌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상장을 할 만큼 외형을 키운 회사가 없기 때문에 사례가 적은 것으로 본다”며 “공유 경제 등 새로운 산업 부문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의 상장 창구가 되고자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권효중 (khj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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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부, 사회부를 거쳐 세종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기재부, 해수부 등을 담당합니다. 열심히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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