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사진)가 '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동연 전 부총리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는 보도가 나와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즉각 "그 사람한테 그런 얘기를 해본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김동연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보다는 대선 직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후속 보도까지 나왔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이러한 보도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그가 왜 유력 야권 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일까.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워낙 우리 당에 인물이 없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한탄했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2위는 모두 여당 주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야권에선 여당 대권주자들을 위협할 만한 눈에 띄는 주자가 안 보이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밝혔듯 우리 당은 김동연 전 부총리와 접촉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김동연이 우리 당에 와주면 고맙지 않겠나. 우리 당은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판을 키워야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김동연 전 부총리가 실제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점쳤다.

장성철 소장은 "최근 김동연 전 부총리가 각종 강연에 나서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전형적인 정치 입문 준비 모습"이라며 "대선 출마설에 대해 김동연 전 부총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행동은 정치에 관심이 있구나, 대선에 관심이 있구나, 여지를 뒀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지난 7월 김동연 전 부총리는 한 행사장에서 '대권 주자로 거론된다'는 취재진 질문에 "오늘 행사에 관련해서만 언급하고 싶다. 그(대권) 이야기는 행사와 관련이 없지 않은가"라며 답을 피했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장성철 소장은 "김동연 전 부총리가 여당 쪽에서 정치를 시작하면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지 못할 것"이라고 야권 합류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동연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반발하며 소신 목소리를 내왔던 인물이다. 정부와 갈등이 심해지자 나중에는 '김동연 패싱'이란 말까지 나왔다"며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인물인 데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 타이틀도 매력적이다. 야권이 그를 탐내는 이유"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동연 전 부총리의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고졸 신화'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돈이나 학벌‧인맥 없이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란 타이틀이 매력적이고 '스토리텔링'이 된다는 것.

김동연 전 부총리는 11살 때 아버지를 여읜 후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성인이 된 후 낮에는 은행에 다니고 밤에는 고시 공부를 하며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모두 합격하는 성공신화를 써냈다.

인사청문회도 무난하게 통과했을 정도로 도덕성도 이미 검증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임기 중 여러 차례 갈등설이 불거졌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임기 중 여러 차례 갈등설이 불거졌다. 사진=연합뉴스
김동연 전 부총리의 가장 큰 약점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대선을 곧바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장성철 소장은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분이다. 정치적 감각은 충분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초선 의원 신분으로 대선에 출마했었다. 정치적 경험이 없고 세력이 없어도 당에서 밀어준다면 충분히 대선에 도전하고 승리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왜 김동연 전 부총리는 정치 입문을 미루고 있을까?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는 세력이 없기 때문에 무작정 당에 들어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당장 당내 경선도 통과 못할 것"이라며 "정치 입문을 미룸으로써 본인의 몸값을 높이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당이 영입을 강력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스스로 들어온다면 일종의 '배신자' 이미지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김동연 전 부총리는 강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마지못해 합류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른바 '김동연 대망론'이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동연 전 부총리는 어찌 됐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앞장서 추진한 인물이다. 소신 발언 몇 번 했다고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가 야권 대선주자가 된다면 중도층을 공략하기는커녕 기존 보수층도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지금 당장 당내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고 외부에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당내 인물도 제대로 못 키우면서 외부에서 사람만 데리고 온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겠나"면서 "그런 식이라면 새로 영입한 인물도 제대로 크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국민의힘은 우선 내부 인물들부터 제대로 키워보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