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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김동연 "인기없는 정책 펼 용기 낼때"

김태준 기자
입력 : 
2018-12-10 17:47:33
수정 : 
2018-12-10 20: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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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있는 이임사 남기고 퇴임
"경제상황 어렵다 털어놓고
민들 고통분담 요구해야"

한국당行은 에둘러 선그어
"난 文정부의 초대 부총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퇴임사로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김 전 부총리는 10일 1년6개월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서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보낸 이임사에서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며 "논란과 비판이 있더라도 자기 중심에서 나오는 소신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한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어려움은 상시화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가 재임 시절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책 노선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는 점에서 퇴임사를 통해 할 말은 하는 공무원이 될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경제난의 상시화를 거론하면서 상황을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현 문재인정부에 쓴소리를 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한 경제 전문가는 "통계 왜곡 논란까지 빚은 청와대에 대해 김 전 부총리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주도성장을 고수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경제 낙관론에 대한 비판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또한 "용기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자기 중심(中心)이 서야 나온다"며 "소신대로 할 수 없을 때 그만두겠다는 것은 작은 용기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치는 헌신이야말로 큰 용기"라고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가 교체된 이유로는 청와대와 각을 세웠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나름의 항변을 한 셈이다. 또 "헤밍웨이는 용기를 '고난 아래서의 기품'이라고 정의했다"며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과제에 기품 있게 맞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실상 후임인 홍남기 부총리를 염두에 둔 대목이다.

김 전 부총리를 이어 경제를 짊어지게 될 홍남기 신임 부총리는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인정받은 꼼꼼한 성격으로 근면성실한 태도가 장점이다. 그러나 본인의 색채가 없고 무난하게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라 경제 사령탑으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커지기 전 그가 청와대에 직언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이에 대해 김 전 부총리가 '용기'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전 부총리가 재임 기간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혁신성장 전도사'다. 그 또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혁신성장'에 대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혁신성장을 어젠다화하고 전도사 역할을 자임해서 정책을 추진한 것은 가장 큰 보람"이라며 "앞으로 2기 경제팀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김 전 부총리의 소신 발언은 그의 존재감을 높였지만 성과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당장 그 자신부터 "재임 중 가장 노심초사했던 부분이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였다"며 "일자리가 많이 늘지 못했고 소득분배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경제 운영을 이끌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가겠다"며 "특별하게 계획하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제가 문재인정부 초대 부총리라는 것"이라며 에둘러 선을 그었다. 김 전 부총리는 34년간 공직을 마무리한 뒤 큰아들 산소부터 찾았다. 김 부총리가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하던 2013년에 백혈병을 앓던 큰아들이 세상을 떠났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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