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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으로 보는 부부의 세계… ‘우리 이혼했어요’, 부부예능 그림자 이겨낼까

일단은 합격점… 치유 앞세워 새로운 관계 가능성 제시
부부 및 가족 간 갈등 서사 묘사는 과제
TV조선 캡처

“자기는 이 프로그램 왜 한다고 했어?” “살면서 오해도 있었고, 그래서 앙금을 없애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서.”

이혼 13년 만에 마주 앉은 배우 선우은숙과 이영하의 대화에 시청자도 숨을 죽였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역대급 방송’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TV조선의 새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가 첫 방송 이후 연일 화제다. 부부 관찰 예능이 성관계에 불륜까지 녹여내는 등 독해지는 상황에서 급기야 이혼 부부의 등장이 예고되자 시청자는 경악했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겨보니 치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지난주 첫 방송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가 시청률 10.2%(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로 금요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스트롯·미스터트롯 시리즈와 연애의 맛·아내의 맛 시리즈 성공시킨 서혜진 제작본부장의 신작이다. 지금까지는 이혼을 하면 남남이 되는 것으로 인식됐으나 재결합이 목적이 아닌 이혼 부부가 재회해 한 집에서 생활해보며 관계를 새롭게 조명해본다는 취지다. 제작진은 “이혼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부부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 본부장의 작품들이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고, 성 상품화를 가속한다는 점에서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방송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혼이라는 소재가 제작진의 시대착오적인 감수성 탓에 노골적이고 성차별적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TV조선 캡처

일단은 합격점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치유와 힐링을 앞세워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첫 방송에는 배우 선우은숙과 이영하, 유튜버 최고기와 유깻잎 부부가 출연했다. 선우은숙과 이영하는 “켜켜이 묻어둔 오해를 풀고 싶다”며 허심탄회한 2박 3일의 시간을 약속했다. 특히 저녁을 먹으며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은 이혼 그 이후의 관계에 대해 먹먹하고도 묵직한 고민을 알게 했다. 최고기와 유깻잎은 “살 빠졌네” “나 변한 거 없어?”라는 대화를 나누며 신세대 이혼 부부의 단면을 보여줬다. 이내 최고기는 “상견례 때부터 우리 아버지의 거침없는 말들이 장모님과 유깻잎에게 상처를 줬다”고 털어놨다.

제작진은 “4쌍 중 1쌍이 이혼하는 현실을 반영해 새로운 부부관계를 조명해보고자 한다”며 “이혼했기 때문에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진짜 결혼 생활 이야기를 담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TV조선 캡처

갈 길은 멀다. 특히 이혼 사유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부장적 사고로 빚어진 갈등을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이 경우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는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첫 방송 비난 여론은 최고기의 아버지에게 꽂혔다. 그가 며느리를 향해 “여자로서 빵점”이라며 독설을 퍼붓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다만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를 강조하는 아버지의 사고방식과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은 이들의 삶이 담기면서 시대착오적인 공식에 물음표를 던졌다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 제작진은 “아픔이 있는 이혼 부부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상처에 공감할 수 있도록 자극적인 스토리를 지양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부부 관찰 예능인 JTBC ‘1호가 될 순 없어’, 채널A ‘애로부부’와의 차별점도 관건이다. 기본적 클리셰인 ‘철없는 남편과 속 끓는 아내’ 구도는 더 이상 시청자 관통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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