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연기, 초대취소…'멘붕'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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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23. 오전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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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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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단계 격상
하객수 100명 미만 제한
보증인원 조정에 금전 손실

"누구 오지말라 하나…"
하객들에 연락하느라
정신적 고통까지

나중에 2부행사 갖는 신풍경도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네요."

28일 서울 마포구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박모(30)씨.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가 고통의 시간으로 돌변한 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때문이다. 22일 정부 발표로 2단계 격상이 알려지자 박씨는 결혼식장에 연락해 참석 인원을 조정하느라 진땀을 뺐다. 2단계에선 가능 인원이 100명 이하로 제한된다. 박씨는 "보증인원을 300명으로 식장과 계약했는데 이걸 바꾸느라 500만원을 날렸다"고 말했다. 식장에서 줄어든 200명분에 대한 손실을 절반씩 부담하자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일주일 앞둔 결혼식을 옮길 수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식장 요구에 응했다.

비용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미 청첩장을 돌려 참석 의사를 전했던 사람들에겐 또 뭐라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며, 누군 부르고 누군 오지말라고 해야할지도 난감하다. 다음달 초 결혼식을 앞 둔 유모(31)씨의 고민도 비슷하다. 그는 "참석 의사를 보였지만 인원 제한에 막혀 오지 못하게 된 지인들에게는 답례품을 드릴 예정"이라며 "멀리서 오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일부러 일정 빼놓은 분들도 계신데 초대할 수 없게 돼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24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자 예비 신혼부부들이 '멘붕'에 빠졌다. 1.5단계에서는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인원 제한이 면적 4㎡당 1명이었던 반면, 2단계에선 아예 100명 미만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도 의무화된다. 상황이 이렇자 예비 신혼부부들은 하객 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청첩장을 돌린 이들에게 참석 제한을 알리는 것도 곤혹스럽다고 한다.

예비신부 이은하(35)씨는 이달말 예식을 아예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지난 8월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하객이 49명으로 제한된 광경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탓이다. 그는 "친구 결혼식은 축복받는 자리라곤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큰 축하를 받는 결혼식 날 지인들을 초대할 수 없게 돼 양가 부모님과 상의했고 결국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황도 불확실해 결혼을 앞두고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결혼식에 부르지 못한 지인들을 위한 2부 행사(?)도 유행이다. 본 예식은 가족친지와 진행하고, 향후 지인들을 따로 초대해 결혼식 2부를 진행하는 것이다. 최근엔 거의 사라진 일종의 '집들이'가 부활한 셈이다. 예비신랑 김모(32)씨는 "계좌로 축의금만 받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지인들은 집에 초대해 대접할 계획"이라고 했다. 예비신부 안모(29)씨도 "청첩장은 줬지만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지인들과 집들이를 겸해 작은 모임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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