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경제

장기보유 稅공제 포기 못해…종부세, 이사도 막았다

문재용 기자
입력 : 
2020-08-23 17:28:48
수정 : 
2020-08-23 19:38:35

글자크기 설정

이사후엔 보유기간 `초기화`

내년 1주택 종부세 강화땐
2021년 이사하면 보유세 2배

지난해 체납 종부세 2700억
사진설명
# 서울 역삼동 개나리 래미안 아파트(84.93㎡)에 2006년부터 살던 A씨는 최근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면서 평수를 넓혀 인근 아파트로 이사하려다 정부의 부동산세 강화로 계획을 포기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내년 보유세 부담이 642만원인데, 알아봤던 반포 리체 아파트(106.14㎡)로 이사할 경우 1가구 1주택을 유지해도 세 부담이 1347만원으로 뛰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과세 강화 정책을 반복해 내놓으면서 실수요자의 세 부담은 크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수요자 보호장치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수요 이사'에는 막대한 보유세가 부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실수요자 보호장치들이 보유기간에 따라 감세 효과를 차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장기보유 종합부동산세 공제는 보유기간이 5~10년인 경우에는 공제율 20%, 10~15년인 경우 공제율 40%가 적용되고 있다. 15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공제율인 50%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이사를 가게 되면 그동안의 보유기간이 초기화하며 1가구 1주택자라도 장기보유 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이 A씨 사례를 분석해 2021년 종부세 부담을 계산한 결과 현재 주택을 유지할 경우에는 약 140만원, 이사 갈 경우에는 약 622만원으로 집계됐다. 두 경우의 전체 보유세 차액이 705만원(1347만원-642만원)인데 그중에서 종부세 차액만 482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지난해 12·16 대책에서 발표된 1가구 1주택 대상 종부세 확대가 영향을 끼쳤다. 당시 정부는 일반지역 2주택 또는 조정대상지역 1주택 이하에 대해서도 종부세 세율을 0.1~0.3%포인트씩 올리는 방안을 공개했다. 이후 2020년 초에 입법절차를 마쳐 지난 6월 기준으로 부과되는 2020년도 종합부동산세부터 적용하는 것이 정부 계획이었지만, 7·10 대책과 함께 이달 국회를 통과해 2021년 종부세부터 적용되게 됐다.

실제로 A씨에게 2020년도 부과될 보유세와 올해 상반기 반포 리체로 이사 갔을 경우를 가정한 보유세 비교에서는 격차가 크지 않다. A씨의 올해 보유세 부담은 약 490만원, 이사했을 때 보유세는 933만원으로 추정돼 차액은 443만원에 그친다. 이사로 인해 장기보유 공제가 끊기는 것은 똑같지만, 올해까지는 종부세 세율 강화가 적용되지 않아 격차가 크지 않은 것이다.

한편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종부세 체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체납액은 2761억원으로 2018년도 2422억원에서 339억원(14.0%) 증가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