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형제들은 칼바람을 맨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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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24. 오후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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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목사 운영 ‘행복의 집’ 오는 30일 강제집행 예고
최성원 목사는 용달차를 이용 폐지를 모아 무료급식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서 노숙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요즘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등으로 나눔과 기부의 손길이 예전 같지 않아 갈곳없는 노숙자들에게는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피부에 와 닿는다. 노숙자의 대부로 불리며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25년째 노숙자 무료급식 및 생활지원을 하고 있는 ‘행복의 집’ 최성원 목사가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고 있다.최 목사는 “노숙자에겐 겨울철이 제일 힘든 고통의 시간들이다. 추위가 없는 계절에는 공원이든 거리 어디에서든 지내며 나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겨울에는 매 순간순간이 죽음과 싸우고 있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인 것이다. 겨울 하루 밤이 10년의 고통과 같다”라며 “코로나19로 국내 모든 부분이 어려워지며 그동안 간간이 이어져 오던 후원이 끊긴 상황이다. 이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사회 각 처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금껏 자활한 사람이 400여명인데 노숙자가 자활해서 스스로 잘 사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오토바이를 사서 택배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파트 경비를 하는 등 많은 사람이 자활에 성공했다.

최 목사는 1968년도에 백마부대 28연대 수색중대로 월남전에서 파병되어 많은 전투에서 생명을 걸고 나라의 부름에 응답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귀국 후 베트남 호치민 선교사로 5년간 활동했으며, 1987년 IMF 금융위기 때 실직과 파탄으로 서울역 수많은 노숙자를 보고 예수님께서 ‘네 이웃을 사랑하라’. ‘이웃 사랑하는 것은 모든 지식보다 나은 것이라’ 말씀을 믿고 노숙자 돌봄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

노숙자 무료급식과 돌봄 사업을 하면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월세·전세를 전전하며 72번 이사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교회의 후원과 드러내놓지 않고 돕는 분들이 있었기에 근근이 운영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늘 어려움에 봉착하곤 한다.

지금도 진행 중인 일은 2018년 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기존주택 전세임대금지원’의 기회가 왔다. 하지만 최 목사는 직접 계약할 조건이 안 됐다. 이때 함께 생활하는 전남 영광에서 치매 걸려 친지들조차 포기해 12년간 돌봐 온 박○○(1955년생)씨를 계약자로 세웠다. 서울주택도시공사 6천650만원의 지원과 최 목사가 350만원을 더해 7천만원 전세로 용산 ‘행복의 집’ 단독 건물을 계약했다. 그러나 함께 생활하던 중 최 목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박 씨의 실수로 전기코드에서 불이 발생해 부엌 기둥 1.5m정도 그을리고, 소방차가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건물주인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철대문을 잠궈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순식간에 길거리로 쫓겨났다. 그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최 목사가 계약자가 아니라며 무단점거로 규정하고 11월 30일 강제집행을 예고한 것이다. 최 목사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하늘이 무너지고,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고 토로하며 “다른때 보다 더욱 후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올해 나이 75세인 최 목사는 아직도 할일이 있다며 노숙자 30명 정도가 생활하며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을 마련하고, 죽기 전까지 몸 바쳐 이웃을 돕는 것이 바람이다. 장애인과 노숙자 돌봄사역은 최성원 목사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최 목사는 “내가 안 하면 누군가가 무료급식을 할 것이다. 하지만 용산역 무료급식 사역은 나에게 맡겨진 사명이라 여기며,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대체된다면 그분이 나를 대신해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나는 그 상황이 최대한 늦어지길 바랄 뿐이다.”라고 사역의 고단함을 표현한다.

최 목사에게는 소신이 있다. 이 사역을 통해 개인적 금전을 취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 목사 가정에도 경제적 어려움은 만만치 않다. 항상 부인과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노숙자 무료급식과 무연고 장애인 돌봄사역은 언제나 넉넉하지 못해 우선 이들의 먹을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가족에게는 제대로 된 집, 공간 없이 항상 남모르는 사람을 위해 삶을 강요한 것 같아서다. 오죽하면 가정경제를 위해 본인은 시간 날 때마다 폐지를 줍고, 부인은 삯바느질을 하고, 큰 아들이 삶을 포기하려고 양화대교 위에서 극단적인 행동까지 할 정도로 가정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라 믿으며, 하늘나라의 상급을 생각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기쁘게 감당해 나갈 것이라 말한다.

최 목사는 지난 10월 26일 ‘서울역 홈리스 자활센터’ 개소식 감사예배를 드렸다. ‘서울역 홈리스 자활센터’는 서울역 인근 후암로35길 7 후암우체국 앞에 위치하고 있다.

최 목사는 11월 21일 낮 12시 신용산역 5번출구 지하 차도에서 노숙인들에게 겨울 점퍼 400벌을 나눠줬다. 또 12월 22-23일 오후 4시부터 서울역 광장 시계탑 앞에서 동지를 맞아 팥죽 나눔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최 목사는 “25년간 장애인과 노숙인 무료급식을 실천하면서 협박, 구타, 내쫓김, 천대 등을 수없이 많이 당했다. 나를 걱정하는 가족과 친지들은 ‘왜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태생부터 노숙인·장애인은 없다. 그들은 사고를 당해 잠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성경에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기록돼 있다. ‘이웃 사랑하는 것은 모든 지식보다 나은 것’이라 말씀한다. 실제로 겨울철 동사하는 노숙자들이 많다. 제일 무섭고 힘든 시기이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들을 돕는데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라고 호소한다.

◇ 후원계좌
농협=301-0160-2305-31 서울역 홈리스연합회
우체국=011908-01-002348 노숙자 선교 연합회
국민은행=477401-01-246258 서울역 노숙인 자활센터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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