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누명에 만신창이” 새마을금고 살해범 3년 전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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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흉기난동 현장(연합뉴스), 오른쪽은 A씨의 페이스북 캡처

24일 대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흉기를 휘둘러 직원 2명을 숨지게 한 60대 남성의 과거 SNS 글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흉기를 휘두른 새마을금고의 전직 임원 A씨는 2017년 11월 27일 페이스북에 작성된 글에서 성추행 누명을 썼다며 자신의 무고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두 명의 동료 직원이 경찰 및 검찰 조사 과정에 압력을 넣어 사건 처리가 편파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글에서 “대구지역 새마을금고 감사를 수행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한 뒤 “부산 동아대 교수님의 억울한 사연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가 언급한 사건은 2017년 3월 부산 동아대학교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그는 “감사 직무 수행에 불만을 가진 B와 C가 나를 금고에서 축출하고자 실체가 없는 거짓의 성추행 사건을 조작하여 법원에 감사 직무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검찰에 고소했다”며 “‘무혐의처분’을 받았고,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후 허위로 밝혀졌다”고 했다.

이어 “경찰과 검찰에서는 허위의 성추행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람들에게 무고나 명예훼손의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며 “납득할 수 없는 이러한 현실이 말로만 들어왔던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B의 (가족 혹은 가까운 이가) 경찰청에 현직 고위간부로 있다 보니 경찰 조사가 편파적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지만 힘없고 빽 없는 일반 서민은 대한민국에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성추행범의 누명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지난 2년 동안 몸부림치며 차라리 자살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주변 정리와 신변정리를 하고 유서를 작성해 실행에 옮기고자 했다”며 “공모자 중 사건의 실체에 대하여 양심고백을 한 직원들이 있어 성추행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으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적었다.

끝으로 그는 “경찰과 검찰은 너무도 표시 나게 봐주기 식의 편파적인 사건 처리를 하고 있다”며 “너무도 기가 막힌다”고 했다.


앞서 24일 오전 11시20분쯤 대구 동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전직 직원 60대 남성 A씨가 직원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40대 남성 직원과 30대 여성 직원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있던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소지하고 있던 독극물을 마셨지만,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주변인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A씨는 6년 전 새마을금고에 재직하던 당시 숨진 두 직원에 의해 성추행범으로 고소를 당했으나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인은 매일신문에 “당시 성추행범으로 몰았던 직원 2명이 해임됐으나 최근 복직했다”며 “이들이 복직 후 성추행 건으로 A씨가 쓴 변호사비를 두고 공금횡령이라 주장해 다시 송사가 진행됐다. 서로 간의 원한이 극으로 치달아 A씨가 범행까지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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