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가운데) NC다이노스 대표가 24일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소감을 전하고 있다. NC다이노스 제공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야구 덕후' 김택진(53) NC소프트 대표가 2011년 프로야구 9번재 구단 창단을 선언한 지 9년 만에 한국프로야구 최정상에 섰다. NC 다이노스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끝난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7전 4선승) 6차전에서 4-2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2를 기록하며 구단 창단 사상 첫 우승이자 첫번째 통합우승(정규시즌 우승+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2년 전인 2018년 꼴찌였던 NC는 지난해 5위에 이어 올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모두 최정상에 오르는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사재를 털어서라도 야구단을 운영하겠다"고 말한 김택진 대표의 강한 집념과 의지로 태동한 NC 다이노스. NC 다이노스의 우승이 '성공한 덕후' 김택진 대표에게 남긴 의미를 되짚어 봤다.  

NC 다이노스 깃발을 흔들고 있는 김택진 대표. NC 다이노스 제공

◆ 가치 창출  

"야구는 내 삶의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다." 2013년 3월 창단 승인식 당시 김택진 대표는 야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기업의 첫 번째 목표는 이윤 창출이 아닌 '가치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사회적 책임'에 방점을 찍었다. 
 
실제로 다이노스는 NC의 대표 게임 '리니지'보다 재밌는 야구 신화를 쓰며 이윤이 아닌 가치를 창출했다. 야구를 통해 NC팬을 이르는 '마산아재'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전했다. 다이노스는 올 시즌 게임 같은 우승을 일궜다. 꼴찌로 처진 지 두 시즌 만에 기막힌 반전을 썼다. 이적생 양의지와 박석민을 비롯해 창단 멤버 나성범, 박민우 등의 조화 속에 5월 13일부터 무려 165일 동안 1위를 지켰고, 정규시즌 5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또한 한국 프로야구에 '데이터 야구'라는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NC는 지난 시즌 선수 출신의 전력분석팀과 비선수 출신의 분석가를 한데 묶은 데이터팀을 통합 출범했다. 이어 올 시즌은 1·2군 선수와 코칭스태프 전체에 1대씩 태블릿PC 총 120대를 돌렸다. 김택진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 선수단은 태블릿PC로 손쉽게 구단 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의 영상과 기록 등을 확인하며 기량 연마에 몰두했다. '야구의 과학화', '데이터 야구' 등 김택진 대표는 한국 프로야구에 새로운 가치를 이식했다.  

지난해 새단장한 창원NC파크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김택진 대표. NC다이노스 제공

◆ 사회적 책임

사회적 책임도 소홀하지 않았다. 2013년 3월 창단 승인식 당시 김택진 대표는 "온라인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청소년들에게 야구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일부 지기 위해 창단을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행동으로 약속을 지켰다. 대표적으로 다이노스 홈구장인 창원 NC파크는 장애인 친화구장으로 첫손에 꼽힌다. 계단턱이 없는 것을 시작으로 휠체어 전용 창구,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바비큐 좌석까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김택진 대표의 의중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김택진 대표는 2011년 창단 승인식에서 "산업보국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고 했다. 야구단을 창단해 게임기업도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로부터 9년. NC는 이윤보다는 가치 창출에 방점을 찍고 수백억 원을 투자해 다이노스를 한국 프로야구 최정상으로 이끌며 즐거움을 선물했다. 동시에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며 산업보국(産業報國) 약속을 차곡차곡 지켜 나가고 있다. 
 

지난해 입단한 신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택진 대표. NC다이노스 제공

◆ 은둔의 경영자에서 '택진이형'으로

다이노스 창단 이전까지 김택진 대표는 은둔의 경영자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택진 대표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건 2011년 NC 다이노스 창단식이다. 그 전까지 '좀처럼 만나기 힘든' 그런 '은둔의 경영자'였다. 그런 김택진 대표가 '택진이형'으로 환골탈태했다. 출발점은 야구다. 다이노스 창단으로 구단주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김택진 대표의 미디어 노출이 잦아졌고, 친근한 이미지도 쌓였다. 그래서인지 부쩍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잦아졌다. 김택진 대표는 모바일게임 '리니지M' 기자간담회에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은 연이어 메가히트를 기록했다. 
 
화룡정점은 2017년 출연한 광고다.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M' 광고에 직접 출연해 '택진이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택진이형'은 이제 김택진 대표를 부르는 고유명사가 됐다. 실제로 한국시리즈 기간 현장을 찾은 기자들의 호칭 역시 김택진 대표가 아닌 '택진이형'이었다. 그런 그가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택진이형'은 우승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단 10년이 지나기 전인 9년 만에 우승을 할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남아 있는 우리의 꿈을 하나하나 이뤄내는 구단이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고척스카이돔=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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