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돌아온 '가짜 사나이'와 서바이벌 예능의 한계

[주장] 인기·비난 동시에 받는 <가짜 사나이>가 풀어야 할 딜레마

[이준목 기자]

출연진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한동안 방송을 중단했던 <가짜사나이> 시즌2가 최근 다시 공개됐다. 24일 카카오TV는 <가짜사나이> 2기의 5번째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가짜사나이>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제작한 밀리터리-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들이 민간군사기업 무사트(MUSAT)에서 UDT 교육과정을 비롯한 각종 생존훈련을 체험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1기에는 공혁준, 가브리엘, 김재원, 꽈뚜룹, 따규, 베이식 등 주로 인터넷 방송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주로 출연했다면, 현재 방송중인 2기에는 높아진 화제성을 반영하듯 전 축구 국가대표 김병지,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모델 겸 배우 줄리엔 강, 싱어송라이터 샘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지도 높은 셀럽들이 출연하여 주목을 받았다.

1기가 배출한 최고 스타인 이근 대위를 비롯한 훈련 교관들의 박력넘치는 리더십과 어록은 오히려 교육생들보다도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며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유튜브 방송이기에 가능한 아이디어와 몇천만 원에 불과한 저렴한 제작비로 사실상 지상파를 뛰어넘는 파급력을 증명해내며 달라진 컨텐츠 지형도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큰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가짜 사나이>는 체력과 개성도 천차만별인 '일반인들이 특수훈련을 받으면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강도 높은 훈련과정이나 극한 상황에 내던져졌을때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서바이벌 예능' 장르만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가짜 사나이>의 제목부터가 널리 알려진대로 과거에 방영된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의 패러디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가 예능적인 연출에 치우쳐 진짜 군대 문화나 훈련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면, <가짜 사나이>는 오히려 출연자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실제 훈련을 그대로 재연하며 '리얼리티와 진정성' 면에서 대중을 열광시켰다. 특히 남성팬들에서 <가짜 사나이>라는 콘텐츠가 유독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소는, 역시 보편적인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군대 시절 추억담'이나 '강한 남자 판타지'에 대한 공감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가짜 사나이>의 인기 비결이란,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든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출연자를 강하게 몰아붙여야하는 군대식 훈련의 특성상 '가학성'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시즌1에서는 비교적 출연자들의 체력이나 특성을 어느 정도는 감안하여 훈련이 진행되며 심각할 정도의 논란은 적었지만, 시즌2 들어서는 프로그램의 화제성에 도취된 탓인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과 강압적인 교관들의 모습이 잇달아 도마에 올랐다.

국가대표급 운동선수 출신같이 강인한 신체를 지닌 이들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거나 부상을 초래할 정도로 위험한 훈련을 밀어붙이고, 교관들은 뒤처진 훈련생들을 도발하거나 모욕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 여과없이 등장했다. 서바이벌 예능의 진정한 묘미는 인간이 노력과 의지, 협동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을 통하여 보여주는 감동이다. 그러나 시즌2에서는 육체적-정신적 훈련의 밸런스가 무너지며 '여기서 왜 이런 훈련을 받아야하는가'라는 공감대나 교훈적 의미보다는, 그저 불편함만 쌓이는 자극적인 장면들이 반복됐다.

한편으로는 이는 자극을 추구하는 유튜브 플랫폼과 군대식 문화가 결합되었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던 문제이기도 했다. 유튜브나 온라인 방송은 지상파같은 시스템이 없기에 방송수위에 한계가 없고, 오히려 시청자들도 더 자극적일수록 반응한다. 여기에 군대의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폭력을 다뤄야하는 집단이며, 상명하복과 통제를 기반으로 한 수직적 계급 문화로 운용된다. <가짜 사나이>의 리얼리티가 점점 '실제 군대 문화'의 재현에 가까워질수록 그 과정에서 교관-훈련생간의 먹이사슬, 가학성이나 안전불감증, 개인의 능력과 지위에 따른 차별같은 계급적 모순과 불통같은 문제점도 덩달아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출연자들의 개인사 논란도 큰 타격이었다. 이근 대위는 과거 성추행 등의 혐의가 폭로됐고, 2기 교관 로건과 정은주는 불법 퇴폐업소 출입 의혹을 받았다. 방송을 통하여 출연자들은 교관과 훈련생을 가리지않고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악플, 루머 등에 시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다. <가짜 사나이>이 화제성을 이용하여 확인안된 루머를 재생산하거나 자극적인 비난을 일삼아서 조회 수를 올리려는 온라인 폭로 전문 유튜버들의 범람도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가짜 사나이> 5화는 그간의 논란을 의식한 듯 어느 정도 편집에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새로운 훈련에 도전하는 출연자들이 힘든 하루를 마치고 서로 손을 잡고 잠을 자면서 격려해주는 모습, 교관들이 이전처럼 훈련생들을 무작정 몰아붙이는 모습보다 부상을 일일이 걱정하며 신중하게 훈련을 진행하는 장면을 삽입하며 가학성 논란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또한 방영 내내 특정한 캐릭터에게 포커스가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을 의식적으로 자제하는 듯한 편집이었다.

새롭게 시작한 <가짜사나이>는 방영 하루만에 30만뷰에 이르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인기를 증명했다. 카카오티비는 기존에 방영된 에피소드를 재공개하는 것을 포함하여, 8회까지 새로운 에피소드는 27일까지 매일 낮 12시에 1편씩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 <가짜 사나이>가 재공개되자마자 벌써부터 다양한 리뷰가 쏟아지는가 하면 대중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초기부터 시청한 팬들은 방송에서 묘사되는 훈련강도나 편집의 긴장감이 약해졌다는 불만이 있는가하면, 아예 방송 재개 자체를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방송 중단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일부 출연자를 향한 비난이나 의혹제기가 다시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가짜 사나이>로서는 앞으로 더이상 육체적인 부분으로 출연자를 몰아붙이기만 하는 훈련 과정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춰 훈련생들과 교관들이 함께 성장하며 교감을 이루는 모습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묘사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짜 사나이>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은, 결국 이 프로그램을 시발점으로 해서 최근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높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서바이벌 예능' 장르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고민거리를 남긴다.

인간의 도전과 극복, 생존의 감동을 보여주는 방식이 꼭 '가학성을 동반한 군대식 훈련과정'이어야만 하는지, 유튜브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표현의 자유와 수위'는 대체 어디까지 존중되어야 하는지, 또한 연예인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일반인들이 언제든 미디어에 출연할 수 있게 된 시대에서 출연자들의 개인사나 과거 검증은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할지, <가짜 사나이>처럼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들의 눈높이 사이에서 높은 인기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있는 프로그램들이 풀어야할 딜레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마이뉴스 '시리즈'에서 연재하세요!
▶교사·학부모 필독서 《삶을 위한 수업》
▶오마이뉴스 취재 후원하기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연예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광고

AiRS 추천뉴스

새로운 뉴스 가져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