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롯데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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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임병연 롯데케미칼(011170, 사진) 기초소재 대표(부사장)가 그룹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사령탑에 올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리는 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 핵심 참모가 됐다. 신 회장은 임 부사장은 다시 곁으로 불러 들였다. 롯데그룹 양대 축중 하나인 롯데케미칼에서의 2년여 현황 점검을 마친 임 부사장은 그룹 신성장동력을 이끄는 핵심 '키맨'으로써 신 회장 오른팔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비롯한 유통·식품·화학·호텔 부문 35개사 계열사의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50대 초반의 '젊은 CEO'를 전진배치시키는 동시에 13명의 계열사 대표를 모두 물갈이 하는 고강도 쇄신 인사였다.

보직 이동 명단자 중에서도 눈에 띄는 주인공은 임병연 부사장이다. 임 부사장은 지난 6년여간 연구소를 이끌던 이진성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가 롯데푸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룹 수뇌부의 사령탑을 이어받게 됐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 2002년 고(故)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세운 롯데경제연구소가 모태다. 롯데쇼핑 정책본부 아래 조직인 롯데미래전략센터로 운영되다 2017년 롯데미래전략연구소로 이름을 바꿔 지주가 지분 100% 보유한 독립법인으로 분리됐다.

현재 연구소의 표면적인 역할은 그룹이 주력하는 사업영역 방향성을 제시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연구의 진행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2016년 고(故) 이인원 부회장 자살 후 폐쇄된 정책본부 역할을 이어받은 그룹 '싱크탱크'다. 연구소 대표는 롯데그룹 주요 CEO들과 어깨를 나란히할 만큼의 핵심참모격에 속한다. 2019년 1월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아 롯데지주를 떠났던 임 부사장은 2년만에 수뇌부 수장으로 신 회장 곁으로 돌아온 셈이다. 

호남석유화학부터 이어진 신동빈 측근, 싱크탱크에 오르다

임 부사장과 신 회장의 인연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부사장은 풍생고등학교와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동대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9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신규 사업 및 기획업무를 담당한 뒤 그룹 정책본부 국제실, 롯데미래전략센터장,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을 맡아왔다.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지난 8월 용퇴한 황각규 부회장의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9년직속 후배로, 호남석유화학, 정책본부 등에서 손발을 맞춰왔다. 임 부사장은 신 회장이 부회장 시절이던 2004년, 정책본부 출범 당시부터 신 회장으로부터 직접 차출된 브레인들 중 한명이었다.

당시 신 회장은 한국롯데경영을 처음 시작한 호남석유화학 출신을 주축으로 정책본부를 꾸렸는데, 임 부사장 역시 명단에 올라 정책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에도 줄곳 신 회장의 곁을 떠나지 않은 측근이다.

특히 임 부사장은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신 회장이 2011년 전후로 성사시킨 굵직한 M&A도 곁에서 도왔다. 신 회장의 말레이시아 타이탄과 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삼성 석유화학부문) 인수 등 롯데그룹 화학산업의 성장과정을 함께 성사시켰다.

롯데케미칼 대표에 오른 뒤엔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를 통해 터키 인조대리석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벨렌코 지분 72.5%를 인수했다. 롯데첨단소재는 벨렌코 인수로 인조대리석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됐고, 고급 인테리어 소재시장 진출 교두보도 마련했다.

'화학 먹거리'  공들이는 신동빈,  특명 받고 내놓을 새판짜기 '주목'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그룹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준비하는 중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당면한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확연한 상태다.

최근 신 회장이 그룹의 화학부분에 공을 들이는 것도 맥을 같이 한다. 신 회장은 이달 초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 첫 현장경영 행선지로 롯데케미칼을 찾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근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비공개 회동도 하면서 양사간 새로운 협력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를 통해 오프라인 중심으로 내수 소매 유통업을 하는 롯데의 사업 방식이 한계점을 깨달은 만큼,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통해 미래 먹거리로 화학부분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롯데정밀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전지박(동박) 제조사인 두산솔루스에 2900억원을 간접 투자하는 등 영역 확장에 나섰고, 롯데알미늄도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박 공장 증설 투자에 뛰어든 상태다.

따라서 2년여 롯데케미칼 살림을 꾸렸던 임 부사장이 중장기적 시각에서 신 회장이 그리는 비상경영 및 체질 개선에 대한 그룹 방향성과 성장동력 방안을 마련하는 수뇌부 수장으로써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은 임병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신임 대표(부사장) 프로필이다.

1989~2009 호남석유화학, KP케미칼 기획, 전략 등
2009~2012 롯데정책본부 국제실
2012~2014 롯데미래전략센터장
2014~2017 롯데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
2017~2019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
2019~現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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