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들이 냄새 맡고 왔구나!” 진입로 봉쇄한 사랑제일교회 신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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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30. 오전 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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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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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 강제철거 인력에 화염병 투척
진입로 들어가려는 시민 막고 농성 준비
취재진 향해 “빨갱이들이 냄새 맡았구나”
경찰 전담팀 꾸려 불법 행위 수사 착수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명도 집행이 시작된 26일 오전 집행인력과 신도들의 충돌로 교회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어디에서 오셨어요?”

사랑제일교회 신도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교회 진입로에 서서 목장갑을 낀 손으로 드나드는 사람들과 차량을 막아서며 신원을 수시로 확인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호기심에 진입로에 들어서면 “왜 여기 들어가려고 하느냐. 코로나 음성 결과지를 가지고 오면 들여 보내주겠다”며 소리를 지르며 쫓아냈다.

2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로 들어가는 길목을 지킨 신도들의 눈빛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날 새벽 1시께 서울북부지법 집행인력 570여명이 교회에 대한 강제 명도 집행을 시도하다 신도들 반발에 7시간 만에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신도들이 화염병을 던지거나 인화물질을 뿌리며 강하게 반발해 집행인력 중 20명이 화상 등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태가 끝난 뒤에도 신도 10여명은 추가 강제 집행을 대비하려는 듯 교회 진입로를 따라 일렬로 플라스틱 의자를 깔고 담요를 챙겨 앉아 길목을 지켰다. 생수와 컵라면이 담긴 박스가 신도들 손에 분주히 오갔다.

신도들은 교회로 들어가는 길목을 모두 봉쇄한 상태다. 교회 입구에는 철문을 세우고 뒤편에는 철조망을 설치한 데 이어 오후부터는 그 앞에 봉고차·트럭 등으로 방벽을 쳐 사람이 드나들 수 없게 했다. 이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시민들의 접근을 막아섰다. “빨갱이들이 냄새 맡고 왔구나!” “아니 이 XXX들 너희가 와서 코로나를 옮기면 우리가 욕먹는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모이면 안 되는데 오늘 외부인들이 700명이 왔다 갔다. 이런 건 왜 보도하지 않느냐.” 신도들은 취재진을 향해선 고성과 거친 말을 내뱉었다.

26일 사랑제일교회 진입로를 막아선 신도들. 장필수 기자.


재개발 문제로 촉발된 명도집행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6월5일과 6월22일에도 명도집행 시도가 있었지만 당시에도 신도들이 거세게 반발해 철수했다. 교회가 있는 장위10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이다.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구역 내 주민 99%가 이주한 상황인데, 교회가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조합)에 서울시 감정가액(약 85억원)보다 월등히 높은 약 570억원을 보상금으로 요구해 개발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이에 조합은 교회를 상대로 명도소송(부동산을 인도해주지 않을 때 점유 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승소한 뒤 철거를 추진해왔다.

동네 재개발이 한없이 미뤄지자, 교인들을 향한 인근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교회 앞을 지나던 주민 ㄱ씨는 “교회 때문에 재개발이 안 돼 조합에서 보는 손해가 엄청난 거로 안다. 예전에는 아예 텐트까지 치면서 지키던데 주민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ㄴ씨도 “주변 식당들이 교인을 아예 손님으로 받질 않고 이들도 찾아오지 않는다. 서로간 불신이 깊다”고 말했다.

경찰은 명도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화염병 투척 등 불법 행위를 놓고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이날 형사과장을 전담팀장으로 총 18명의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철거 문제를 놓고 재개발조합과 갈등을 빚어온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명도 집행이 26일 새벽 시작돼 7시간 만에 중단됐다. 신도들이 화염병을 던져 연기가 나는 사랑제일교회 주변 모습. 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 뒤편을 막아선 스타렉스 차량. 장필수 기자


글·사진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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