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40년에 처한다"에도 조주빈 '차분'··· 방청석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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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 선고에도 동요없이 침묵...다른 피고인들도 비슷
시민들 방청권 받으러 장사진...여성단체 "이제 시작일 뿐"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오승현기자

[서울경제] “피고인을 징역 40년에 처한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30여분 진행된 선고공판 내내 침묵을 유지하던 방청석은 순간 “와”하는 웅성거림으로 술렁였다. 올 초부터 국민적 공분을 산 텔레그램 ‘박사방’에서의 성착취물 영상을 제작·유포 혐의의 주범 조주빈(24)에게 중형이 내려진 순간이었다.

40년이라는 형량에 놀란 방청석의 반응과는 달리 피고인석에 앉은 조씨는 일체의 동요 없이 앞을 바라봤다. 함께 기소된 공범 5명도 이날 “죄책이 무겁다”는 재판부의 질타와 함께 각각 징역 5년∼1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부분 차분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조씨는 다른 피고인들과 함께 말없이 구치소로 향했다.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 자세한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조씨의 얼굴은 눈에 띄게 상기됐다. 눈물을 보였던 지난달 결심 공판 때와는 달리 낙담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씨는 퇴정하며 면식이 있는 듯 방청석 앞으로 찾아온 중년 남성과 말없이 악수한 뒤 자리를 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이른 시간부터 조 씨의 선고 공판을 지켜보러 찾아온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선고는 오전 10시에 예정됐으나 8시 무렵부터 수십명의 시민이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법원 청사 밖에서 방청권을 배부받으려 줄을 섰다.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법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좌석을 다 채우지 못했지만 모처럼 북적이며 ‘박사방’ 사건에 대한 관심을 실감하게 했다.

공판이 시작되자 조씨는 갈색 수의를 입은 채 다른 피고인들과 함께 법정에 들어섰다. 올 초 검찰에 송치된 이후 한 번도 머리를 자르지 않은 듯 장발이던 조씨는 선고 내내 피고인석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며 조용히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들었다.

“피고인들이 범행을 다투는 부분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등 재판부의 판결문 낭독에 조씨는 끝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과 여성단체 관계자들도 판결 결과에 침묵을 지키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텔레그램 성 착취 끝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디지털 성폭력 근절과 재판 중 피해자 보호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조주빈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은 뒤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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