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도 잡았는데…" 군포APT 화재 현장서 절규한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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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사망·7명 부상' 참사, 합동감식 진행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군포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2일 오전 경찰과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1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군포 아파트 화재 현장의 합동감식이 2일 진행됐다. 참사 현장 주변에서는 유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결혼식을 앞두고 화마에 목숨을 잃은 노동자와 옥상 위치를 혼동해 탈출하지 못한 주민들의 사연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산본동 백두한양9단지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군포경찰서 수사팀과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감식을 벌였다. 

전날인 1일 오후 4시37분께 이 아파트 12층에서 난 화재로 4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등 7명이 다쳤다. 사망자들은 30대 근로자 2명과 30대와 50대 이웃 주민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근로자 A(31)씨의 유족들은 "내년 2월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는데, 두 달 앞두고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게 말이 되느냐"며 울음을 쏟아냈다. A씨의 모친과 일부 가족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불이 난 12층을 바라보며 오열했다. 

A씨는 또 다른 사망자인 태국인 B(38)씨를 포함해 현장 근로자들에게 섀시 교체 관련 작업 내용을 전달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소통하는 업무 등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은 시공업체가 난로 사용에 대한 안내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탓에 이같은 참사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화재 연기를 피해 대피하다 사망한 주민들의 사연도 안타까움을 더했다. 당시 C(여·35)씨와 D(여·51)씨 등 주민들은 화재 직후 거센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급속도로 퍼지자 황급히 옥상을 향해 대피했다. 방화문이 정상 작동한 데다 옥상 문이 열려있었지만, 당황한 주민 3명은 연기가 자욱한 상태에서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지나쳐 권상기실(엘리베이터의 도르래 등 부속 기계가 있는 공간)까지 올라갔다. 결국 C씨와 D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나머지 1명도 위중한 상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주민들이 권상기실 쪽 문이 비상구인 줄 알고 잘못 들어갔다가 좁은 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질식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일 오후 4시37분께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의 아파트 1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총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에서 전기난로를 켜둔 채 섀시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근로자들의 진술과 여러차례 '펑'하는 소리가 났다는 목격자 증언에 주목하고 있다. 현장의 난로 주변에서 폴리우레탄과 시너 등 가연성 물질이 발견된 점에 비춰, 작업 도중 인화물질이 난로에 옮겨 붙어 대형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장 합동 감식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을 조사해 나갈 방침이다. 

소방 관계자는 "겨울철 공사를 하면서 작업자 편의를 위해 난방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인화물질과 충분한 거리를 띄우고 전담 감시인을 두는 등 충분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며 "작업 도중에도 가스 등이 갇혀 있지 않도록 환기를 자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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