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차별' 다룬 나이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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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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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일본에서 있었던 얘기다. 일본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에 거주하는 재일 교포 4세인 30대 여성은 풍진 검사를 받으러 남편과 함께 현지 병원을 방문했다. 한데 일본인 남성 의사는 이 여성의 이름을 통해 그녀가 재일 교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대뜸 진료와 관계없는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세금은 내고 있냐”고 물은 것이다. 여성이 예상 밖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 대답을 못 하자 의사는 “세금을 내고 있냐”고 재차 물었다. “주민표(주민등록등본과 유사)는”, “호적에 들었냐”, “국적은 변경했냐” 등의 질문도 던졌다. 이후 여성은 병원에서 나와 의사가 던진 질문에 관해 시청 인권담당 부서에 가서 상담했고, 시 인권담당 부서는 의사를 대상으로 발언 내용과 경위를 확인했다. 나중 그 의사는 재일 교포에 대한 차별이었음을 인정하고 문서로 이 여성에게 사과했다. 지난달 초에는 도쿄에서 한 중년 남성이 호텔에서 일하는 한국인을 향해 대낮에 “머리 나쁘구나! 코리아(한국)”와 같은 혐한(嫌韓) 발언을 퍼부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재일 교포나 재일 조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같은 차별은 이미 한 개인의 차별 차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어쩌면 일본 정부가 이를 방관 또는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실제 일본 정부는 올해 5월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워진 대학생에게 최대 20만 엔을 지급하는 ‘학생지원 긴급 급부금’ 정책을 시행했지만, 문부과학성은 급부금 지급 대상에서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계열 조선대학은 쏙 빼 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런 차별성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감지했나 보다.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게재한 2분짜리 나이키 광고는 재일조선인 학생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광고의 유튜브 조회 수는 공개 사흘 만인 지난 1일 930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이런 차별에 정면으로 대응해 싸우고 있는 재일 교포들도 있다. 바로 재일 교포 3세 최강이자 씨와 조미수 씨가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 점점 더해 가는 일본의 재일 교포·조선인 차별과 쏟아 내는 혐한 발언들. 우삼동(雨森東)이라는 조선 이름을 쓰면서 조선어, 그것도 경상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했던 일본의 유학자이자 외교관 아메노모리 호슈(1668~1755)를 지금 일본에 기대하는 건 힘든 일인가? 그가 늘 강조했던 ‘성신(誠信)’이란 말은 지금 꼭 필요한 것 같다.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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