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수 열전]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 경기 확장 본격화 땐 은행·유통주 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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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1980년대 말 리서치업계에 입문해 20년 넘게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2000년 IT 거품으로 인한 주가 급락, 2001년 9·11 테러 직전 주가 폭락과 이후 반등을 누구보다 빨리 예측하는 등 남보다 한발 앞선 보고서를 여러 번 발표했다. 시장 흐름을 가장 잘 파악하는 애널리스트라는 평가를 받은 배경이다. 매경이코노미가 매년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도 수차례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 교수는 2021년 한국 증시가 상승 기류를 이어갈 것이라 내다본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최악은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1분기 -1.3%, 2분기 -3.2%를 기록했지만 3분기 1.9%로 반등했다. 그는 “수출 등 다양한 지표를 감안했을 때 국내 경기는 올해 5월 저점을 찍고 확장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확장 국면은 평균 33개월간 지속된다. 내년은 경기 확장 국면의 중간쯤 되는 시점으로 증시 역시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코로나19 여파로부터 빠르게 회복한다는 점 역시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사안이다. 한국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경제 반등은 한국 경제에도 호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우리나라 총 수출금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5.9%다.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 역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올해 6월 기준 국내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18.3%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주요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아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 코스피 배당수익률이 은행 이자보다 높은 만큼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달러 가치 하락 역시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을 옮긴다.

주목할 만한 섹터로는 금융(은행)과 유통, 호텔을 비롯한 서비스업종을 꼽는다. 은행주는 금리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경기가 회복되면 물가 상승,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주가 전통적인 고배당주라는 점도 투자자 눈길을 끌 만한 요소다. 유통주와 서비스업 관련주는 팬데믹으로 인해 억눌린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상승 기류를 탈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제약·바이오주와 2차 전지주, 친환경 산업 관련주 역시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만한 업종으로 꼽았다.

▶美 법인세·임금 인상에 상승세 꺾인다

업종 내 1등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는 의견 역시 새겨들음직하다. 김 교수는 1등 기업만 성장하고 나머지 기업은 내리막길을 걷는 ‘K’자 구도가 갈수록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부분 산업은 공급 과잉 상태다. 지금은 정부가 돈을 들여 부실기업을 살려내지만 정부가 구원투수 역할을 지속할 수는 없다. 결국 뒤처지는 기업은 구조조정을 받게 되고 선두주자 기업은 나머지 시장을 흡수하는 승자 독식 현상이 심화될 확률이 높다.”

한국 이외에 눈여겨보는 국가는 중국이다. 주요 국가 중 코로나19로부터 가장 먼저 종식을 선언한 만큼 경제 반등이 기대된다. 금융 시장 개방에 적극 나선다는 점도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그간 중국은 외국인이 보유할 수 있는 금융사 지분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은행 외국인 지분 제한을 없앤 데 이어 보험회사, 증권사 등도 지분 제한을 폐지했다.

반면 미국은 비교적 상승세가 더딜 것이라는 판단이다. 11월 초 진행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 점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바이든 당선자는 최고 법인세율을 기존 21%에서 28%로 올릴 계획이다. 7.25달러인 시간당 최저임금도 2026년까지 15달러로 올릴 예정이다. 세금과 임금 증가는 기업 실적 성장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는 점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사안이다.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IT 공룡 기업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반독점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한쪽에서는 대형 IT 기업이 분할될 수 있다는 점까지 걱정하는 상황이다. 1900년대 초 석유 시장을 독점한 스탠더드오일은 34개 회사로, 1980년대 통신업계를 독점한 AT&T는 8개 기업으로 강제 분할된 바 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IT 기업 역시 강화된 규제에 맞게 사업 계획을 수정하게 될 확률이 높으며 최악의 경우 분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 가계가 금융자산 중 47%를 주식으로 보유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주식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이 낮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6호 (2020.12.02~12.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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