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않았던 영어·수학 나형…국어는 체감 난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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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03. 오후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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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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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 설계부터 코로나 시대 수험생 부담 완화에 초점
자연계열 주로 보는 수학 가형은 지난해보다 어려워
공유서비스·재택 수업 등 사회 변화 담은 지문 다수
[경향신문]

수고했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 달가량 늦게 실시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이 3일 홀가분한 표정으로 시험장 밖으로 나와 부모님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출제 계획 단계부터 (수험생들이) 어렵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다.”

3일 실시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전반적인 출제 기조는 성기선 한국교육평가원 원장의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코로나19로 수능 준비에 어려움을 겪은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을 고려해 예년 수준의 변별력 정도만 유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EBS 수능 교재와의 연계율은 문항 수를 기준으로 예년과 같은 70% 수준이었다.

■국어, 지문 짧고 새 유형 없어

국어 영역은 지난해보다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국어 영역의 난도는 추론과 사고력을 요구하는 독서 과목에 따라 좌우됐는데, 올해는 지문 길이가 길지 않고 어려운 개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 소속 교사들은 “새로운 접근의 문제가 2~3개 있었지만 완전히 새롭거나 틀을 깨는 유형은 없었다”고 말했다.

화법과 작문 과목도 익숙한 지문과 문항 위주로 출제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예상보다 높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가채점 결과, 국어 1등급 컷은 지난해 91점보다 내려간 80점대 후반대로 추정된다”며 “수험생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고난도 문항으로는 20·36·40번 문항이 꼽혔다. 20번 문항은 ‘18세기 북학파의 견해와 청의 현실’을 소재로 한 지문 2개를 주고 보기에 제시된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의 <북학의>를 비판적으로 읽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36번 문항은 3D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비문학 지문을 이해하고 추론해야 답을 고를 수 있다. 문학 과목의 40번 문항은 EBS와 연계되지 않은 고전문학인 정철의 ‘사미인곡’을 읽고 필자의 심경을 정확히 파악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다만 기존 문제 유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수험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 생소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문의 길이와 선지 구성이 대부분 짧은 편이었다”며 “초고난도 문항을 지양하고 9월 모의평가와 마찬가지로 문학에서 변별력을 갖추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학 ‘나형’ 평이, ‘가형’ 어려워

수학 영역에선 가형은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운 반면 나형은 작년과 비슷한 난도로 출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 30개 문항 중 7개는 가형과 나형에서 공통으로 출제됐다.

인문계열 수험생이 주로 선택하는 나형은 평이한 수준이었다. 수학 영역에서 ‘상위권 변별 문항’은 통상 객관식 마지막 문제인 20·21번과 주관식 마지막 문제인 29·30번이 꼽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30번 문항은 미분 가능성을 이해하고 함수 그래프의 개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묻는 고난도 문항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수험생들이 까다롭게 느끼는 빈칸 추론과 프랙털 문제 등이 나오지 않았고, 올해 처음 등장한 삼각함수 문제도 평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만기 경기 판곡고 교사는 “학생 입장에선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연계열 수험생이 많이 보는 가형은 지난해 수능과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고난도 문항 수가 늘어난 데다 문제풀이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 체감 난도가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환 대구 혜화여고 교사는 “나형에서 4점짜리로 출제된 문항 3개가 가형의 3점 문항으로 나왔다”며 “고난도 문항도 지난해 4개에서 올해 5개로 늘어 중위권 학생은 시간 안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형에서는 지수함수 그래프와 등차수열 개념을 복합적으로 묻는 16번 문항이 신유형으로 꼽혔다. 수열의 개념을 활용해 수열의 합을 구하는 21번, 중복값을 활용해 경우의 수를 구하는 29번, 함수 그래프의 개형과 합성함수의 미분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묻는 30번 문항 등이 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영어, 평이했지만 고난도 문제도

절대평가로 실시되는 영어 영역은 지난 6·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웠고, 지난해 수능과는 비슷한 난도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수험생의 부담 완화를 고심한 흔적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듣기평가의 경우 전체 17개 문항 중 ‘간접 말하기’ 문항이 뒤로 배치됐다. 지난해에는 1·2번에 나와 수험생을 다소 당황케 했으나 올해는 11·12번으로 배치해 부담을 덜어줬다.

특히 올해 수능에서는 최근 사회 변화를 소재로 한 실용적인 지문이 다수 출제됐다. 자전거 공유서비스, 재택 온라인수업 도중 형제간에 일어난 일 등이 지문으로 만들어졌다. 유성호 인천 숭덕여고 교사는 “학생들이 싫증내지 않고 접근해서 풀었을 것”이라며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느껴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빈칸 추론 유형의 33·34번 문항 등 문맥 파악이 어려운 일부 고난도 문제들이 중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모두 3점짜리 문제들이다. 33번 문항의 경우 뇌과학에 관한 지문으로 대부분 학생들이 정답을 유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측됐다.

임성호 대표는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수험생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한 시험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수능 결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수험생들은 등급 하락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이나 섣부른 예상으로 대학별 평가를 포기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김서영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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