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마법 ‘임영웅 매직’

입력
수정2020.12.04. 오전 9:38
기사원문
최보윤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THE BOUTIQUE 편집장 레터]
모델 임영웅/ 브리스톤

“여기 이것 좀 봐봐. 배꼽 잡고 웃었네. 엄마 친구들끼리 이 영상 보면서 평소 자기들 보는 것 같다고 하는 것 있지.”

어머니 친구들 단톡방에서 한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끈 모양입니다. 가수 임영웅의 한 열성팬분께서 자나깨나 눈뜨나 눈감으나 휴대폰으로 임영웅의 영상을 보다가 거의 디스크 걸릴 지경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쪽 팔꿈치를 고정대 삼아, 손바닥과 결코 이별할 수 없는 듯 ‘착붙’을 넘어서 물아일체 경지에 오른 휴대폰에 시선 고정한 그 장면이 평소 당신들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으신 것 같다 십니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 어머니 단톡방에서 각자 응원하는 가수는 달라도 그들의 노래를 듣고 또 듣고, 웃고 또 웃고, 울면 또 함께 울고, 그렇게 24시간 휴대폰과 하나가 된 상태로 지내신다는 것이지요. 팔이 결리면 어떻습니까. 임영웅 노래를 듣다 보면 그 어떤 고통도 사르르 풀어질 것 같은데. 뒷목이 아프면 뭐 어떻습니까. 임영웅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새 위로받은 마음으로 한 시름 잊은 채 스르르 잠들게 되는 걸요. 어머니 친구들끼리는 서로 당신이 응원하는 가수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소녀적으로 되돌아간 듯 보였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또 다른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보여주십니다. 팬분들 천재인 것 같다고, 넘치는 유머에 무릎 치며 웃었다 하십니다. 임영웅 팬분이 단 댓글인 듯한데, ‘우리 딸은 5년 뒤 엄마 생일에 1억 달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임영웅 팬이라면, 미스터트롯 팬이라면 바로 알아채셨겠지요. 임영웅이 미스터트롯 초대 진으로 뽑힌 뒤 조선일보와 처음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데뷔하면서 ‘5년 뒤 엄마 생일날 1억 선물하기’라고 써놨었는데 정말 꿈같이 이뤄졌다”고 했던 것을요. 팬분이 그걸 살짝 패러디하신 것 같습니다. 임영웅은 과거의 다짐을 하나둘씩 이루면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걸 입증해 보였는데요, 아마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상상 이상을 감내하며 ‘오늘의 그’를 만들어왔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는 ‘마음 근육’을 키워왔을 테죠. 위의 댓글을 보면서, 임영웅을 대견해하는 어머니 팬들의 마음은 당신 자녀를 향해 애끓는 모정으로 투영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임영웅과 비교도 해보고, 비교해서 나무라기도 해보고, 저렇게 웃음으로 승화시키면서요. 당신의 아이가 더 잘 됐으면, 더 잘되길 하는 마음에, 더 많이 내어주지 못해 안타깝고, 아프면 대신 아파해주고 싶고, 힘들어하면 그 짐을 대신 짊어지고 싶어하는 우리네 보통 어머니들의 마음 고스란히 안고서 말입니다.


이번 2회에 걸친 더부티크 유튜브 채널 ‘더부티크X브리스톤’ 협업 영상을 만들고, 팬분들께서 정성스레 올려주신 여러 댓글을 보면서 ‘내 가수를 지지한다’는 그 이상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임영웅이 일으키는 연쇄적인 위로의 마법이라고 할까요. 모두가 잘 되길 바라는 열망. 그를 응원하면서 받는 위로를 타인에게 전달하고, 그 위로의 힘은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누군가가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이 됩니다. 어머니 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영웅 오빠’ ‘영웅 형’이라 말하는 10대 20대 팬부터 70대80대 어르신까지 서로 힘을 보태주는 에너지는 글자를 뚫고 나올 태세입니다. 타인에 대한 비방과 배타적인 태도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건행(건강하고 행복하세요)’을 진심으로 건네며 남을 위해 빌어주고, 낮은 곳부터 보듬는 팬들의 손길은 이 험난한 시기를 징검다리 뛰어넘듯 건너는 ‘긍정력’으로 작용합니다. 그것이 바로 ‘임영웅 매직’이겠지요. 연쇄적 고리의 연결사회에서 이는 결국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프랑스 유명 극작가 장 아누이(1910~1987)의 말을 인용해 보려 합니다. 혼자 남은 현대인들이 부조리한 사회에서 겪는 고독과 비극을 집요하게 다루고 순수함과 자유, 행복을 내세우며 삶에 대한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지 물어왔던 그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위한 선물이다.(L’amour est avant tout le don de soi-meme)”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네이버에서 조선일보 받아보기
당신의 맞춤뉴스 '뉴스레터' 신청하세요
조선일보 로그인하고 영화 공짜로 보자!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섹션분류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