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장관 교체로 부동산 정책 바뀔까… "기조 유지하겠지만 전문성에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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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청와대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부동산 정책 방향이 바뀔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부동산 정책을 짜왔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재개발을 지양하고 임대주택 공급 위주의 주거복지 확충에 주력해왔다.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재직 시절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LH 제공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제껏 변창흠 내정자가 보인 행보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지난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이끌던 때에 변 사장이 대규모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저층 주거지를 정비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시절로 정비사업이 활발해지던 시기지만, 변 내정자는 도시재생 등에 주력했던 것이다.

서울에는 1990년대에 대거 들어선 다세대·다가구가 많다. 그는 재개발을 추진하다가 멈춰 정체됐거나 사업성이 부족해 재개발을 시도하지 못하는 곳을 한국 특유의 저층 주거문화로 정비하는 데 집중했다. 용적률을 높여 공급 주택 수를 늘리는 고밀도 개발보다는 저밀도 개발을 우선했다는 뜻이다.

그는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서울에는 아파트로 지어지길 바라는 낡은 다세대·다가구가 많은데, 뜻대로 아파트로 지어질지도 의문이고, 모두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로 지어지는 것도 문제"라면서 "한국식 저층 주거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을 중단위 마을로 묶어 주택을 정비하고 지역에 부족한 집수리 센터나 도서관, 택배관리시스템, 피트니스센터 등 주민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취임 당시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에 대해 "1·2기 신도시처럼 대규모 고밀도 아파트 중심이 아닌, 저층 고밀화와 스마트시티·공동주택 같은 특화도시로 만드는 방안 등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 맞춘 주거 약자용 공공주택 공급과 일자리 창출 등을 강조해왔다.

물론 변 내정자가 무조건적인 저밀도 개발론을 펼쳐온 것은 아니다. 역세권에 한해 고밀화 개발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서울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지하철 역세권 고밀화 개발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290여 지하철 역세권을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고밀화·고층화 개발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공급 확대 방안"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개발이익 상당 부분을 공공 임대주택 건설에 투입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4 공급대책에 포함된 공공 재건축·공공재개발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시장에서는 장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다주택자 압박’이라는 현 정부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주택 정책을 주도한 것은 국토부보다는 청와대였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 이유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각별한 관계이기도 하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김현미 전 장관 때만큼 주택시장에 혼란을 주는 정책을 함부로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나 도시계획 분야의 전문성은 갖췄다고 평가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변창흠 신임 장관은 도시계획 전문가이고 LH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호텔 등을 개조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 같은 실수요와 동떨어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동안 위원회 제도 등 정책을 수립하는 체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주택시장에 혼란이 발생했는데, 이를 수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책 기조는 바뀔 것 같지 않지만, 현재 주택시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인 실질적인 주택 공급에 대한 문제와 양도세, 보유세, 취득세 등 출구가 없는 세금 문제 등에 대해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대책을 세울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면서 "주택 공급은 정부가 주도해서는 충분치 않으니 민간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쪽으로 숨통을 틔워주는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 교수는 "정책 기조는 정해져있기 때문에 장관으로 부임해도 큰 방향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인 만큼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 지 파악하고, 순응하는 정책을 내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변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서울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으로, 한국도시연구소 소장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회 위원 등도 맡았다.

[연지연 기자 actress@chosunbiz.com]

[유한빛 기자 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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