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농민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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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일부 주장에 의하면 농민 보호는 도매시장법인에 의한 경매제로 가능하고 농민과 직거래하는 시장도매인제는 농민들에게 피해만 줄 뿐이라고 한다. 이는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유통환경 변화와 경매 실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고 수탁 독점권을 결사적으로 지키려는 도매시장법인의 주장과 같다.

농안법상 거래 제도는 경매제, 시장도매인제, 상장예외품목제, 도매시장법인의 정가수의제 등이다. 유통환경 변화에 맞춰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화했다. 경매제는 시장정보가 부족하고 금융거래가 제한적이던 시대에 농민을 보호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농산물 유통환경에서 경매제는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가격 불안정, 높은 유통비용, 깜깜이 가격 결정과 출하 선택권 제한 등이다. 농민에게 생산원가나 이윤 등을 따지지 말고 수탁 독점권에 기반한 경매제에 농산물을 그저 맡기라는 것은 시대착오적 주장이다. 20년 전에 법제화된 시장도매인제를 가락시장에 시행하여 경매제를 보완하고 농민의 출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

시장도매인은 민간업자가 아니다. 도매시장법인과 똑같이 농안법상 규제를 받고 있다. 특정 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은 입지, 주 취급 품목, 농산물의 품위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강서시장은 외곽 지역에 위치하고 주 취급 품목은 무게에 비해 가격이 낮은 배추, 무, 양파 등으로 1kg당 단가가 낮은 것은 너무 당연한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도매시장법인협회의 자료를 맹신한 결과일 것이다.

기준가격은 경매제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의거래가 일반화된 일본 오타 시장과 도매상제인 파리 헝지스 시장 등에서 보듯 수의거래를 통해서도 기준가격을 제공하고 있다. 경매제가 도매상제로 변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한 사실이 없고 경매제와 도매상제가 분리 운영됐다는 역사적 사실도 없다. 실증 연구 결과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제도 독자적 가격 형성 기능이 있고 경매제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4만여 명의 농민들이 시장도매인 반대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농민들이 시장도매인제를 알고 자발적으로 서명했나 의심스럽다. 농민의 시장도매인제 인지도는 43%이다. 산지 간담회에서 농협에 갔다가 권유를 받아 서명했고 시장도매인제를 알았더라면 서명을 안 했을 것이라는 증언이 있었다. 최근 설문에서 시장도매인에 출하한 농민의 72%가 가락시장에도 시장도매인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농민이 바라는 것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시행해서 출하 선택권을 확대하고 경쟁을 통해 적정가격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경매제는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지난해 25개 청과 품목에 대한 경매 실태 분석 결과, 거래한 647만5290건 중 1인 경매가 24만3378건(3.8%)이었다. 1초 이내 낙찰은 106만9051건(16.5%), 3초 이내도 383만4641건(59.2%)이었다. 같은 날 출하한 동일 농산물이 도매법인에 따라 최저 2.5배에서 최대 12.5배의 경락가격 차이가 생겼다. 농민들이 왜 투기하는 심정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묻는 가슴 아픈 호소와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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