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LOUNGE]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야구·게임 두 마리 토끼 잡은 ‘택진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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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석사/ 1989년 한메소프트 설립/ 1997년 엔씨소프트 설립/ 엔씨소프트 대표이사(현)/ 엔씨다이노스 프로야구단 구단주(현)
‘택진이 형(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53)’ 리더십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이번에는 야구에서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고 김택진 대표가 구단주를 맡은 야구단 엔씨다이노스는 2020 한국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서 우승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9년 만에 이뤄낸 결실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우승 세리머니 역시 주목받았다. 엔씨다이노스 우승이 확정되자 김택진 대표는 검은 천으로 둘러싼 물체와 함께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선수들과 승리의 감격을 나눈 뒤 검은 천을 걷어내자 155㎝ 길이 ‘집행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엔씨다이노스 주장이자 포수인 양의지 선수가 집행검을 번쩍 들어올리며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는 모습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다.

집행검은 엔씨소프트가 개발해 운영하는 인기 게임 ‘리니지’ 시리즈에 나오는 아이템이다. 보통 무기와 차원이 다른 성능을 자랑하는 최상급 아이템으로 획득하기 매우 어렵다. 아이템 거래 시장에서 시세도 높다. 게이머 사이에서는 ‘집판검’이라 불릴 정도다. 집을 팔아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창단 9년 만에 야구 통합 우승

▷데이터 활용·물심양면 지원 결실

2011년 김 대표가 엔씨다이노스를 창단할 때만 해도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매출이 6000억원대에 불과한 기업이 어떻게 연 운영비 200억~300억원이 드는 야구단을 관리하겠냐’는 비판이 나왔다.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프로야구판에 게임사가 뛰어들면 질이 떨어진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내 재산만으로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며 창단을 밀어붙였다.

환영받지 못했던 엔씨다이노스가 통합 우승을 한 데에는 김택진 대표 리더십 역할이 컸다. 특히 구단 운영에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김 대표는 과거부터 인공지능(AI)·빅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다.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이라는 개념 조차 생소하던 2011년 전담 조직을 만들고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는 점은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김 대표는 데이터 기술력을 야구에도 적용했다. 구단을 창단한 2011년 엔씨소프트에 야구 데이터팀을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엔씨다이노스 내에 데이터팀을 구성해 ‘데이터 야구’를 본격 시작했다. 2013년에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야구 전력 분석 시스템 ‘D-락커(D-Locker)’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D-락커는 투수 릴리스 포인트(투구할 때 공을 놓는 위치)와 구종별 회전 수, 타자별 배트 속도와 각도, 스윙 궤적 등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에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코치진과 선수 전원에게 신형 태블릿 PC를 지급했다.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선수 영입을 위한 대규모 투자 역시 큰 역할을 했다.

2015년 말 엔씨다이노스는 삼성라이온즈 소속 3루수 박석민 선수와 4년 총액 96억원(계약금 56억원, 4년 연봉 30억원, 플러스 옵션 1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박석민은 삼성라이온즈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네 번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야구 명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말에는 현역 최고 포수라는 평을 받는 양의지 선수를 영입했다. 4년간 125억원(계약금 60억원, 4년 연봉 65억원)을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2017년 이대호 선수가 롯데와 계약할 때 기록한 15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계약이다. 엔씨다이노스 구단 규모를 감안할 때 다소 부담이 되는 파격 대우였지만 선수·코치단 의견을 반영해 스카우트했다는 후문이다.

선수 전체 연봉에 쓴 돈도 1등이다. 2017년 시즌에는 10개 구단 중 평균 연봉 8위(1억2648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2020년 시즌에는 평균 연봉 1억6581만원을 기록하며 선수 몸값이 가장 높은 팀으로 올라섰다.

이 밖에도 김 대표는 구단 창단 직후 선수들에게 개인 명함과 엔씨소프트 사원증을 만들어주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겼다.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2014년부터 원정 경기 때 선수 전원에게 1인 1실을 쓰게 해주는 등 컨디션 관리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기회가 될 때마다 경기장을 방문해 팀을 응원한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번에도 11월 17일부터 24일까지 열린 한국시리즈 6경기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현장에서 관람했다.

▶본업 게임도 승승장구

▷연매출 2조원 돌파 유력

김택진 대표는 본업인 게임에서도 승승장구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1조8548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연매출(1조7012억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기준 매출 2조원 돌파를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668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3378억원)의 두 배가량이다. 주가 역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등락이 다소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상승세다. 7월 99만원대 후반까지 뛰었다가 10월 70만원대까지 빠졌다. 하지만 12월 3일 종가 기준 87만8000원까지 반등했다. 증권가에서 제시하는 목표주가는 95만~122만원 사이다.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서비스 시작을 앞둔 신작이 여럿인 만큼 실적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먼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은 모바일 게임 ‘트릭스터M’이다. 10월 28일 사전 예약에 들어가 이틀 만에 예약자 100만명, 9일 만에 200만명, 한 달 만에 300만명을 모았다. 이르면 연내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분기에는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PC·콘솔 게임 ‘프로젝트TL’과 모바일 게임 ‘아이온2’가 나온다.

간판 게임인 ‘리니지2M’ 해외 진출도 본격 시작된다. 대만을 시작으로 일본 등 다른 국가로 서비스 지역을 넓힐 예정이다. 리니지2M은 2019년 11월 국내 시장에 나온 이후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인기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게임 외에 다른 산업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내년 초 엔씨소프트는 K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유니버스를 이용하면 아티스트 목소리를 활용해 개발한 AI 보이스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고 캐릭터를 꾸며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다. 화보와 예능 프로그램 등 독점 콘텐츠를 감상하고 아티스트 팬아트나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즈원, (여자)아이들, 우주소녀, 강다니엘 등 11팀의 콘텐츠가 제공된다. 아티스트는 계속해서 추가될 예정이다.

금융업에도 진출한다. 엔씨소프트는 10월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AI 기술과 KB증권 금융투자 노하우,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융합해 디지털 증권사를 만든다는 청사진이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7호 (2020.12.09~12.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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