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 김여정 "강경화 코로나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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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09. 오전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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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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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전문가들 "北 자존심 상한 듯…험한 표현 자제하며 대남 메시지 관리"]

【서울=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2018.02.10. photo1006@newsis.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코로나19(COVID-19) 발언'을 두고 발끈했다. 내년 1월 당대회를 앞두고 우리 측을 향한 '경고'를 날리면서 '기선제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8일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행각 중에 우리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강조했다.

또 "속심이 빤히 들여다보인다"며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강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바레인에서 진행된 중동 지역 다자안보 회의인 '마나마 대화'에 참석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더 북한스럽게 만들었다.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고 한 것을 두고 이같은 담화를 낸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북한이 우리의 보건 지원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며 "북한이 코로나 대처 방식에서 더 폐쇄적이고 토론이 거의 없는 톱다운 방식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 7월10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행사 준비, 대미관계 전략 마련에 열중해온 것으로 전해진 김 부부장이 5개월 만에 입을 연 것은, 그만큼 강 장관의 '북한 코로나19 발언'이 민감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연일 직접 '방역'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북측에서 강 장관의 발언을 '김정은 리더십'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마나마 대화'라는 국제 안보회의에서 강 장관이 이같은 발언을 한 점 역시 북측 입장에서는 못마땅했을 수 있다.

정성장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위원은 "강 장관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부분에서 북한은 그들이 업신여김을 당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이같은 성과에 대해 국제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표명하니까 북한 지도부의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강 장관의 발언은 진의가 어떻든 ‘코로나19 확진자 제로’라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최대 성과를 정면에서 부인하는 모양새가 됐다"며 "책임 있는 당국자가 더구나 국제무대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부인한 것에 대해 북한이 그냥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당대회를 앞둔 메시지 관리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대회에서는 북측의 대외정책이 다시 거론될 게 유력하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일종의 기선제압을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담화가 간결하고 험한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 8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남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남측이 지신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가 담겨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8~11일)에 맞춘 것은 대북문제에 대해 한미 양측이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내년 8차 당대회 후 대외관계 변화를 모색해야하는 북한 입장에서 내부사정에 대한 외부평가에 민감함을 보여준다"며 "남한 당국자를 포함한 외부평가 하나하나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남측에 대해서도 신년을 앞두고 기선제압을 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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