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당국 만나는 날 '침묵' 깬 북한…김여정 "강경화 망언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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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09. 오후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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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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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
남북 경색국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한미 외교 당국이 만나는 날 '침묵'을 깨고 나섰다.

8일 북한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네 문장, 207자로 구성된 담화문을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 행각 중에 우리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부장은 "속심이 빤히 들여다보인다"며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에 초청받아 진행한 연설에서 코로나19가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강 장관은 북한이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코로나19 통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는 지난 6월 17일 대북전단 살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는 담화문을 내놓은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번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철저히 '대외용'으로 기획됐다는 뜻인 만큼, 한미 외교 당국이 만나는 날 발표됐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담화 발표를 "비건 방한에 맞춘 것은 대북문제에 대해 한미 양측이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번 담화를 계기로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강 장관의 발언은 진의가 어떻든 '코로나19 확진자 제로'라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최대 성과를 정면에서 부인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북한의 추가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범정부적 움직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입법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 장관의 다소 신중하지 못한 발언은 결과적으로 남북관계의 경색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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