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LPG운반선.사진=한국조선해양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오랜 부진을 털고 뚜렷한 수주 회복세와 시장 평균을 웃도는 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라는 유리한 조건 하에서 4분기에 추가적인 수주 계약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부터 12월17일까지 국내 '빅4' 조선사의 주가상승률은 같은 기간의 코스피 수익률(22.2%)을 웃돌았다. 한국조선해양은 40.9%, 삼성중공업은 42.5%, 대우조선해양은 26.2% 올랐다.

특히 조선주 중에서도 ‘미들급’ 조선사 현대미포조선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현대미포조선은 같은 기간 주가가 77.9%나 뛰었다. 11월 초에는 11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장을 마치기도 했다. 최근엔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위축됐던 경기가 최근 유효한 백신 개발 등에 따라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투자자들은 선박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유가상승과 환율하락이 대외여건을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4%(0.20달러) 오른 47.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의 1차 유행기였던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원유·석유제품 등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원유 시추 등 해양 플랜트 수주도 활발해지고 관련 재화를 운반하는 선박 수요도 함께 늘어나 조선사 실적도 좋아진다. 그 기대감에 주가가 선제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반등하는 반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90원대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달러 약세는 내년 초까지 지속되며 105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달러 약세 환경이 발주에는 유리하다. 달러가 약세일 때 선주들은 선박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발주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10월부터 원화 강세 흐름이 나타나면서 선박 수주량이 늘고 있다.

약점으로 꼽히던 수주잔고도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선방한 편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18일 "현대미포조선의 지난 8월 누계 신규 수주는 약 16억7000만달러 수준으로 연간목표(36억5000만달러)의 약 46%를 달성했다"면서 "조선사 중 가장 양호한 신규 수주 달성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공시에 따르면 10월까지 현대미포조선의 수주잔고는 19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10월까지의 수주잔고(16억6900만달러)를 웃돌았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9년말 매출기준 수주잔고는 3조9000억원으로 약 1.3년치 매출에 해당한다"며 "상장 대형사 중 유일하게 1~11월 수주가 전년동기보다 늘어났다"고 전했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주력인 석유화학제품(PC) 운반선 수주량이 늘어나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해상 물동량이 부진한 가운데 수주 '모멘텀'의 중요한 지표인 미국 화학제품 수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주가 랠리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수주 흐름도 좋고 통상 연초에 조선주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여왔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해운지표가 강세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선박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견고한 운임으로 해운사들의 발주 여력이 개선된 가운데 미래 선박공급을 결정하는 수주잔고가 바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주사들이 선박 투자에 나설 유인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선박에 특화돼 친환경 선박 등 '니치 수요'에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실험적인 선박들은 개발 초기 단계에 초대형선보다는 중소형 선박을 위주로 발주하는데 중소형 선박에 특화된 현대미포조선이 최초 수주 기회를 얻을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선주들이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추진 선박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6월 LPG 추진선을 처음 인도할 예정으로, 2013년 하반기 MR탱커(적재톤수 5만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 수주 급증과 동일하게 LPG 추진선 수주실적은 대폭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미포조선은 2013년 135척의 MR탱커를 수주했고, 해당 물량이 실적에 본격 반영된 2015년에 흑자전환 성공했다.

박 연구원은 “MR탱커는 교체해야 하는 수요는 많은데 최근 몇 년간 발주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2년 안에 새로운 선박을 받기 위해 선주들이 발주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15년이 넘은 노후 MR탱커는 2020년 718척(전체의 36%)에서 2024년 2196척으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그는 “이 선박의 성공적인 인도 이후 이미 늘어나고 있는 LPG 추진사양의 신조선 주문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내년 LPG 선박의 발주량은 100척 수준이 될 것이고 이중 현대미포조선의 주력 분야인 20~45K급 중형 LPG선은 60척, 80K급 이상 VLGC의 발주량은 40척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지난 2000년 이후 상선 주도로 조선 업황이 바닥을 다지고 돌아섰던 4차례 시기에 수주 차별화와 함께 기업가치 개선이 먼저 나타났다”며 “2020년에도 선종별 주요 경쟁사들은 도태되거나 경쟁력을 잃어가는 반면, 이 회사는 같은 업종의 경쟁사와 비교할 때 차별화된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LNG선과 LPG선의 해운 운임 회복과 소형 컨테이너선 중고 선가의 급등 움직임도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할 전망”이라면서 “MR PC선과 LPG선의 연속 건조와 함께 LNG벙커링선, 소형 LNG선, Ro-Pax 등 고부가가치선과 LNG-DF 적용 선박 확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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