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클릭] 에이바 |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여성 킬러’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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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테이트 테일러 감독/ 97분/ 15세 관람가/ 9월 9일 개봉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판타지 중 하나가 바로 ‘여성 킬러 판타지’다.

뤽 베송의 ‘니키타’를 비롯해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영화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왔다. 지나 데이비스 주연의 ‘롱 키스 굿나잇’ 같은 영화부터 우마 서먼 주연의 ‘킬 빌’을 거쳐 샤를리즈 테론의 ‘아토믹 블론드’,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레드 스패로’ 등이다.

여성 킬러 영화에서 주인공은 고강도의 훈련을 이겨내 격투술과 사격술 등 첩보를 위한 강한 전투력을 갖추고 동시에 섹시한 미모를 내세워 타깃을 유혹하기까지 한다. 독을 품은 한 송이 장미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치명적인 것이 바로 ‘여성 킬러’ 장르다.

‘에이바’는 흔한 여성 킬러 영화다. ‘몰리스 게임’ ‘엑스맨: 다크 피닉스’ ‘인터스텔라’ ‘그것: 두 번째 이야기’ 등의 영화로 매력을 뽐낸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인공 에이바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중 에이바는 외도를 일삼는 아버지에게 큰 상처를 입고 집을 나와 8년간 세계를 누비며 킬러로 활약했다. 가족 곁으로 돌아온 에이바가 겪는 것은 혼란이다. 조직은 에이바의 혼란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에이바가 금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조직은 에이바를 없애려 한다.

영화를 보면서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뛰어난 배우들의 면면이다. 에이바의 어머니 역은 지나 데이비스가 맡았다. 세월의 흔적은 지나 데이비스에게서 ‘롱 키스 굿나잇’의 사만다를 앗아가 버렸지만, 내면 연기는 더 깊어졌다. 에이바의 스승이자 조력자인 ‘듀크’ 역에는 존 말코비치가 활약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거친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노익장이 인상적이다.

에이바는 끊임없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그녀의 삶에서 무엇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가족이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자신의 전 연인과 사귀는 여동생과의 관계에서는 미묘한 경쟁 심리가 느껴진다. 그러한 불안은 에이바의 임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이바는 타깃에게 “너의 죄를 말해보라”고 한다.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스스로 찾지 못해 타깃에게 의존하는 순간, 에이바의 세계는 급격히 무너져 내린다.

에이바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는 데에 집중한 나머지 영화의 전개는 뻔하고 지루하게 흘러간다. 에이바가 타깃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에이바를 제거하려는 사이먼의 행동은 설득력이 없다. 에이바의 임무 해결 과정에 불만이 있다면 경고를 하거나 해고를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정작 제시카 차스테인이 몸을 던진 액션 시퀀스들이 그리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점도 아쉽다. 계단 액션 장면으로 오래도록 회자된 ‘아토믹 블론드’는 물론이고, 개인 전투에서 전술적 움직임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존 윅-리로드’와 비교해보면 ‘에이바’의 액션은 다소 평이한 편이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매력적인 연기와 존 말코비치의 호연을 보는 것이 위안거리다. 후속작을 암시하는 영화의 결말은 오히려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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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6호 (2020.09.16~09.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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