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명래는 수필이라는 장르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수필을 쓴답시고 언어의 현란한 수사에 골몰한 흔적도 없다. 글감으로 채택한 체험들을 성급하게 해석하고 보편적 의미를 부여하여 독자들의 동의를 강요하는 자만도 그의 수필 쓰기와는 먼 거리에 있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인공적인 공산품으로 가공하기보다는 경험한 사실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소박하게 기록하여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던져 놓는다. 체험을 표현한다기보다는 풀어놓는다. 그런 만큼, 조명래의 수필 작품들을 읽을 때에는 간혹 덜컹대면서도 매우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 편안한 독서는 그의 수필이 지닌 분방함의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된다. 그의 수필들은 형식적으로 일그러진 듯하면서도 그 나름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