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영화? 아니, 영화음악! [영화]

영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음악들
글 입력 2020.12.1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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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몇 달 전부터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중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뜻이 맞아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에선 역시나 예산이 가장 큰 문제였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야만 했다. 상업영화도 아니고, 규모가 큰 편도 아니었지만, 삶에 있어서 의식주가 필수적인 것처럼 제작 과정에서도 불가피하게 지출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포스터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 대여라든가, 지방 촬영을 하러 갔을 경우엔 숙박비 정도. 팀원들 모두가 대학생 신분이었기에 정기회의를 위한 회의실 대여를 위해서 십시일반 돈을 모으기도 했다.

 

의외로 고역이었다. 기획과 제작을 위한 열정은 있었지만 모든 상황의 수단은 자금으로부터 시작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런 위기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향성이 제시될 수도 있다고 회상할 수 있겠다만 막상 현실에 닥치면 눈앞이 막막해질 뿐이었다. 아프니깐 청춘이라는 말이 잠시 생각났지만, 곧바로 쓸데없는 말을 한 나를 원망했다.

 

나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의 노력으로 우린 꽤 유명한 언론사의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수상을 했다는 결과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부상으로 따라오는 상금은 우리의 안식처가 되었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분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랄까.

 

그래서 최근엔 경제적인 제약에서 여유로운 상태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촬영과 편집을 맡은 난 인터뷰 영상들과 인서트 소스들을 훑어보며 가편집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휴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선 몇 번의 진화? 혹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것 같다. 배경음악이나 자막이 들어가면 영상의 퀄리티 높아진다. 휴먼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자체가 사람의 이야기로 서사를 만들어 내는 만큼, 다른 장르에 비해 '날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렇기에 더욱 인위적인 창작물인 디자인이나 음악이 첨가될수록 작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직접 경험하곤 한다.

 

개인 작업에서도 배경음악을 선택하는 것은 신중함이 필요했다.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다. 도입부의 전주로 관객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지, 영상의 서사와 곡의 서사가 조화롭게 어울리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음악에서도 찾아낼 수 있어야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장르의 범주 안에 속한 것들에게 특히 음악의 존재는 절대적이라 생각한다. 같은 멜로디를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함으로써 극의 서사를 상징한다. 명곡들은 영화나 감독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어디선가 LP판에서 들어본 듯한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먼 미래의 사람들도 멜로디를 통해 영화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영화가 아닌, 영화의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음악감독부터, 우리나라 영화 음악의 대표 감독까지.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오늘 날 수많은 영화들의 아우라를 만들어준 이들의 작품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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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짐머


 

존 윌리엄스, 엔리코 모리오네와 더불어 현재 세상에서 제일 유명하고 성공한 음악감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라이온킹',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캐리비안의 해적', '다크나이트 라이즈', '인셉션'과 '셜록홈즈'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의 음악을 담당했다. 특히나 그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보여준 영화적 캐미는 환상적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그의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과 함께 등장하는 그의 음악은 히어로의 진정한 사이드킥처럼 느껴졌다.

 

만약 배트맨이 실제로 이런 음악을 듣고 싸웠다면 조커에게 당할 일은 없지 않았을까. 음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미묘한 감정선을 건들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자신감을 높여주기도, 잊고 지낸 기억을 다시 한번 꺼내 보게 해주기도 한다.

 


 

 

한스짐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발전하는 음악가라는 생각이 든다. 웅장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관객들을 압도하기도, 영화 '라이온 킹'에서처럼 사람의 목소리로 동물의 울음소리를 표현하면서 우리가 정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해준다. 현실에 존재하기 힘들다고 느껴질 사운드를 그는 매번 기발한 방법으로 창조해낸다.

 

연출가가 영화를 구상한다면 음악감독은 영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말처럼, '한스 짐머'의 음악에선 영화에 대한 향수뿐만이 아닌, 그 자신의 색채도 짙게 느껴지곤 한다.

 

 

 

 

그의 뮤즈는 '엔리코 모리오네'라고 한다. 물론, 그 어떤 음악감독이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지만, 그가 한스 짐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느껴진다. 영화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ost를 듣고 있으면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에 영감을 느낄 한스 짐머의 어린 날이 상상간다.

 

 

 

이병우


 

우리나라의 클래식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감독인 이병우 감독. 영화 '장화홍련', '왕의 남자', '괴물', '마더' 그리고 '스캔들'까지 한국적인 매력의 음악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병우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장르적 다양성이 굉장히 넓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음악은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분명 제작과정에서 연출이 음악감독에게 요구하는 방향과 분위기가 존재했겠지만, 가끔 몽환적인 음악 덕분에 영화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영화의 보여지는 이미지와 오디오 중, 어떤 것이 먼저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마치 영화의 스토리가 음악에서 창조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다. 음악이 영화의 서사를 이끌고 가는 길잡이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이병우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종종 느낀다.

 

기타리스트로서의 활동도 화려했던 만큼 단독으로 연주하는 무대도 영화의 여운을 짙게 남게 해준다. 영화 '장화홍련'은 공포 영화라는 장르였음에도 노래를 듣고 있자면 아름답고도 애잔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히사이시 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역사적 갈등으로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일본이라는 국가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명백하지만, 사람과 문화는 그 범주를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인종, 성별을 떠나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예술이고 문화이지 않겠는가.

 

일본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히사이시 조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인연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음악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한 히사이시 조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이웃집 토토로' 등 국내에서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의 ost를 제작했다.

 

 

 

 

스튜디오 지브리 25주년 행사로 진행된 히사이시 조 무도관 공연이다. 영상의 길이는 2시간이지만 음악을 감상하고 있으면 어느새 몇 편의 영화를 다시 보고 오게 되어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엔 한 사람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것만 같다. 깊은 감수성을 가진 누군가의 서사가 그대로 느껴진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가 영화 속 주인공들의 감정에 동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붉은 돼지'에선 마르코의 자유로움과 행동의 의지를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었고 '원령공주'로 알려진 영화 '모노노케 히메'에선 아시타카의 희생과 순수한 애정을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듯 영화에서 음악은 단순히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감정을 표현하고 사건을 만들기도 하며 음악 자체로 영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물론 영화를 받아드리는 관객의 감상에 따라 음악의 역할은 제각각이겠지만 적어도 영화를 기록하는, 기억하는 최선의 방법이자 최고의 방법이 음악임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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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 아니, 영화음악!


 

우리에게 영화음악은 굉장히 익숙한 존재다.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우리의 삶에 생각보다 밀접하게 들어와 있다. tvn에서 방송하는 '신서유기'와 같은 프로그램에선 영화 ost를 듣고 제목을 맞히는 게임을 한 적이 있고, sbs에서 방송하는 '런닝맨'과 같은 경우엔, 고정멤버들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음악들이 따로 있을 정도다. 스팅의 노래나, 영화 '공공의 적'의 ost가 등장한다.

 

음악감독들이 작곡한 수많은 명곡이 없었다면 많은 영화가 명작 반열에 오를 수는 있었어도, 지금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작품의 수준까지는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종종 음악은 그 자체로 영화가 되기도 한다. 또한 공감하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른 결말과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 있어서 영화라는 장르의 범주를 다른 차원으로 진화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음악영화'는 무척이나 익숙하다. '비긴 어게인'이나 '어거스트 러쉬', 혹은 '라라랜드'나 '레미제라블'과 같은 뮤지컬 영화는 영화관이나 넷플릭스에서 언제나 우리를 반갑게 반겨주기 때문이다. 특히나 상업성이 뛰어나거나 음악이 무척 좋다면, 몇 번이고 돌려보는 '인생 영화'가 되곤 한다.

 

이런 작품들이 인정을 받은 이유 중 하나가 의도적으로 음악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다른 영화들에선 음악이 주목을 받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더군다나 그 음악을 작곡하고 편곡한 음악감독들에 대한 기대감도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 넓게, 영화의 깊은 곳까지 관찰하다 보면 영화라는 예술 장르의 더욱 입체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우리가 예술을 향유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인간의 창의력과 감수성의 절묘한 조화가 그 무엇보다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그리고 감상한 후에도, 영화의 멜로디를 기억해보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이해하고자 노력해보는 것은 영화라는 문화예술을 더욱 본격적으로 향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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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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