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살인의 추억'… 32년 만에 누명 벗었다

입력
수정2020.12.18. 오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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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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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외전]◀ 앵커 ▶

연쇄 살인범 이춘재가 저지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 씨가 사건 발생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검은색 외투를 입은 남성이 편치 않은 걸음으로 법정에 들어옵니다.

53살 윤성여 씨입니다.

윤 씨는 지난 1988년, 이춘재가 저지른 여덟번째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입니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재심이 시작된 지 1년여.

수원지법 형사12부는 20분간 당시 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고, 마침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윤 씨에게 사과했습니다.

[박정제/재판장]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무고한 사람을 법정에 세운 경찰과 검찰.

[윤성여/1989년 당시]
<야간에 죽였습니까?>
"야간에..."

그 내용이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의 호소에 귀를 닫았던 1,2,3심 법원까지 모두 '공범'이었습니다.

30여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고 하기엔 너무나 길었던 20년 옥살이.

20대 청년은 어느새 50대 중년이 됐습니다.

[윤성여]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같은 사람이 안 나오길 바랄 뿐이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앞서 검찰은 윤 씨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무죄를 구형했습니다.

경찰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강압 수사의 당사자로 지목된 경기화성경찰서 형사계장 A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도 "자신은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A씨를 비롯한 수사 담당자들에 대한 처벌은 공소 시효가 지나 물건너 갔습니다.

윤 씨 측 변호인들은 불법을 저지른 수사관들과 법원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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