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 쏘아올린 ‘사면론’에 정치권 술렁… 與 우상호·정청래 등 “NO”… 국민청원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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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02. 오전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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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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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국민통합’ 메시지로 MB·朴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 꺼내든 이낙연 민주당 대표 / 여·야 불문 우려의 목소리 터져나와 / 김종인 “처음 듣는 얘기” 안철수 “사면을 선거에 이용?” / 유승민·조원진은 ‘환영’ / “전직 대통령 사면 반대” 국민청원도 등장


이낙연(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첫날 이명박·박근혜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해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우상호·정청래 등 여당 의원들, 김종철 정의당 대표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사면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게시됐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처음 듣는다”라며 언급을 피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했다. 우리공화당에선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신축년이 시작되는 첫날인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두 대통령의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올해(2021년)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라며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징역 17년형’을 확정받고 재수감됐다가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최종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與 우상호 “아직 두 사람의 반성도, 사과도 없는데”… 정청래 “국민적 합의가 우선”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정청래 의원, 정의당 김종철 대표. 연합뉴스

올해 4월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기적으로도 내용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두 사람의 분명한 반성도 사과도 아직 없다. 두 번째, 박근혜의 경우 사법적 심판도 끝나지 않았다”라고 이유를 적었다.

그는 또 “탄핵과 사법처리가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하게 될 수도 있는 데다, 자칫 국론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사법적 정의는 사법적 정의대로 인정되고, 촛불국민의 뜻은 국민의 뜻대로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에 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역시 페이스북에 “용서와 관용은 가해자의 몫도 정부의 몫도 아니다. 오로지 피해자와 국민의 몫”이라고 적었다.

그는 “가해자들이 진정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이제 됐다. 용서하자’라고 국민적 합의가 됐을 때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라며 그럴 때 ‘국민통합’도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 “프랑스가 ‘똘레랑스(관용)’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나치부역자를 끝까지 추적해 철저히 처벌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웠기 때문”이라며 “프랑스 국민들이 이제 용서하고 관용을 베풀자고 할 때까지 민족반역자들을 무관용으로 대하고 처벌했다”고 주장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도 페이스북 글에서 “갑자기 이런 말씀을 왜 하시는지 모르겠다. 심히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전혀 옳지 않을 뿐더러 불의한 것”이라면서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은 그들이 주도한 크나큰 범죄를 사면하자는 것이고, 그 범죄를 실행한 하수인들에게도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 대표님, 박근혜를 사면하면 최순실은 어떻게 하시겠나. 박근혜를 사면하면서 최순실은 용서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라고 또 다른 문제 제기를 했다.

◆김종인 “그런 얘긴 처음 들어”, 안철수 “선거에 이용하려고?”, 유승민 “적극 동의, 환영”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김종인 위원장은 같은 날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후 기자들에게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질문이 거듭 이어지자, 그는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또 “지난번에 (이 대표와) 만나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을 피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이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그런 언급이 전혀 없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언론 인터뷰가 나오기 전 이미 ‘사면 건의’에 관한 내용을 전해 들었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도 이날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또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사면위원회를 제대로 가동해 논의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야권에선 지도부가 대체적으로 언급을 피하는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이 환영 의사를 밝혔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전직 대통령 사면 제안에 적극 동의하며 환영한다”면서 “전직 대통령 두 분을 사면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두 분의 사면은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대한민국이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도 전직 대통령 문제는 이제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보도자료를 통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대표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와 형 집행정지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더 이상의 정치 보복을 중단하고 하루 빨리 형 집행정지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朴 사면 반대 국민청원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보를 보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청원' 글이 올라와 오후 9시 07분 현재 6,383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사면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보를 보라”며 “사자 명예훼손죄로 다시 언론에 비친 전 전 대통령 행태에 국민들은 다시 분노했다”며 고(故)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재판을 거론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이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건의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 후보만이 아닌 민주당 대표의 지위에 있기에 민주당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국민은 특정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 특정 정당의 집권을 위해서 사면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국민의 민의를 대표해 직위에 오른 것”이라며 “국민이 위임한 역할 수행을 하지 않고 정치적 계산으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사용한다면, 여당·야당 불문하고 국민의 강렬한 저항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이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건의하겠다고 한 만큼 실제로 건의가 이뤄져야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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