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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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2008년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상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분장상 등 3개를 수상했다. 브래드 피트가 벤자민 역을 맡아 열연했다. 파라마운트 픽쳐스 제공
열두 번째 생일이 몇 주일 지난 어느 날, 거울을 보던 벤자민은 놀라운 발견을 했다. (중략) 얼굴에 가득했던 주름살이 점점 희미해진 것인가? 피부가 더 건강해지고 탄력적이 된 것인가, 심지어 불그스레한 겨울빛까지 돌고 있지 않은가? 그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자신의 몸이 이제는 구부정하지 않으며 신체 조건도 나아져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이제 인생 자체는 아니어도 적어도 다 자란 성숙한 세포가 시간을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연구입니다.
- 토마스 페를만, 2012년 노벨상 시상 연설문에서

어느새 2020년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를 보내며...’ 같은 판에 박은 문구가 나오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정말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이런저런 제한으로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게 무엇보다도 힘든 한 해였다.
그러다 보니 2020년을 통편집하고 싶다거나 잃어버린 1년을 보상받고 싶다는 얘기가 들린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까지는(어쩌면 하반기까지도) 상황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자칫 잃어버린 2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는 없으므로 꼼짝없이 나이는 두 살 더 먹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몸이 전혀 늙지 않는다면 설사 2년을 허송세월하더라도 덜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1년이 지나갔으므로 내년 1년 동안 몸이 나이를 거꾸로 먹어야 2022년 새해를 맞았을 때 2020년 새해의 몸이 된다.

문득 미국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떠오른다. 주인공 벤자민은 70세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지만(판타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젊어져 12살에는 58세의 몸이 된다(위의 인용문). 소설 초반은 다소 기괴한 분위기지만 50살의 몸이 된 20살부터 20살의 몸이 된 50살까지를 다룬 중반부는 50대 초반인 필자로서는 신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50살 이후 점점 어려져 70세에 신생아 몸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다룬 후반부는 꽤 비극적이다.

만약 내년 1년 동안 벤자민 버튼처럼 나이를 거꾸로 먹으면 잃어버린 2년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생물나이, 잠시나마 되돌릴 수 있어

해가 바뀌면 누구나 한 살 더 먹지만 노화 속도의 결과는 개인차가 있다. 50살 친구들이 만나면 개중에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고 환갑이 내일모레로 보이는 사람도 있다. 중병에 걸려 고생하거나 사기를 당해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람은 1년 만에 10년은 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노화 속도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늙는다는 ‘방향성’은 유지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사람 가운데 오히려 젊어진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가끔 있다. 얘기를 들어보면 큰 근심거리가 없어졌다거나 담배를 끊었다는 등 나름의 근거가 있다. 이처럼 예전보다 젊어 보이는 현상은 외모나 활기를 바탕으로 한 인상일뿐일까 아니면 몸이 정말 젊어진 것일까.

주민등록증상의 나이가 아니라 몸의 노화 정도를 나타내는 게 바로 ‘생물나이(biological age)’다. 생물나이는 여러 생물지표를 측정한 뒤 합쳐 산출한다. 지난 2015년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백혈구의 텔로미어 길이, 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 수치, 폐 기능, 잇몸 상태 등 18가지 생물지표를 토대로 만든 생물나이를 38세인 사람들 천여 명에 적용했는데, 최소 28세에 최대 61세까지 분포했다(평균을 38세로 보정했을 때). 극단적인 경우 동갑인데도 생물나이는 두 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고령층의 경우 실제 나이보다 생물나이가 사망률을 더 정확히 예측한다지만 청장년층에서는 생물지표가 다소 과장돼 반영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두 달만 정신 차리고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하면 생물나이가 확 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나 청소년의 생물나이는 더 애매한 개념이다. 전 연령층에서 생물나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생물지표가 아쉽다.

개와 사람의 호바스 시계를 비교해보니


갓 태어난 아기의 세포는 소속된 조직이나 기관에 딱 맞는 후성유전적 패턴을 지니고 있어 유전자 발현(mRNA)이 정상적으로 일어난다(왼쪽).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패턴에 오류가 쌓이면서(예를 들어 DNA메틸화가 없어지거나 생기는 반응) 유전자 발현도 비정상이 돼(transcriptional drift) 세포가 노화한다. 2013년 스티브 호바스는 DNA메틸화 패턴 변화를 분석해 생물나이를 추정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했다. 사이언스 언드밴시스 제공
2013년 학술지 ‘게놈 생물학’에는 게놈의 DNA메틸화 정도를 분석해 나이를 추정하는 알고리듬을 소개한 논문이 실렸다. DNA메틸화는 염기 시토신(C)에 메틸기(-CH3)가 붙는 반응으로 그 결과 유전자 발현이 영향을 받는다. 조직이나 기관의 세포는 특징적인 DNA메틸화 패턴이 있고 이에 따른 고유한 유전자 발현 패턴으로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DNA메틸화 패턴에 잡음이 쌓이면서 유전자 발현 패턴도 흐트러진다. 노화는 엔트로피(무질서도)의 증가라는 관점에서 일리가 있다.

미국 LA캘리포니아대 스티브 호바스 교수는 시료 8000개의 DNA메틸화 패턴 데이터를 분석해 나이에 따라 패턴이 흐트러지는 정도를 수식화해 생물나이를 산출하는 후성유전적 시계(일명 ‘호바스 시계’로 불림) 개념을 제시했다. 생체 시료의 DNA메틸화를 분석해 나이를 추정한 결과 실제 나이와 오차는 평균 3.6년에 불과했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DNA에서 분석한 호바스 시계가 55세로 나온다면 범인은 50대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호바스 시계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포유류 동물에도 적용할 수 있어 노화의 진화를 이해하는데도 영감을 준다. 예를 들어 사람은 개보다 수명이 6~7배 긴데 그만큼 노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바스 시계로 분석해보면 평생 그런 비율인 건 아니다. 출생 후 1년 동안 개의 호바스 시계는 사람보다 30배나 빨리 간다. 그 뒤 차이가 크게 줄어 중년 이후에는 3~4배가 된다. 인류가 포유류 가운데 오래 사는 종이 된 주된 이유가 성장기가 길어진 것이라는 진화론적 설명을 호바스 시계가 멋지게 증명한 셈이다.

호바스 시계의 오차는 단순한 불확실성이 아니라 생물나이를 반영한다. 실제 나이보다 호바스 시계가 더 많게 나왔다면 생물나이가 더 많다는 뜻이다. 실제 만성 스트레스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호바스 시계가 빠르게 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장수 집안인 사람들의 호바스 시계는 느리게 간다. 노화 속도가 느려 오래 산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러 생물지표를 반영한 기존 생물나이처럼 호바스 시계도 일시적이나마 되돌릴 수 있을까.

건강습관 실천하면 2년은 젊어질 수 있어

개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늙지만 상대적인 노화 속도는 일정하지 않다. 호바스 시계를 분석한 결과 한 살 때까지는 사람보다 30배나 빨리 가지만, 그 뒤 느려져 중년 이후에는 3~4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 결과에 수긍이 갈 것이다. 셀 시스템스 제공
미국 헬프갓연구소의 카라 피츠제랄드 박사팀은 지난 7월 메드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이 호바스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채식 위주의 소식, 건강보조식품 복용, 규칙적인 운동, 호흡 명상 등 강도 높은 건강습관을 실천하게 했고 다른 한쪽은 평소대로 살게 했다.

두 달이 지난 뒤 혈액을 채취해 DNA메틸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전에 비해 실험군은 호바스 시계가 2년 줄어든 반면 대조군은 1.3년 늘어났다. 실험 오차를 감안하더라도(대조군은 0.2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음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이 호바스 시계를 되돌렸다고 말할 수 있는 결과다.

물론 독자 대다수는 이 결과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설사 이게 사실이더라도 어차피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없는 생활습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향의 새해결심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흐지부지되게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노력하지 않고도 호바스 시계를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학술지 ‘에이징셀(Aging Cell)’에는 약물을 1년간 복용한 사람들의 호바스 시계가 1.5년 거꾸로 갔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실렸다. 1년이 지났으므로 +1이어야 하는데 –1.5가 됐으니 약물의 효과가 2.5년 젊어지게 만든 셈이다. 실제 임상 참가자들 각종 건강 지표도 1년 사이 많이 좋아졌다. 이 회춘약의 정체는 무엇일까.

미국의 바이오 스타트업 인터빈이뮨(Intervene Immune)은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노화를 되돌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가슴샘(흉선)의 기능이 떨어지는 게 면역계 노화의 주범이라고 보고(대표적인 면역세포인 T세포의 T가 가슴샘(thymus)을 가리킨다) 그 배경인 인간성장호르몬 수치 저하에 주목했다. 연구자들은 인간성장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가슴샘의 기능을 회복시키면 면역계가 젊어져 결국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리 수 있다고 가정했다. 51~65세인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임상시험을 한 결과 정말 건강 지표가 개선됐는데 호바스 시계를 분석한 결과 1.5년 거꾸로 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물론 흥미로운 결과이지만 생활습관 개선이나 약물로 호바스 시계를 2~3년 돌린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다시 시계방향으로 돌아갈 것이다(속도는 다소 느리게). 이렇게 노력해야 5년이나 10년 더 오래 산다는 말이다. 혹시 벤자민 버튼처럼 50살의 생물나이를 20살로 되돌릴 방법은 없는 걸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런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재프로그래밍을 중간에 멈출 수 있다면


야마나카 인자 발현을 조절해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중간 단계에서 멈출 수 있으면 세포의 분화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시 젊게 만들 수 있다(위). 빨리 늙는 변이 생쥐에 이를 적용하자 노화가 늦어지고 수명이 길어졌다(중간). 한편 나이 든 정상 생쥐의 췌장이나 근육에서 발현시키자 장기의 기능이 회복됐다. 셀 제공
1987년 일본 고베대 의학부를 졸업한 야마나카 신야는 의학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폼나는 정형외과의사를 꿈꿨으나 손재주가 별로라 왕따를 당하다 결국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기초의학으로 돌아섰다. 과학자에서 적성을 찾은 야마나카는 줄기세포 연구자가 돼 2004년 쿄토대 재생의학연구소에 부임했다.

당시 줄기세포 분야는 체세포 핵치환으로 배아줄기세포를 얻은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황우석 교수팀이 대표주자였다). 이 연구는 상당한 손재주가 필요했기 때문에 야마나카는 분자생물학으로 방향을 돌려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재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른다) 유전자들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불과 네 개의 유전자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 ‘야마나카 인자’로 불리는 Oct4, Sox2, Klf4, c-Myc(줄여서 OSKM)이다. 이 발견은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불과 6년 뒤인 2012년 야마나카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 무렵 스페인 국립암센터의 마누엘 세라노 박사는 ‘세포에서 가능하다면 개체 차원에서도 재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약간 엽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세라노 박사팀은 약물로 야마나카 인자를 유도 발현할 수 있는 생쥐를 만들었다. 야마나카 인자 유전자가 꺼진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자라던 생쥐에게 약물을 투여해 유전자를 켜자 몸 곳곳에 기형종(teratoma)이 발생했다. 기형종은 미분화된 세포에서 생기는 암으로 개체 차원에서 세포 재프로그래밍이 일어났다는 증거다.

한편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분화된 세포가 만능줄기세포로 되돌아갈 때 먼저 젊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칠판으로 비유해보면 이게 왜 특이한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칠판에 내용을 적은 뒤(분화된 세포의 DNA메틸화 패턴(정보))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낙서를 했다(노화로 인한 잡음).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한 학생이 튀어나와 지우개(야마나카 인자)로 칠판을 잽싸게 지웠다(재프로그래밍). 그런데 누군가가 그 장면을 촬영했고 동영상을 저속으로 재생해보니 특이한 장면이 드러났다. 이 친구가 아이들 낙서를 먼저 지우고 나서 선생님의 필기를 지우는 것 아닌가.

재프로그래밍은 먼저 잡음(노화)을 지우고 이어서 신호(정보)를 지우는 과정을 밟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로 DNA메틸화를 되돌릴 때 잡음과 신호를 어떻게 구분하는가는 아직 모른다. 그렇다면 잡음을 없애는 단계에서 개체 재프로그래밍을 멈춘다면, 즉 분화된 세포들이 온전한 정보만을 지니게 된다면 몸이 다시 젊어지지 않을까. 미국 소크생물학연구소의 후안 벨몽트 박사팀은 이 가능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앞서 세라노 박사팀의 실험처럼 야마나카 인자 4개를 한꺼번에 켜면 기형종이 생길 것이므로 이들은 각각을 순차적으로 발현할 수 있게 조작한 생쥐를 만들었다. 그 결과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는 돌연변이 생쥐의 노화가 늦어지고 수명이 길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늙은 정상 생쥐의 췌장과 근육에서 야마나카 인자가 순차적으로 발현하게 하자 기능이 향상됐다. 이 결과는 2016년 학술지 ‘셀’에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야마나카 인자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워낙 커 몸 전체에서 발현하게 하기는 무리다.

최근 하버드대 싱클레어 교수팀은 손상을 가해 노화시킨 시신경에 OSK 인자를 발현시키자 세포가 젊어지면서 시력이 회복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발현 이후 바뀐 DNA메틸화 패턴을 보면(오른쪽) 호바스 시계가 손상 이전(왼쪽)에 가깝게 돌아갔음을 알 수 있다. 네이처 제공
레스베라트롤의 노화 억제 연구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팀은 야마나카 인자 가운데 암을 유발하는 효과가 가장 큰 c-Myc을 뺀 나머지 셋(OSK)으로 개체의 초기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지 알아봤다. 유전자 세 개를 넣은 생쥐는 약물로 유전자를 켜고 끄는 일을 반복해도 종양이 생기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현재 이 생쥐의 노화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만일 스위치를 켰을 때 호바스 시계가 거꾸로 가 몸이 젊어지고 다시 몇 달이 지난 뒤(사람으로 치면 수년) 다시 켜면 또 호바스 시계가 거꾸로 가 몸이 젊어지는 식으로 반복되면 생쥐는 병이나 사고로 죽을 때까지 늙지 않을 것이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실제 임상에 적용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사람에 바로 적용할 가능성이 큰 시신경 재생 연구를 병행했다. 연구자들은 시신경세포의 축삭을 손상시켜 기능을 잃게 만든 뒤 OSK 재프로그래밍 인자를 투입했다. 그러자 축삭이 복원되면서 시력이 회복됐다. 게놈의 DNA메틸화 패턴을 비교한 결과 거의 손상 전 상태로 돌아갔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12월 3일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싱클레어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책 ‘노화의 종말’에서 이 지점까지의 연구 현황을 설명하며 궁극적인 목표는 OSK 재프로그래밍 인자를 대신할 약물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사람의 수정란에 게놈 편집으로 OSK 유전자를 넣을 수는 없을 것이므로). 만에 하나 이런 약물을 찾는다면 인류의 삶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이런 혜택(?)을 누리는 미래 인류의 모습은 벤자민 버튼보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인 타임’에 더 그럴듯하게 묘사돼 있다. 유전자 차원에서 노화를 완전히 정복한 이 세계의 사람들은 25세까지는 우리와 마찬가지이지만 25세 생일날 팔뚝에 녹색 숫자가 켜진다. 1년을 더 살 수 있다는 표시다. 그 뒤에도 더 살려면 ‘시간’을 사야 한다. 그렇지 못해 시간이 다하면 심장마비로 죽는다. 부자만이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다.

‘인 타임’은 꽤 재미있지만 굳이 옥의 티를 찾으라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노화를 정복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인 타임2’가 만들어진다면(‘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처럼 이 사회가 만들어진 과정을 그린) 개체 OSK 재프로그래밍으로 풀어나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영화 ‘인 타임’의 한 장면. 노화를 정복한 미래로 주인공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 오른쪽)와 어머니(가운데), 외할머니의 생물나이가 25살에 멈춰있다. 개체 수준의 세포 재프로그래밍 기술이 완벽히 구현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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