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 미리 北에 쓴소리해야…文대통령 조정자역할 중요
◆ 南北정상회담 D-10 / 한반도 비핵화 세기의 담판 ① ◆
바꿔 말하면 미국과 북한 간 신뢰가 두텁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지금의 '대화 국면'이 깨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메신저'로서 한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화의 봄'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핵 폐기(CVID)'를 이뤄내고, 남북 간 평화·번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코리안 엔드게임(Korean endgame)'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미국과 북한 간 인식 차를 줄이기 위해 한국이 양국에 대해 '악역'을 맡아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6일 "만일 북측이 비핵화를 실행할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끝내 결렬된다면 미국에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춰주게 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될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에서 암초는 수없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미국이 인식하는 비핵화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인 반면 북한이 얘기하는 비핵화는 (정상 국가들이 펼치는) 군비축소 협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린어페어스는 만약 이러한 인식 차가 크다면 한반도 운명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퍼펙트 스톰'을 막기 위해 미국과 북한 사이 간극을 좁히는 것은 한국 몫이다. 바로 그 자리가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다. 더구나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금 퇴로가 어디 있나. (남북, 미·북관계) 상황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겠나"며 "지금은 (대화 국면의) 실패를 걱정하기보다는 성공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14일 시리아의 화학무기 관련 시설을 공격하면서 자국 뜻에 맞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북한은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핵폭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했다고 선언한 마당에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보인다면 한반도와 주변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한국의 어깨가 무겁다.
■ <용어 설명>
▷ 엔드게임(endgame) : 체스 경기나 정치적 절차의 종반전을 말한다. 기사에서는 현 상황을 1980년대 후반 이후 30년간 지속된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종반전' 최종회를 빗대어 사용했다.
[특별취재팀 = 장용승 차장(팀장) /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 강봉진 기자 / 안병준 기자 / 박태인 기자]
▶뉴스 이상의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아나운서가 직접 읽어주는 오늘의 주요 뉴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